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두 차례의 CBT를 통해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왔고, 심지어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서 이미 플레이타임 50시간 이상이라 공언할 만큼 방대한 '명일방주: 엔드필드', 그 아방가르드하고 깊은 세계를 미리 훑어보면서 그 특유의 맛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작의 노하우를 계승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 파고들게 하는 디자인

먼저 '엔드필드'를 즐기기 위해서 꼭 '명일방주'를 할 필요까지는 없기는 합니다. 작중 배경부터가 다른 행성이고, 꽤 시일이 지난 상태니까요. 물론 전작을 안다면, '리컨비너'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광석병이나 오리지늄을 비롯해 반가운 개념들이 바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토리 전개도 전작의 초반 진입 장벽이었던 문체 문제 같은 것 없이 깔끔하게 잘 제시한 터라 전작을 모르고 봐도 술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모호한 개념들은 기억을 잃은 관리자를 위해, 혹은 분위기 메이커 진천우의 질문에 답해주기 위해 부연 설명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명일방주'를 언급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명일방주'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캐릭터 디자인의 기조가 바로 눈에 띄기 때문이죠. 통상 서브컬쳐하면 노출도 높은 캐릭터를 연상하지만, '명일방주'는 그것보다는 각종 분란이 일어나는 지역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택티컬한 디자인을 강조했죠. 그렇다고 해서 완전 특수부대식 택티컬이 아닌, 캐릭터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적절히 절충하면서 부담감이 낮으면서도 '명일방주'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보여왔습니다.

그런 기조는 '엔드필드'도 유사합니다. 각종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탈로스2를 개척하기 위한 엔드필드 공업과 그외 다양한 세력의 오퍼레이터들이라는 설정에 맞춰 '엔드필드'의 캐릭터들도 택티컬과 공업적인 미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이 눈에 띄죠. 배경 또한 일반적인 카툰렌더링식이 아닌, 일부 텍스처를 좀 더 사실적으로 구현하거나 그레이톤을 조금 더 가미해 공업적인 느낌과 개척 중이라는 감성을 조금 더 살렸습니다. 그래서 온갖 문제가 발발해서 복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관리자나 오퍼레이터들의 이야기가 더욱 더 몰입감 있게 다가올 수 있었죠.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단순히 드라이하게 풀어낸 게 아니고, 호감도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모션과 동작까지도 제각각 개성을 확고하고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함께 개척해나간다는 테마를 더욱 확고히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탈로스2'의 세계는 솔직히 말해 아직 일부분만 드러난 만큼, 단정하기는 이르긴 합니다. 문체도 평이해지고 사건에 대해서 비교적 빨리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떡밥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몇몇 개념은 결국 그런 건가, 아직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켈시체가 좀 남아있어서 아리송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곳의 여러 구역의 식생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한 그래픽의 디테일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비나 물 같은 유체 표현에 앞서 언급한 텍스처까지, 캐릭터에 밀려서 신경 쓰지 못할 부분까지도 허투루 두지 않고 섬세하게 구현했기 때문이죠. 그런 환경들을 돌아다니며 짚라인을 개척하고, 각종 설비를 활용해서 숨어있는 길을 찾고 그 와중에 남겨진 기록들을 살펴보는 '모험'의 재미는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약이 있는 어드벤처 스타일이라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처럼 빠르게 얻지는 못하는 대신 퍼즐처럼 풀어가는 재미에 집중한 것으로 봐도 무방했죠.
사실 이런 요소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긴 합니다. 하이퍼그리프는 '명일방주' 이후에 '엑스 아스트리스'에서 퍼즐과 모험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험을 제시한 바 있으니까요. 그때도 다양한 도구를 구해서 길을 뚫고 숨겨진 요소를 탐색하고, 그러면서 '알린도'라는 행성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도 방대해지고 시스템도 확충되어서 한층 더 발전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직접 전선을 쭉 끌고 와서 양수기까지 설치해서 물을 빼버리거나, 남이 미리 설치해둔 짚라인을 연결해서 좀 더 편하게 가는 등 더욱 역동적으로 개척할 수도 있죠. 그리고 그런 개척의 과정이 뚝 떨어진 퀘스트를 찾아 전개하는 게 아니라, 가는 길목에 조금 둘러보면 그런 단서들이 눈에 띄게끔 해서 자연스럽게 파고들기로 이어지게끔 유도한 것도 '엔드필드'의 놀라운 설계였습니다.




