그러고보면 옛날에 그림자달 시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게
실린들끼리 서로 다투는 퀘스트였어요.
로헨델 실린이 상대가 베른 실린이라고 모욕했던가? 그래서 싸움이 났는데
제나일의 파멸을 직접 겪으신듯 했던 나이지긋한 로헨델 실린분은
"한 도시를 파멸로 몰아넣고 추방된"베른의 실린이라 그랬고
베른의 실린 역시
"베른의 실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욕당하는 것에 역시 감정이 좋지 않아서
서로 난리나는 퀘스트였는데
일단 전 로헨델 실린분의 마음에 공감하면서도(뭐가 어찌되었건 한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악몽을 직접 겪었다는건)
상대 베른 실린의 입장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베른 실린도 500년 전 일 가지고 지금도 저런다고 모험가, 즉 나한테 투덜댈건 아니고
조상들이 지은 죄에 후손으로서 의식을 갖는게 맞지만.
역사로 배울지언정, 어쩌면 본인에겐 단지 그뿐이었을 제나일 파멸에
진심어린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뭐라 말할 자격이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가득이나 이 퀘스트 같은 경우는 베른 실린한테 뭐라고도 못하겠어서.
다짜고짜 너 제나일 파괴하고 추방된 베른 실린! 하면 기분은 안좋겠지...)
여러모로 현실의 역사갈등 문제와, 저의 인식까지도 돌아보게 하는 짧지만 심도있는 퀘스트였더랬죠.
너무 오래전에 해서 자세한 내용이 기억안나네ㅠㅠㅠㅠ
하여튼 로스트아크를 하면서, 참 크든 작든 이런 순간이 있어요.
함부로 증오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힘든 기로.
어느 한쪽을 고를 수 없기에 고통스러운 마음.
특히나 동족을 위해 동족을 희생시키는 페이튼이나 라우리엘을 생각할 때마다 그렇죠.
그래서 더더욱 형벌 이전 하늘을 날며 관조하고 다스렸다는 라제니스 종족의 의미를 떠올리곤 해요.
하늘을 날 수 있기에 숲을 볼 수 있고
땅에 발딛을 수 있기에 나무 역시 볼 수 있기에
어느 하나의 주관에만 얽매이지 않고 고요히 관조하며 다스릴 수 있을 그들, 라제니스 종족의 의미를.
예전에는 라제니스들도 빨리 아크라시아에 내려와서 우리들 좀 도와주지 이 생각뿐이었다면
지금은 저들이 어서 종족의 의미를 되찾고, 온전해졌으면 싶어요.
서둘러 이 땅에 내려오지 말고, 이제는 어디로든 날 수 있는 하늘에서부터 일단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