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혼돈의 확장팩 '한밤'

예측 가능했지만, 그보다 강했던 혼란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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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확장팩 중에서도 가장 야심넘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세계혼 3부작에서 두 번째를 차지하는 작품이자, '내부 전쟁'과 '마지막 티탄'의 중간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확장팩. 바로 '한밤'이다.

중간에 여러모로 역대급인 다른 게임의 리뷰를 진행하게 되면서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사실 큰 문제는 없었다. 여전히 쐐기는 열리지 않았고, 프리시즌 기간의 혼돈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3주가 지난 시점. '한밤'에 대한 리뷰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한밤(WOW: Midnight)
🏭 개발사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 배급사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 플랫폼PC
🎧 키워드#MMORPG #워크래프트 #확장팩
📕 출시일2026.03.03.
📝 리뷰 빌드프리시즌


장엄한 '사건'이 아닌, 사실적 '공감'이 주가 되는 서사


'한밤'의 서사 전반은 무척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전 확장팩인 '내부 전쟁'에서 플레이어와의 숨막히는 밀당 끝에 공허의 주도권을 틀어쥔 '잘아타스'가 공허 군세를 이끌고 태양샘을 침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잘아타스를 막아내기 위한 세력을 응집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들을 해결하고, 흩어진 힘을 하나로 뭉쳐가는 이야기다.

사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이전의 와우 서사들과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워크래프트의 세계에는 언제나 악의 세력들이 존재했고, 죄다 족치고 두들겨 패도 다음 확장팩 즈음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악이 태동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외계에서 왔든, 1만 년 넘게 아제로스의 어디선가 암약하고 있었든 말이다.



▲ 개근 중인 악역 당구공 누나

다만, 서사의 풀이 과정은 이전과 다소 다른 방향성을 띈다.

기존 와우의 서사는 대부분 '이벤트'가 주가 되어 흘러가는, '이벤트 드리븐'이었다. 가로쉬가 폭주해서, 실바나스가 리치왕 투구를 쪼개버려서, 군단이 대대적으로 아제로스를 침공해서 등. 이 서사의 뒷편에도 각 인물들의 내밀한 서사가 더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건 이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주가 되었다.

반면, 이전 확장팩인 '내부 전쟁' 이후의 서사 풀이는 그 흐름이 다소 다르다.

'내부 전쟁'의 트레일러는 어떤 거대한 하나의 사건을 보여주기보다는,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내면이 황폐해진 '안두인'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흐름 그대로 게임 내에서 게이머는 지하 세계에서의 대립과 동시에 안두인이 다시 빛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관측할 수 있다.

'한밤'의 경우 이보다 더 미시적이고, 공감 가능한 주제들을 풀어간다. 이번 확장팩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넷, 투랄리온과 알레리아,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아라토르'와 혈기사 군주 '리아드린' 이다.



▲ 싸움박질 하나는 기가 막히는 주인공 아라토르

게임 내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들의 여정을 따르며, 플레이어의 경험 또한 이를 따라간다. 아라토르의 서사에서는 부모님 없이 의탁 과정에서 자라나며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온 청년의 내적 갈등을 그리고, 리아드린과 함께하는 과정에서는 대의를 위한 통합의 여정과 고립주의와 개방주의라는 두 외교 이념의 갈등, 그리고 봉합 과정을 다룬다.

보다 복잡하게 펼쳐지는 투랄리온과 알레리아의 이야기에서는 빛과 공허라는 상반된 개념을 메타포로 삼아, 어떤 정의와 악도 사실 그리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내용을 다룬다. 빛에 경도되어 편협한 정의를 내세울 수도, 공허에 휩싸이면서도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말이다. 하란다르는 음...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빼 두자.

여하튼, '한밤'의 서사는 이렇듯 철저히 '인물' 위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주제들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어둠땅'의 경우 실바나스의 내면이 너무 복잡했던 나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면이 있었고, '격전의 아제로스'는 그 어둠땅의 프롤로그가 되다 보니 온통 사건과 사건으로만 서사가 풀려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와닿는' 흐름이라 말할 수 있다.



▲ 봉합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뒤에 서 있는 악마(?)는 내 캐릭터니 신경쓰지 말자...


뭔가 많아졌는데 그게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서사가 아닌, 콘텐츠적 요소에서 보면 '한밤'은 상당히 많은 무언가가 더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한밤의 추가 콘텐츠는 역시 '하우징'이다. 게임 내에서 각종 활동을 하면 이런저런 소품들을 얻고, 딱히 경쟁 없이 무한으로 복사되는 택지에 집을 올려 나만의 집을 꾸밀 수 있다.

