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을 둘둘 두르고 방패와 검으로 무장한 풋맨이 방어하고, 그런트가 양손도끼로 공격하는 게 기존의 워크래프트 이미지입니다. 워크래프트 1, 2 시절엔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오크가 뽕을 맞았었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풋맨은 상대도 되지 않고 오크는 맨손으로 무장한 인간 병사를 쓰러뜨린다는 설명이 붙었죠.
그런데 사실 오크가 그 정도의 힘을 가졌다면 풋맨의 무장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요?
비유를 하자면, 반지의 제왕에서 트롤들을 상대로 곤도르 병사들이 방패를 앞세우는 격입니다
공격을 피할 수 없을 때, 방어가 필요합니다. 방어의 일반적인 방법은 ‘막는 것보다 쳐내는 것이 낫고, 쳐내는 것보단 피하는 게 낫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검과 방패이든, 그냥 검이든, 아니면 두 개의 무기든 이 관념은 통용됩니다.
방패를 다루는 기법엔 현재 역사적인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I.33이라는 버클러&검을 다루는 기술이 남아있긴 하지만 커다란 라운드 실드나 기사의 상징인 카이트 실드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추측하기로는 세 가지 용법이 있는데 refusing, greeting, striking라고 합니다.
refusing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상대의 무기가 방패에 부딪치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만 그래도 성공하면 반격이 가능합니다. greeting은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방패를 앞으로 내미는 겁니다. 이 동작은 반격을 가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행해집니다. striking은 들어오는 공격을 정면으로 치는 겁니다. 이는 강한 팔힘과 기동성 있는 방패를 필요로 합니다. 보통 방패의 모서리 부분과 방패 중앙의 장식 돌기로 공격을 쳐내며 이후 적의 노출된 팔과 다리를 공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방법은 작은 방패를 쓸 경우 적합합니다.
(참고: 서양무술 복원단체인 ARMA의 John clements가 쓴 Medieval swordsmanship)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방패를 적의 무기에 부딪칠 때 최고의 방법은 ‘쳐낸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반대쪽 손의 검으로 반격을 가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셋 모두 공통적으로 상대의 공격에 맞설 수 있을 만한 힘이 필요합니다. 방패를 듦으로써 조금 더 넓은 면적을 방어하는 게 가능해지지만, 공격을 막는 것은 어디까지나 방패를 든 인간의 팔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게임에서야 방패 들면 방어도가 올라 자동으로 피해가 감소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지면 풋맨들은 한 손에 든 방패로 오크가 두 손으로 든 도끼를 막아야 해요. 그게 가능해야 방패가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처럼 방패에 힘스탯이 붙은 것도 아닐 텐데, 한 대 쳐맞고 날아간다면 그건 애초에 막지 않고 피하는 수밖에 없죠.
판금갑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입든 안 입든 한 대 맞고 공처럼 날아가 구른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거 한 번에 전사나 전투불능, 최소한 그로기 상태인데. 차라리 안 입느니만 못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풋맨은 방패로 그런트의 공격을 막고, 갑옷을 입었다면 그런트의 공격에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모든 무장은 뽀대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그냥 다 녹여서 스팀탱크 만들고 병사들은 창이랑 활, 총으로 무장하는 게 합리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