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병찬 변호사 소개
어릴 때부터 게임을 사랑해온 변호사입니다. 손은 굳고 눈도 흐려졌지만, 오늘도 normal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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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의 이해와 실무, 종합 '이병찬 칼럼' 모아보기
이번 시간에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손해배상 조항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민법에서 정한 손해배상의 범위(통상손해와 특별손해)
민법에서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정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당사자가 계약에서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면 해당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가 결정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법 제393조 제1항에서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각개의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물의 성상이나 인과의 관계에 관한 사실판단의 법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제작하는 A 회사가 신규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영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B 회사에게 100만 원에 홍보 영상 제작을 맡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 회사는 2026. 1. 1.에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B 회사가 출시 한 달 전인 2025. 12. 1.까지 홍보 영상을 제작하여 보내야 한다고 계약서에 기재하였습니다.

하지만, B 회사가 연말을 앞두고 몰려드는 일들 때문에 약속한 날까지 영상 제작에 착수하지도 못하는 바람에, A 회사는 급하게 C 회사에게 150만 원을 주고 영상 제작을 의뢰해야 했으며, 게임 출시도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늦어져 버렸습니다.
여기서 B 회사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A 회사가 C 회사에게 일을 맡기면서 추가로 지급해야 했던 돈은 통상의 손해이고, 게임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A 회사가 입게 된 이익의 감소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손해배상액 입증의 어려움
민법에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입증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 소송에서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예에서, A 회사가 C 회사에게 급하게 영상 제작을 의뢰하는 바람에 추가로 부담하게 된 50만 원은 통상의 손해라고 볼 수 있으며, 손해액도 입증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출시가 일주일 늦어지면서 A 회사가 입게 된 손해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게임의 출시가 늦어지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게임을 예정한 날에 출시하였다면 더 많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과연 A 회사가 입증할 수 있을까요?
게임의 지연 출시로 인한 유저의 이탈이나 매출의 감소를 정확히 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매출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유저의 실망 때문인지, 게임이 재미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연된 기간 동안 경쟁작이 출시되었기 때문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고, 그 외에도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서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런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3. 손해배상액의 예정
손해배상액 입증에 실패하면, 상대방이 분명히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민법 제39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장래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들이 계약으로 미리 정해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예에서, A 회사와 B 회사가 체결한 계약서에 “B 회사가 2025. 12. 1.까지 완성된 홍보 영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B 회사는 A 회사에게 손해배상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손해배상액을 위와 같이 예정한 경우, A 회사는 B 회사가 약정된 날까지 홍보 영상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사실(다시 말해서, 채무불이행 사실)만 입증하면, 힘들게 손해액을 증명하지 않아도 위 조항에 따라 약정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관련해서 주의하셔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예정된 손해배상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점(민법 제398조 제2항)입니다. 그러니, 손해배상액을 예정했다고 해서, 언제나 약정된 금액을 전부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4. 위약금의 두 가지 성격(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관련하여 주의하셔야 할 다른 하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금, 위약벌을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위약금’ 약정이란 향후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위약금은 두 가지 성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에서 살펴본 예와 같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손해배상액 예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계약 위반 자체에 대한 벌칙으로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인 ‘위약벌’의 성격을 갖는 경우입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경우에는 채무자가 예정된 손해배상금만 지급하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하지만, 위약금이 위약벌인 경우에는 손해배상과 별개이기 때문에 위약벌과 함께 손해배상금까지 지급해야 채무불이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을 삽입하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민법에서는 ‘위약금’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 약정이 위약벌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게 됩니다.
따라서, 위약금이 위약벌의 성격을 갖기를 원한다면, “B 회사가 2025. 12. 1.까지 완성된 홍보 영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B 회사는 A 게임 회사에게 위약벌로 1,0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하며,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는 별개이다.”와 같이 위약금이 위약벌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위약벌의 경우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감액할 수 없지만, 위약벌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그 부분을 무효로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2. 11. 선고 2015다235519 판결).
핵심 내용 정리
-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만, 실무에서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 계약에서 손해배상액을 예정해 두면 입증 곤란을 피할 수 있지만, 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한 경우 법원에서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
-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및 위약벌의 두 가지 성격을 가질 수 있으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계약서에서 위약벌을 규정하고 싶다면 그 취지를 분명히 기재하여야 한다.
-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감액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과도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