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에 있어 스토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인물입니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선악 구도가 명확하거나 너무나 뻔한 캐릭터가 나오면 사람들은 흥미를 잃습니다.
반면 입체적인 캐릭터에는 몰입하게 되죠.
우리가 사는 현실도 그렇습니다. 마냥 착한 사람도 없고, 무조건 나쁜 사람도 잘 없기 때문이죠.
이번 확팩, 특히 호드 진영에서는 이런 점이 두드러져 확팩 출시 전부터 왈가왈부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불성때부터 호드 유저..
와우 공홈에 업로드된 '좋은 전쟁' 소설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는데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소재의 중심엔 '명예'가 있습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바나스와 사울팽 간 충돌의 대부분은 서로가 생각하는 '명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실바나스는 그 명예라는 것이 아무 의미 없다는 쪽에 가깝지만요)
단적으로 실바사울팽 vs 말퓨리온의 전투를 보면, 사울팽은 자신이 뒤에서 비겁하게 뒷치기를 했기 때문에 명예로운 싸움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퓨리온의 목숨도 본인이 거둬갈 자격이 없다고 말하죠.
이걸 안 실바나스&나타노스는, 후에 말퓨리온의 복수로 수많은 호드들이 죽게되는 결과를 낳을 그의 선택이 과연 명예로운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이건 애초에 전쟁을 시작할때부터도 계속 충돌이 있어왔던 둘의 가치관 차이입니다.
호드와 얼라 간 역사 깊은 갈등(블엘과 나엘, 길니아스와 호드의 관계, 인간과 오크 등등)이 영원한 평화를 가져오지 못할 거란 건 둘 다 인정하는 바였습니다.
다만 실바는 평화가 10년이 지속되건, 100년이 지속되건 언젠가 깨질 평화라면, 후대의 어떤 누군가는 그 피해를 짊어져 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미리 압도해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사울팽은 그래도 힘을 합쳐 군단을 무찌른 전우와 당장 척지고 칼을 겨누는건 일종의 배반이자, 명예롭지 못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실바나스의 의견에 동의하고 전쟁을 결정한 것은 사울팽이고, 이때부터 본인의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실바나스는 사울팽이 침략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말했죠)
다르나서스를 공격하며 사울팽이 평생 가져온 명예라는 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겁니다.
실제로 사울팽은 실바나스가 본인이 보는 것 이상의 것을 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요.
인게임에서는 잘 구현이 안되어있지만, 소설을 보다보면 실바가 사울팽에게 중요한 순간의 결정을 계속해서 스스로 하게 만듭니다.
이는 실바 자신이 호드를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사울팽 스스로가 깨달았으면 하는 의도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실바나스의 사울팽 육성 시뮬레이션..
결국 이번 확팩은, 적어도 호드진영에서는 아니면 사울팽 혼자 명예란 과연 무엇인지, 진짜 동족을 지키고자 하는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와우라는 작품 안에서는요. 과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