태그와는 다른 손맛과 패턴 끊기의 묘를 살린 협공과 연계 전투

'엔드필드'는 전투 외에 다른 방대한 콘텐츠를 내세운 게임이지만, 아무래도 그간 서브컬쳐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 다수가 전투에 친숙한 만큼 이 부분도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습니다. 엔드필드의 전투 방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파티원 4명이 다 같이 필드에 나와서 협동 전투를 벌이는 방식입니다. 네 명을 한꺼번에 같이 조작하는 게 아니라 그 중 한 명을 조작하고 나머지는 AI가 기초 전투를 펼치다가, 각 파티원의 스킬을 쓰면 해당 파티원이 지정된 타겟에게 스킬을 쓰는 식이죠.
특이한 점이라면 스킬이 쿨타임 방식이 아닌, 일반 공격이나 회피 등 행동에 따라 누적되는 스킬포인트를 파티원이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알맞는 스킬을 쓰는 것이 '엔드필드'의 핵심이죠. 또한 일반 공격을 끝까지 입력하면 발동하는 '강력한 일격'에, 각자 조건에 따라서 발동하는 '연계 스킬' 그리고 불균형 수치가 찬 적에게 처형기로 큰 피해를 입히기까지 '엔드필드'의 전투 액션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CBT를 거쳐서 보완, 각 요소가 서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끔 했죠.

여기에 스킬 효과에 아츠 디버프라는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엔드필드'의 전투는 어느 한 캐릭터의 성능보다는 조합과 전략을 강구하는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방어불능 스택을 쌓아서 강타 등 제어 속성을 발동해 큰 피해를 입히는 물리부터 시작해, 동일 속성 혹은 다른 속성끼리 반응해서 추가 효과를 반응하는 각종 아츠 속성을 익히면서 더 효과적으로 적을 공략하는 맛을 살렸죠. 어찌 보면 유저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준 셈입니다. 쉽고 간단하게 스택 쌓고 터뜨려서 추가피해와 CC를 입히는 물리를 쓸지, 연계 효과로 각종 디버프를 거는 아츠로 밀고 나갈지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조합과 연계뿐만 아니라 적 패턴도 상당히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엔드필드' 전투의 묘미입니다. 단순히 스킬을 포인트 쌓이는 즉시 써서 딜을 넣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몇몇 까다로운 패턴 때 맞춰서 사용해 차단하는 플레이도 필요하죠.
아마 이런 부분들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액션을 앞세운 게임들과는 다소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명일방주' 때부터 이어진 전투 철학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명일방주'도 몇몇 규격 외 캐릭터들이 있지만, 혼자 캐리하는 구도가 아니고 기믹에 맞춰서 팀을 조합하고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를 실시간 액션으로 전환하면서, 기믹과 패턴에 맞춰 스킬 배분 및 연계로 풀어나가는 것으로 변주를 준 것이 '엔드필드'의 전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엔드필드'의 전투를 평하자면,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길게 보고 조합하면서 풀어나가는 전략적인 맛을 좀 더 강조했다고 볼 수 있겠고요.

