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블리자드를 욕할땐 PC를 욕하는게 세트처럼 낑겨들어갔는데
처음엔 저도 ㄹㅇ ㅋㅋ만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기승전PC 도식화가 너무 심해진거같아서 정리된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일단 "PC 묻히기"를 비판하시는 분들의 주요 논지는
1. 억지로 PC함을 적용시키려 들다보니 스토리가 작위적으로 변한다.
2. PC 신경쓸 시간에 게임이나 더 잘 만들어라(서사나 더 잘 다듬어라).
3. 나는 그냥 게이나 흑인이나 남자같은 여캐가 보기 싫다. 나의 혐오할 권리를 존중해라.
크게 이 셋으로 나눠지는 것 같은데 3번은 사회적 혐오라던가 기타등등 끼어들 얘기가 많으니 게임 게시판에서 다루기엔 너무 큰 주제같아서 패스하고요, 1번이랑 2번 위주로만 제 생각을 말해볼게요.
1. 저도 이 부분엔 그나마 동의해요. 곱창난 드군 스토리에 쐐기를 박은 스랄 TS 게야라같은 경우는 좀 많이 뜬금없었죠. 작가진이 밀어주는 쇼&플린 조합도 와우속 인간들이 유사 기독교 신앙을 지닌 중세-르네상스풍 국가에 산다는걸 감안하면 조금 불편할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설정들이 큰 줄기의 서사에 악영향을 끼치나요? 게야라가 평행세계의 고엘이고 쇼와 플린이 발리라와 탤리아랑 이어졌다면 그게 격아 서사의 완성도를 발톱때만큼이라도 올려줬을까요? 제 생각엔 그랬어도 격아는 최악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망팩이었을것 같아요.
격아의 서사를 망친 요소들이라면 일방적인 호드 악역화와 얼라이언스 편애, 서로 싸우다 더 큰 악에 대항해 뭉친다는 쉬어빠진 전개의 반복, 메인 악역인 느조스의 힘과 강함과 동기가 제대로 묘사되지 않음, 사건과 캐릭터 묘사에 개연성이 부족함, 매력없는 캐릭터들(나타노스, 쇼)에게 주어진 과도한 비중 정도일텐데 이 어느 요소도 PC가 주된 이유는 아니에요.
위에 쇼가 언급되긴 했지만 쇼의 양성애자 설정이 묘사된건 격아가 마무리 된 후 나온 소설에서부터고 퀴어로 묘사되기 전에도 쇼는 충분히 매력없는 캐릭터였어요. 여성이나 퀴어가 "되는 것" 자체는 별다른 개연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라 생각하고요. 동성애자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건 좀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회정의라는 메타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동성애 터부화의 기원은 많은 경우 농경사회가 발달하며 급증한 노동력 수요가 그 원인이니 인력보다 효율적인 대체 노동력을 부릴 수 있는 종족이라면 동성애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게 오히려 개연성 측면에선 타당하겠죠. 그나마 실바나스의 여성 대족장 드립 정도가 PC 신경쓰다 캐릭터 서사를 망친 예라 할 수 있을텐데 실바나스가 페미니즘적 신념으로 격아의 모든 일을 벌인 것도 아니고 그 후로 앤우먼이 강조되지도 않으니 여기에 골든의 설레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 PC함을 추구하는게 게임 개발에 있어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방해가 될 만큼 리소스를 잡아먹나요? 제가 개발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레이드, 쐐기, PvP같은 엔드 컨텐츠 디자인이나 밸런스, 버그, 잔렉 수정 같은 프로그래밍 영역의 일에 게임이 PC하고 말고는 큰 상관이 없어보여요. 그럼 다시 서사로 돌아와야 할텐데 위에서 계속 말했던 것처럼 양념처럼 뿌려지는 PC 자체는 내러티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작가진의 역량을 크게 잠식하지도 않는다 보는게 타당해보여요. 상식적으로 돈 받아먹는 사람들이 사슴 형상을 취하는 전직 밤전사가 게이일지 아닐지 논쟁하느라 한달을 내내 날려먹어서 이후 스토리를 날림으로 쓰진 않을거아녜요.
큰 줄기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장문이 됐는데 아무튼 요약하자면 제 의견은 1. 와우 스토리는 곱창난지 오래지만 그게 딱히 PC 탓은 아니고 2. 그렇기에 와우 스토리 욕하면서 기승전PC욕으로 귀결되는건 부당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제가 놓친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여긴 와우 역게니까 웬만하면 와우 사례로만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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