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렌야냥이라는 닉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트롤 야냥을 키우는 잉여와우저입니다.
저는 워 2 끝물때 잠깐 해봤다가, 워 3, 워 3 프론즈쓰론, 와우 테크를 탄 완벽한 블쟈설정덕후입니다.
처음에 친구 따라 와우 시작했을 때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드레나이 여캐 야냥을 키우다가, 친구놈이 접은 뒤론 호드로 전향해 타우렌 야냥을, 그리고 어느 순간 가슴이 시키는 트롤 야냥을 시작해 지금껏 하고 있습니다.
자,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진성 트롤 유저들 사이에 내려오는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트롤은 가슴이 시킨다."
한 때, 호드 내에서도 트롤 인구수는 처참할 지경이었습니다.
광폭화가 좋은 종특인 것은 사실이지만, 야수 사냥 전문화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재생력, 이동 방해 효과 15 % 감소 같은 쓸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비효율적인 종특으로 도배한데다, 신발조차 신지 못하는 불쌍한 종족.
그런데 대체 왜 트롤 유저들은 트롤에게서 느껴지는 진정한 '간지'를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이 것을 알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금단의 사이트 - 나x위키에 손을 대는 행위마저 저지를 정도로 고민한 저는 결국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트롤에게서 느껴지는 '간지'의 정체는 바로,
'동정심'이었습니다.
트롤이 얼마나 불쌍한 종족인지를 잠시 설명하자면,
1 . 트롤은 한때 아제로스 전역을 지배했으나, 후발주자인 엘프들에게 학살 당하고 구역을 빼앗겼다.
2 . 트롤 최고 지도자 줄진은 엘프들에게 납치 당해 탈출을 위해 제 팔을 자르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종특 '재생력'이 탈출을 방해할까봐 자른 팔을 불로 지졌다. ( 으앙 )
3 . 어느 날, 차원문을 열고 나온 오크들이 자신을 도와주면 엘프들에게 복수해준다고 꼬셔서 2 차 전쟁에 참전했다. 그 결과는 폭망. 말 그대로 개발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안 그래도 학살 당해서 숫자가 줄어들었던 트롤들은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4 . 볼진의 아빠는 멀록에게 죽었다. 아옳옳옳! 하고 우는 그 멀록 맞다. 스랄이 적시에 나타나 도와주지 않았다면 볼진도 개구리에게 죽었을지 모른다.
5 . 워 3 트롤 헤드헌터와 트롤 버서커는 짧디 짧은 사거리 ( 꼴랑 450 에 사거리 증가 업그레이드 따위 ㅇ벗다... ) 와 상상을 초월하는 물몸, 그런 주제에 충돌크기가 커서 어깨치기 겁나 해대 진영 갖추는데 방해된다. 실제로 해보면 발암 수준.
6 . 트롤 위치 닥터는 스피릿 닷지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힐링 워드를 단 한 번이라도 박고 죽을 수 있다면 썩 괜찮은 인생을 살다 간 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워드는 풋맨 칼질 한 방에 삭제된다.
7 . 트롤 뱃라이더는 자폭용이다. 고블린 섀퍼와 비슷하지만, 걔넨 건물 추뎀이 쩔어서 심시티 하는 휴먼들 엿 먹일 수라도 있지, 얘넨 공중 자폭 밖에 못 한다. 가고일떼에 달려들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말은 입워크. 가고일 밑에 사는 크립트 핀드들의 웹은 자동시전이다.
8 . 그나마 쓸만한게 영웅 유닛 쉐도우 헌터. 힐링 웨이브, 헥스, 서펜트 워드 모두 나쁜 스킬은 아니지만, 문제는 궁극기 북북춤. 이거 인스네어 한 방에 끊긴다. 거의 모든 영웅 유닛 + 스턴기나 기타 방해 마법 가진 유닛들은 다 끊을 수 있다. 이건 그냥 가뜩이나 쪼달리는 마나를 잔뜩 잡아먹는 아군 한정 광역 디스펠에 불과하다. 이거 쓸 시간에 힐링 웨이브 한 번 더 쓰는게 항암효과를 볼 수 있다.
9 . 와우로 돌아가서, 트롤들이 모두 모여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안녕을 바라며 잊혀진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의견을 나눌 때, 우리의 대족장 볼진니뮤는 호드 소속이라 왕따 당한다.
+ 트롤은 소속 마을도 없다. 듀로타 아래쪽에 코딱지만한 센진 마을 하나가 전부다. 메아리 섬은 최근에 10 레벨 나가 위치로부터 간신히 되찾았다. 그 와중에 함께 티키 표적을 박살내던 친구가 으앙쥬금.
10 . 동족들을 버려가며 호드를 위해 헌신한 볼진니뮤는 양아치 가로쉬한테 발에 부두교의 가래침을 맞는다.
11 . 결국 쿠데타를 일으켜 가로쉬를 폐위시키고 스랄을 다시 불러 뒷처리 시키려고 하지만, 영악한 그린 지쟈스는 볼진니뮤에게 오공의 뒷처리를 짬때린다.
12 . 드군이 열리고 뒷처리에 바쁜 볼진니뮤의 분량은 한 없이 제로로 향한다. 대족장인데...
13 . 군단에서 죽는댄다. 뭐 했다고.... (이건 죽은거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 죽었다에 한 표. 만나러 간다는 옛 친구는 어쩌면 케른일지도.) 문제는 볼진이 아니면 트롤 종족의 대표자라고 불릴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로칸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14 . 신발을 못 신는다. 드레나이나 타우렌은 발굽이라도 있지...
최대한 줄이고 간소화한게 이 정돕니다. 와우에 플레이어블 종족 중 이보다 더 안습한 역사를 가진 종족은 없습니다. 물론 다른 종족들 모두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온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롤 이상 가는 종족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집안 꼴이 이 지경이 되니, 트롤이 삐딱선을 안 탈 수 있겠습니까? 힘든 과거 때문에 어긋나버린 트롤은 결국 앉는 것도 불량하게 앉게 되고, 뭐 하나 삐딱하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가 없는 겁니다.
이 것이 제가 조사한, '가슴이 시키는' 본능의 진실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트롤의 '간지'는, 사실 그들의 오랜 고통의 간접 체험이었으며, 그로 인해 그들에게 투영하는 우리네의 지친 모습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 - 트롤도 신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