그리고 출시 전부터 몇 번이나 예고했던 '사냥'이 있다. 필드마다 사냥감을 콕 찍어 지정한 후, 전역 퀘스트나 기타 활동을 하면서 흔적을 찾아 끝장내는 형태의 서브 콘텐츠로, 개별적으로 하기엔 다소 애매하지만 다른 활동을 하는 와중 함께 진행하기엔 썩 나쁘지 않은 형태의 콘텐츠다.



▲ 전역 퀘스트의 서브(?)로 함께 하게 되는 사냥

여기에 더해 '풍요'가 있다. 새로운 지역 곳곳에 위치한 동굴 속에서 진행하는 타임어택 콘텐츠로,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적들을 해치우고 떨어지는 자원을 모으느냐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그 밖에도 원래 존재하던 구렁, 용군단의 공성전이나 내부 전쟁의 연극처럼 일정 주기로 진행되는 주간 콘텐츠인 살데릴의 연회나 스토마리온 방어전 등이 현 시점 '한밤'의 콘텐츠들이다. 내부 전쟁에 비해 확실히 해야 할 건 늘어난 셈이다.

MMORPG의 라이브 서비스 측면에서 봤을 때, 콘텐츠의 확장은 사실 플러스면 플러스지, 마이너스가 될 일은 없다. 콘텐츠의 취사 선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할 건 많을수록 좋고, 그만큼 플레이 시간과 리텐션 또한 늘어날 테니 말이다.



▲ 기본적으로 와우는 할게 꽤 있는 게임이다. 악질은 전혀 아니지만

문제는 과연 이 수평적으로 확장된 콘텐츠들이 '재미'를 갖추었냐는 것인데, 아쉽게도 기대만큼 즐겁게만은 다가오지 않는다.

'하우징'은 생각보다 자잘한 소품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부류 콘텐츠의 목적인 '과시욕'을 채워주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집을 보게 되고, 웅장한 자태에 감명을 받아 '집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만들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최선임에도, 현재의 하우징은 이런 상황을 유도할 수 없다. 다른 이들의 집을 보려면, 그 사람의 집이 있는 인스턴스를 별도로 찾아가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심으로 자택을 꾸미는 유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이머적 시선에서 하우징은 딱히 끌리는 콘텐츠가 아니다. 10년도 더 전에 등장한 '아키에이지'의 하우징만 해도 이보다는 더 매력적이었는데, 다소 아쉬울 뿐이다. 차라리 아제로스 전역에 택지를 마련하고 부동산 위치를 경매나 거래로 교환할 수 있게끔 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오그리마 내 금싸라기 땅에 사는 게이머도 있을 테고, 실리더스에 은둔해 살아가는 게이머도 생겼을 테니 말이다.



▲ 아무도 찾지 않는 나의 집... 초인종을 너무 큰 걸 달았나?

'사냥'과 '풍요' 또한 확장팩의 간판 콘텐츠라 하기엔 미묘하다. 사냥은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뭔가 중심 콘텐츠라기엔 그 무게감이 약하며, 풍요는 전문 기술 성장을 위해 하긴 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냥 재미가 없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쌓이면서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은 게임'이 되어버렸다. 추가된 콘텐츠들이 저마다 각각의 재미와 보람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큰 의미 없이 해야 할 것들만 늘어난 기분이다. 콘텐츠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동시에 할 일이 적길 바라는 게 이중적인 면모라는 건 알고 있지만, 딱히 재미도 없는데 안 하면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인 것들이 많을 경우 게임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는 수많은 숙제 게임으로 단련된 게이머들이라면 알 것이라 생각한다.



▲ 오히려 뭔가 더 있을법해서 아쉬웠던 아르칸티나


애드온과의 이별, 그 이후


'애드온'이 사라졌다. 아마 한밤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동 사항일 것이다. 과거의 와우는 블리자드가 깔아둔 배경에 각종 애드온과 위크오라가 더해지며 완성되는 게임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블리자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면들을 보완하는 애드온들은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위해서, 나아가 MMORPG라는 장르에서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1인분을 해내려면 필수 요소에 가까웠다.

이 애드온들이 전부 사라졌다. 일을 하면서도 남몰래 부모님의 용돈을 타 쓰는 사회초년생과 같았던 와우가, 이제 스스로 다 할 수 있다고 독립을 선포한 셈이다. 그리고 이 여파는 단순히 '애드온이 사라졌다'에서 끝나지 않았다.



