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강연은 블루홀 사내 컨퍼런스(BDC)에서 발표되었던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외부 공개 기준에 맞춰 재구성된 부분이 있으며, 블루홀의 공식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2년 정도 전일 겁니다. 테라가 부분유료화로 전환한 후, 열심히 즐기던 때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관대한 요금제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캐시 아이템의 거래가 가능했고, 전체적으로 물가가 그리 비싼 편이 아니었기에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NDC 2015 강연자로 선 김낙형 전 라이브팀장은 그간의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한창 즐기던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났고, 몇몇 의문점도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느낌이었어요. 이제는 테라 팀이 아닌, 그래서 더 차분하고 솔직한 강연. 지금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1. 성공은 의외의 곳에서 일어난다.
우리도 솔직히 엘린이 이렇게까지 뜰 줄은 몰랐다. 당초 전략적으로 공들인 캐릭터는 케스타닉이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다 보니, 해외에서도 먹힐 캐릭터가 필요했고, 개발진이 보기에 그 역할은 케스타닉이 어울렸다. 그래서 초기 광고도 케스타닉 위주였다.
그런데 현실은 엘린 위주로 돌아갔다.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고루 인기를 얻었다. 원래 엘린은 포트폴리오 채우기 위해 만든 캐릭터였다. 덩치형, 근육질형, 누님형, 이런 식으로 구분할 때 귀여운 소녀도 필요하겠다 싶어 추가한 것이 엘린이었고, 개발 우선순위도 상당히 뒤에 있었다.
그리고 엘린은 원래 별도 종족도 아니었다. 포포리 여자였다. 이걸 바꾼 시점이 오픈하기 두 달 전이었는데, 그때 북미에서 피드백을 받았다. 그곳 사람들의 거부반응이 굉장히 심했다. 북미 사람들은 합리적이다. 세계관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야 좋아한다. 엘린을 보고, '이 종족은 번식을 어떻게 하나요' 묻더라. 포포리는 동물이고 엘린은 인간형이니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솔직히 이 부분은 우리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결국 캐릭터 선택 창에서 종족을 분리시키기로 결정했다. 엘린이라는 이름도 그 때 지어진 것이다. 그전에는 그냥 포포리 여자였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모든 일들이 완성도로 이어진 것 같다. 제작 스킬이 숙련된 마지막 시점에 만들었던 만큼, 캐릭터 완성도도 높았고, 종족이 분리되어 유니크한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일본은 우리가 굉장히 신경 쓴 시장이었다. 그래서 한국 오픈하고 6개월 정도 지난 뒤 바로 진출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가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결국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일본 테라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전략적 포기이다.
일본에서 오는 피드백도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어느 날 일본 라이브팀이 굉장히 간곡하게 부탁을 하더라. 엘린이 입을 학생용 수영복을 개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모양을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아 보여 만들어 넘겼다. 그때는 이 아이템이 대박이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우연히 만든 건데... 이 아이템 판매로 번 돈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팔았던 모든 수영복 매출을 뛰어넘었다.
다음부터는 아이템 만들기가 쉬웠다. 수영복, 부르마, 메이드복을 일본에서 3신기라 부른다. 특히 메이드복은 대박을 쳤다. 당시 우리 고민 중 하나가 부분유료화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일본에서 수영복 매출을 보고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실적이 나오니 프리 투 플레이 추진도 매끄럽게 할 수 있었다.
북미는 스타트가 애매했다. 한 달 전에 '디아블로3', 한 달 후에 '길드워2'가 나왔다. 처음엔 솔직히 어려웠다. 부분유료화로 서비스할 때 북미는 우선순위에서 좀 낮췄고, 대신 중국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중국은 프리 투 플레이 선호층이 두터우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서 테라가 제일 잘 되는 곳이 북미다.
이처럼 많은 일들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잘 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전략이나 계획 수립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계획이 꼭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다. 일본 라이브 서비스 잘 안되니까 수영복 포기하자, 이랬다면 지금 테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거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 일과 다르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지금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알 수 없다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볼 수 있다고.