심플하게 다듬어낸 공장에 집단 지성의 힘이 빚은 시너지

이런저런 요소들이 다 좋긴 하지만, 많은 유저들에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공장 시뮬레이션' 파트일 겁니다. 장르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간 수집형 RPG, 서브컬쳐 게임을 즐겼던 유저에게 상당히 낯선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첫 CBT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의견이 공장 시뮬레이션 부분이 복잡하고 낯설다는 의견이었을 만큼, '공장 시뮬레이션'은 출시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나 그런 유저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장비'가 공장을 돌려서 생산하는 방식이라, 더더욱 그 갭을 메울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엔드필드'는 그 파트의 코어를 조금 라이트하게 깎아내면서 다른 유저와 간접적으로 협력해 쉽게 풀어내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공정 자체가 패키지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간소합니다. 동일 계열의 공정은 재료만 빼면 대부분 통일된 상태라서, 재료만 중간중간 갈아주면 고티어 가공재료도 문제없이 뽑아낼 수 있는 식이죠.
뿐만 아니라 각 공정에 필요한 생산시설을 시뮬레이션에서 한 번 실습식으로 설치해보고, 모범 답안을 고스란히 '청사진'으로 뽑아주기 때문에 기초적인 생산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재료만 모으면 소위 '딸깍'으로 바로 생산 시설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기초적인 설비를 마련한 뒤, 조금 게임이 익숙해지면 그 설비를 언제고 회수해서 다시 효율적으로 배치하며 공장 관리의 재미를 느끼게끔 했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공장도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지다가도 조금씩 구조에 익숙해지면 최적화를 생각하게 됩니다. 공장 시뮬레이션 장르가 플레이타임을 길게 잡는 장르라 그 최적화 단계까지 생각하려면 케바케긴 해도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 단계를 '엔드필드'는 앞서 본 것처럼 빠르게 앞당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공장 자동화의 묘미가 빠르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 효과도 점차 빨리 보게 됩니다.
실제로 수집형 RPG는 대부분 행동력을 태우면서 장비를 파밍하는데, 이런 방식은 초반은 행동력 부족으로 후반에는 옵션작 뺑뺑이로 피로해지기 쉽습니다. 오픈월드 RPG의 경우에는 각종 재료를 캐러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얻는 과정이 처음엔 재미있다가 가면 갈수록 지치기도 하죠.



그런 것을 '엔드필드'는 공장의 막강한 생산력과 재료 가공 무한 순환으로 풀어서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에는 쉽게쉽게 원하는 걸 얻고 비축해두는 체계로 대비했습니다. 처음에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샘플을 획득하고, 그 샘플들을 바탕으로 가공하고 생산하는 체계가 완성되는 순간부터는 그 재료를 캐기 위해 탐사를 매번 도는 수고를 줄인 것이죠. 한편으로는 그 샘플을 확보하고 각종 자원 채굴지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동기부여를 해 공장 시뮬레이션과 어드벤처가 서로 맞물리게 설계한 구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집단지성'이 탐사에도 존재합니다. 몇몇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조금 친숙할, '신호기'가 그 주인공이죠. 다른 유저가 멀티플레이로 직접 들어오지는 못하는 대신, 각 구역에 신호기를 배치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식으로 소통이 이어지게끔 한 것이죠. 이렇게 집단 지성이 모이면서 각 구역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좀 더 빠르게 찾고 막힘없이 플레이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작이 연상되는 각종 방어탑들도 일부 공유가 되기 때문에, 설치한 유저는 소탕퀘를 빨리 할 수 있어 좋고 이후에 진입하는 유저들은 빠르게 진도를 뺄 수 있는 효과가 있었죠.

융복합 콘텐츠의 방대함과 복잡함은 숙제

이처럼 '엔드필드'는 따로따로 떼어놓아도 볼륨이 큰 장르들을 조화롭게 융합한 것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자칫하면 따로 놀 수 있던 공장 시뮬레이션과 액션 어드벤처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각자 더 단계를 높이기 위해 조금씩은 맛보면서 나아가는 식으로 잘 풀어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두 요소를 융합했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그 볼륨이 커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엔드필드'는 그간 온필드 수집형 RPG가 어느 한 캐릭터의 액션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조합과 연계를 더욱 강조한 구성이라서 그간의 오픈월드 RPG나 대형 서브컬쳐 게임이 주로 활용했던 BM을 적용하기도 어려워보였죠. 파티 조합을 다양하게 짜려면 기본 캐릭터 풀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기존 유형으로는 그만한 캐릭터풀을 처음부터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간 그 BM을 도입했다가 좌절된 몇몇 게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엔드필드'의 BM은 뽑기 베이스이긴 하지만, 장비가 같이 나오지 않고 다소 다른 시도를 통해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이렇듯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엔드필드'의 콘텐츠 구조와 루틴은 꽤나 복잡다단합니다. 기본이 수집형 RPG를 기반으로 하니 행동력을 소모해서 육성 재화를 캐는 건 동일하지만, 그외에 챙겨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죠. 간단히 살펴봐도 공장 생산뿐만 아니라 시설 관리, 교역, 연구 등 각종 요소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 중간 단계 일부는 의도적으로 끊겨있는데, 이는 유저 스스로가 짚라인도 깔고 하면서 편의성을 구축하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설계된 걸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외에 다양한 사항들을 한눈에 다 볼 수 있게 제시하려는 시도도 보이는데, 그 방대한 정보들은 아이콘창만 해도 꽤 긴 편이라 가독성이 좀 떨어집니다. 물론 콘텐츠들이 차근차근 해금되면서 점점 익숙해지게끔 구성하긴 했지만, 이를 고려해도 '엔드필드'의 UI는 다소 복잡하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려웠죠.
물론 전작 '명일방주'를 해본 유저라면 아마 '명일방주'와 큰 궤를 같이 간다는 점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친숙한 용어들이 그대로 나오기도 하고, 전작부터 제조소와 교역소를 통해서 인력을 가동해 물자를 생산하고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선보였으니까요. 이런 요소들이 '제강호'를 포함해 탈로스2 곳곳에 더욱 정밀하게 발전된 형태로 나온 것이라 봐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베이스가 없는 유저라면 그 결을 따라가기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원체 설비들이 분산되어 있어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으니, 그 궤적을 추적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그나마 메인스토리 구간은 어떻게 잘 안내를 하고 있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어찌저찌 알려주고 있으니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반 발자국을 어떻게 더 다듬어갈지가 '엔드필드'에 직면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차세대 서브컬쳐로 한 발 내딛는 '명일방주: 엔드필드'

