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파괴..죽음...군주의 분노를 두려워하라!
안돼...난 싸워야 해...알렉스트라자여...도와주소서! 난 싸워야 해!
와우 오리시절 검둥 2보스 벨라스트라자의 대사를 6년이 지난 지금도 안까먹고 기억합니다.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가 않는 ;;;
벨라 헤딩만 한 달 가까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심 가는 날은 대기인원이 넘쳐났었는데
유독 검둥 가는 날만 겨우겨우 40명 채워서 갔을 정도로 공대파괴자의 위용을 떨쳤던 놈이죠.
1% 남겨놓고 전멸하기만 수십번도 넘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그 당시에 어그로미터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벨라 머리가 휙 돌아가서 끔살당하는 일도 없었을 거니와
조금씩 더 극딜이 가능했을테고
조금 더 일찍 벨라 다운에 성공했을겁니다.
벨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보스들도 마찬가지 였겠죠.
도적들이 굳이 구령에 맞춰서 일제 소멸을 해야할 필요도 없었을 테구요.
어그로미터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절대적이라 생각합니다.
어글 문제로 발생하는 모든 돌발상황을 미리 차단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를
게임 편의성의 유무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아닐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데미지미터기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화심 공략을 완료하고 한창 네파 트라이 때 '동기화'가 가능한 데미지미터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개개인들이 재미삼아 사용하던 데미지미터기가
그때부터 공대 전체의 개인별 누적 데미지와 힐량이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해지기 시작했죠.
어느 날 공대장이 동기화가 가능한 데미지미터기를 필수 애드온으로 지정합니다.
공대원들의 경쟁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끊임없는 극딜 패턴 연구와 특성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시간 30분 정도 걸리던 화심이 1시간 40분 정도로 단축되었고
월요일-화심 , 수요일-검둥 , 금요일 - 안퀴 이던 일정이
월요일에 화심 검둥을 한번에 클리어하고
수,금요일에 안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데미지미터기의 역할이 무척 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데미지미터기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딜이 안나오는 인원들은 위축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묻어가는 인원을 걸러내는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개개인의 역량을 수치화하여 판단하고 심판하는 잣대가 되어버리기 시작한거죠.
모두가 합심하여 힘든 도전 끝에 정복의 희열을 느끼려고 시작한 레이드가
누군 잘했네, 누군 못했네, 비록 실패했어도 나는 할만큼 했으니 욕은 안먹겠지, 저 사람만 좀 더 잘했으면 됐을텐데,
이러한 잡음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공대원중에 오버힐 수치가 높았던 힐러 한 분이 자진탈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과정의 시행착오를 부각시키고
개개인들의 즐거움보다는 무조건적인 성공을 위한 필사적인 모든 노력을 강요하며
그걸 수치화된 데이터로 판단하는 능력주의가 만연하게 되는거죠.
dps 얼마 이하 입찰 제한.... 기코 얼마 이하 귓말 사절....
이게 도대체 뭔가요.....
와우가 지금처럼 변질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저는 '애드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