2.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
테라 퀘스트는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옛날에는 퀘스트가 필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개발팀도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하자'라는 생각으로 전투와 그래픽 등에 개발력을 집중했다. 그런데 갑자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떴다. 그러면서 MMO에 퀘스트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서 뒤늦게나마 퀘스트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비전을 갖고 프로세스를 짜놓은 상태였다. 막바지에 우격다짐으로 넣은 퀘스트를 재미있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일단 볼륨만은 풍성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또, 커뮤니티의 변화도 크게 느꼈다. 블루홀 개발팀에 커뮤니티로 성공한 분이 많이 계셨다. 과거 잘 되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 넣었는데, 요즘 커뮤니티는 예전과 다르더라. 예전에는 그냥 유저 많으면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돌아갔는데, 지금은 설계를 잘 하지 않으면 유저들이 콘텐츠만 즐긴 후 빠져나갔다.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도 시대의 변화를 잘 수용한 케이스가 있다. 일단 프리 투 플레이는 잘 선택한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것이 지금까지 테라를 서비스하는 원동력이 됐다. 추진 이유도 절실함에 있었다. 테라는 블루홀의 유일한 프로젝트니 이게 안 되면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변하기 힘들다. 방향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세상의 변화를 되도록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3. 재미는 아이디어가 아닌 밸런스에서 나온다.
기대 많이 했는데, 막상 게임을 해 보니 기대 이하였다는 게임이 있을 것이다. 제시 셀(Jesse Schell)은 밸런스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건 알아도 고치기 힘들다. 다이어트 같은 거다.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해결할 수 있다.
특히 MMO는 밸런스 수정이 더 힘들다. 수백 명이 접속하니 테스트도 어렵다. 거의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런스는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고 말하고 싶다. 테라는 런칭 직전에 특공대라는 걸 조직했다. 15인으로 구성된 밸런스 테스트 팀이라 보면 되는데, 하루 10시간 해서 두 달 동안 게임만 시켰다. 여기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밸런스를 잡았다. 초창기 인던 밸런스 등이 다 그런 노력에서 나온 것 같다. 특공대를 좀 더 빨리 구성하지 못 했던 점은 아쉽다. 더 빨리 조직했다면 필드 레벨 디자인도 잘 맞출 수 있었을 텐데.
밸런싱을 잘 하기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다. 블루홀도 전용 테스트룸을 완비하고 있다. 이걸 만들고 나니 실제로 테스트 효율도 올라갔다. 클라이언트 테스트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테스트보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도 한다. 설치, 업데이트, 그리고 실행까지 한 시간 가까이 소비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다 개발 리소스 까먹는 것이다. 환경 개선에 대한 조직적인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츠에서 이런 말이 있다. 공격은 팬을 부르지만 수비는 우승컵을 부른다고. 게임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그래픽은 팬을 모으는 데 유리하지만, 이걸 지키기 위해서는 밸런스에 신경 써야 한다. 테라도 초반에는 흥행했지만 이를 유지하지는 못 했다. 여기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오랜 시간 인기를 유지하는 게임들은 모두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밸런스 잡는 게 어려운 것은 맞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게임을 만든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4. 리텐션(유지력)이 매우 중요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테라의 리텐션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나는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리텐션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보통 프리 투 플레이는 무료로 개방된다. 유저들이 접속해야만 돈 벌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원리가 이렇다 보니 리텐션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이 게임 재밌어요?'라고 질문하지만, 나중에는 '이 게임 리텐션 얼마나 나오나요?'라고 묻는 게 주가 될 거다.
재미는 모호한 개념이다. 측정이 어렵다. 하지만 리텐션은 측정 가능하다. 불명확한 재미에 고민하기보다는 리텐션에 집중하여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5. 친분은 휘발되지만 실적은 남아 신뢰가 된다.
게임을 만들 때는 친분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필요하다. 이건 같이 오래 일할수록 크게 작용한다. 개개인의 성격보다는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에 따라 믿을 수 있고 없고 가 결정되는 것 같다. 자기 일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결과물로 한 방 역전 사례가 게임에서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중간중간 결과가 나오기에 마지막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전에 인간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
테라를 지켜봐왔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잘 된 프로젝트는 아니다. 중간에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이때 많은 사람들이 블루홀을 떠났다. 그때 진심이 드러난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당시 남은 분들이 모여서 마음 다잡고 열심히 일한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다. 첫 번째 보물섬에 보물이 없었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진짜 보물섬을 언젠가 발견할 테니까. 포기할 필요는 없다.
6. 대규모 제작이란 결국 책임 회피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UI 개발은 항상 힘들 수 밖에 없다.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이 한 데 얽혀 있으니까.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을 때 책임자가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알아보니 그래픽 문제였다던가 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나온다. 이건 개인의 책임감 문제가 아니기에 구조적으로 풀어야만 한다.