한때 서브컬쳐 게임은 미소녀만 있으면 나머지 요소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장르로 여겨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캐릭터는 기본에 스토리, 세계관, 그리고 게임플레이까지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기본으로 자리잡았죠. 더 나아가 다양한 장르를 섭렵,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지내며 교감하는 일련의 과정을 좀 더 생생하게 담고자 하고 있습니다. 스테이지식의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좀 더 넓은 필드에서 전투뿐만 아니라 함께 모험을 떠나고 그 캐릭터의 매력을 만끽하는 경험을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엔드필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한 발자국을 내딛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맞춘 시스템과 장르를 덧붙여서 캐릭터와 함께 개척해나간다는 테마까지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각각 다른 장르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복잡다단해진 구조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듬는 과정에서 좀 허전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다른 장르가 서로 상호보완하는 순환 구조까지도 구축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캐릭터 게임으로서 필요한 각종 시스템과 모션 등 각종 사항도 세밀하게 구현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고, 전작의 맹점이었던 '켈시체'도 이제는 확실하게 다듬고 중간중간 박력 있는 연출 컷신으로 보완해 이야기의 맥도 원활히 이어지게끔 했습니다. 전작 명일방주를 알고 있다면 물론 더 깊이 알 수 있겠지만, 이를 모르고 있다고 해도 각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죠.



레바테인을 예로 들자면, 레바테인이 '수르트'였었던 것은 전작을 했던 유저라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수르트가 어떤 경위를 거쳐서 리컨비너를 남기고 왜 레바테인이라는 이름을 쓰는지 그 내막은 모르고 있죠. 반면 전작을 모르는 유저들은 왜 레바테인이 수르트였는지 모릅니다. 그런 두 유저층의 간극을 캐치, 왜 수르트가 레바테인이 되었고 수르트 시절의 레바테인이 어땠는지까지 '엔드필드'에서는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기억을 계승한 리컨비너들이 겪는 불안과 기억을 잃은 채 과거 있던 일을 풀어가는 관리자의 시선이 전작을 알고 있는 유저와 모르고 있는 신규 유저와 겹쳐지면서 어느 쪽이든 '레바테인'과 '관리자'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물론 어떤 게임이든, 모든 유저를 100% 만족시키는 게임은 없을 겁니다. 각 유저의 성향이나 취향이 다 제각각이니, 이를 다 맞추기란 어렵겠죠. 그렇지만 깊이 있는 장르를 이렇게 자신만의 색을 담으면서도 쉽게 풀어내고, 부담 없이 캐릭터의 매력을 제시하면서 함께 탐험하는 경험을 담아낸 '엔드필드'는 여러 유저들을 그 그윽함으로 끌어들일 매력이 확고한 작품입니다. 그런 만큼 서브컬쳐 유저가 아니거나 혹은 공장 시뮬 요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엔드필드'는 한 번 해보기를 권합니다. 아방가르드한 시도에 이를 어필하기 위해 치밀하게 짠 설계, 섬세하게 구현한 디테일의 신작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심지어 최적화도 정말 집요하게 해둔 만큼, 어떤 환경에서든 큰 문제 없이 즐길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