애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RI라는 비공식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 사람이 회의 들어가서 다 기록하는 거다. 누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기 이름이 딱 적혀있으니 직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테라도 합리적인 책임 분산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라이브팀이다. 지역별로 서비스 이슈가 맨날 터지고, 여기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내부 논의에서 라이브 전담 팀을 아예 따로 구성하고, 거기 담당자가 응급실처럼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라이브 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이슈는 처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개발자가 '라이브는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회피할 수 있다. 블루홀은 라이브에 대한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직 개편 등의 시도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7. 개발과 경영은 분리할 수 없다.
경영자들은 개발팀에서 자신들을 터치하지 않길 바란다. 경영은 조직의 목표를 위하여 자원 활용에 대한 결정 및 실행을 한다. 물론, 이렇게 내려진 결정에 개발자들이 공감하느냐는 다른 이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이 만들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또, 반대로 개발자 역시 기업과 경영 공부를 병행해서 하는 게 좋다. 그들도 경영자들의 결정에 공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회사가 운영되기 어렵다.
개발 위기가 경영 실패에서 나오는 경우도 존재한다. 큰 게임사에서 나온 게임인데 재미없는 경우, 이게 과연 개발자 문제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환경이 조직원들이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경우는 흔하니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택 랭킹 제도를 운용하던 때가 있었다. 극단적인 평가 제도라고 보면 된다. 어떤 사람은 인센티브 1000만 원 받는데, 어떤 사람은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판명되었고, 실제로 제도를 없애고 난 뒤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와 같이 인사평가나 보상 제도 등이 개발자들의 행동을 굉장히 크게 제약하는 편이다.
창의적인 게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제도도 이에 맞춰져야만 하고. 그런데 현실은 돈 버는 게임 높게 평가하고 그런 개발자들 위주로 챙겨주니 상업적인 게임만 나오는 거다. 애초에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창의력이 넘치면서도 성공한 사례는 헐리우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시스템이 정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개발팀과 경영진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8. 온라인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업이다.
경영학자이자 작가로도 활동 중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 비즈니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콘솔 게임은 예전과 같다. 패키지를 구입한다. 월정액도 매월 돈을 내는 구조다. 리스와 비슷한 개념이라 보면 되는데, 모두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이다. 그게 프리 투 플레이로 넘어오면서 달라졌다. 아이템이 과연 소프트웨어일까?
우리 고객이 사는 것은 소프트웨어 자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얻어지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템을 사면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으니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즐거운 경험을 판매한다는 본질은 오락실 때부터 바뀐 게 없다. 100원 넣고 재미있는 시간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형태가 바뀐 것뿐이다.
온라인 게임은 다수가 함께 즐기는 구조다. 게임 완성도는 콘솔이 여전히 뛰어남에도 온라인 게임 사용자가 있는 이유는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만의 가치랄까. 그런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다수가 즐기는 걸 기본으로 하는데 게임의 완성도까지 높았다. 더 설명이 필요 없지. 매년 1조 원씩 버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게임 만드는 분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콘솔 게임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식도 해소됐다. 물론, 와우만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온라인 게임의 재미가 완성도뿐 만 아니라 관계 맺음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약 15년간 서비스되고 있는 리니지가 좋은 예다. 커뮤니티에서 가치를 갖는 게임은 시대가 변하더라도 꾸준히 성공한다.
또, 이러한 커뮤니티 요소를 꼭 게임 방식으로 풀 필요는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높지만, 롤드컵이라는 행사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으로 하나의 이슈를 던져 주고, 그 시간을 즐겁게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면 그것이 좋은 게임 아닐까.
현재 나오는 모바일 게임이 대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꼭 게임 완성도만 볼 필요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경험을 주는 것이 꼭 게임일 필요는 없다. 리암 니슨의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나. 저런 요소가 모여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케팅 담당자 역시 우리 고객들에게 어떻게 즐거움을 어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게임 개발도 중요하지만.
좋은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테라를 서비스하면서 UCC 의상을 출시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버그가 있었다. 같은 UCC 의상을 입은 유저끼리 붙으면 치마가 들리는 것이다. 이게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아, 출시 고민도 많이 했다. 일본에서 나온 의상이기에 그쪽 트위터에 솔직하게 말했다. '치마가 뒤집히는 버그가 있다. 도무지 해결이 안 된다'라고 썼는데, 오히려 유저들이 더 좋아하더라. 그 장면 연출하려고 일부러 만나는 유저도 많았다. 사실 이거 개발팀에서는 엄청 큰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유저 의견을 듣고 나니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았다.
고객과의 소통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방송이나 오프라인 이벤트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함께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가 유저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를 경험한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팬이 되어 오랜 시간 사랑해 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