▲ 정들었던 커즈포지는 이제 보내주자

애드온의 삭제는 편의성의 감소로 이어졌다. 주요 기술들의 쿨다운 표시 기능이나 피해량 미터기, 보스 패턴 알림 등의 많은 기능들이 와우 자체 옵션으로 만들어졌지만, 기존 애드온이 커버하던 모든 부분을 감싸지는 못했다.

이 예상된 결과에 대한 블리자드의 예방책은 '대부분의 직업 조작 간소화'였다. 실제로 게임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술들이 통폐합되거나 간소화, 혹은 패시브로 변경되어 버리면서 눌러야 할 키가 훨씬 줄어들었다. '내부 전쟁' 때와 비교해도 그저 놀라운 수준이다. 이번에 추가된 '포식' 악마사냥꾼의 경우 이 방향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자원을 모아 탈태 후 몰아친다는 간단한 로직과 단촐한 스킬 구성 덕분에 칸의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줄 정도다.



▲ 시험 삼아 만져보다 '기술이 이게 진짜 단가?'하고 혼잣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부분의 기술들이 대거 수술을 받으면서 직업 밸런스가 와장창 무너져버리는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MMORPG의 리뷰를 할 때 나는 밸런싱에 대한 언급은 절대 하지 않았다. 업데이트나 핫픽스에 따라 밸런스는 너무나 쉽게 변하고, 또 역전되기 때문에 딱히 쓸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리뷰에서도 어떤 직업이 너무 강하거나 반대로 너무 약해서 문제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밸런싱이 너무 격하고, 동시에 급하게 일어난다는 건 블리자드가 현재 밸런싱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동시에 충분히 거론 가능한 문제점이다.



▲ 으이구 예상을 대체 어떻게 했길래!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밸런싱은 혼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정' 죽음의 기사 밸런싱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난국인데, 롤러코스터마냥 떨어졌다가 지표가 바닥을 치자 또 대규모 버프를 진행하는 등 도무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10% 이상의 수치를 한 번에 내리거나 올리는 등 너무 격한 조정 업데이트가 수시로 일어나니 게이머들도 감을 못 잡는 건 마찬가지다.

슬쩍 보면 애드온 기능의 대부분을 자체 기능으로 당겨오고, '애드온 탐구와 설치 과정'이라는 허들을 날려버려 더 깔끔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애드온의 공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부작용들이 튀어나와 이전보다 더한 혼돈이 열려버렸다.


초반은 불안의 연속, 나중에는?


긍정적인 시선에서 보면, 작금의 과정은 결국 '언젠가 맞이했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애드온이 소거되면서 격렬한 혼란이 벌어지긴 했지만, 결국 언젠가 와우라는 게임은 애드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옳은 방향인 것은 맞다. 애드온이 유저 표준이 되어버리는 순간 애드온은 신규 유저들의 진입을 막는 허들이 됨과 동시에, 게이머 간 경험의 차이를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하우징' 또한 아직 큰 매력이 있다기엔 시스템 정비나 접근성에서 다소 부족할 뿐, 게이머 각각의 '사가(Saga)'가 결국 중심이 되는 MMORPG에서는 일종의 로망이자 몰입의 근본으로 쓸 수 있는 소재다. 30년도 더 전에 서비스되었던 '울티마 온라인'에서도 하우징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정점 스킬도 '새 성장 트리'치고는 너무 평범한 편

다만 이 모든 것들이 엮이며 만들어진 부작용, 나아가 늘어지는 일정이 겹치며 지금의 '한밤'은 연어처럼 회귀하던 유저들이 다시 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폴리싱' 또한 이전의 와우와 달리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구렁 설정에 자꾸 브란 브론즈비어드가 등장하는 버그나, 미처 번역되지 않은 부분, 그리고 존대와 반말을 오가는 NPC들의 어휘까지 목격되는 것을 보면, 이전처럼 완성도 면에서 흠잡을 부분은 없는 와우라는 인식도 다소 옅어진다. 게임이 디자인 문제는 다소 있을지언정, 버그나 번역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던 와우 아니던가.

물론 '한밤'은 현 시점에서 다소 과도기적이고 혼란스러운 확장팩임은 맞지만, 아예 나쁜 확장팩이라 말할 수는 없다. 끝내 잘아타스의 손아귀에 떨어진 태양샘을 게이머와 연합 세력이 어떻게 되찾을지, 그리고 강제로 또 이별해버린 아라토르와 부모님의 서사가 어떻게 풀릴지는 그 자체로 무척 흥미로운 서사이며 훗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줄아만 대장정. 아는 트롤이 현실 친구보다 많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이 '필연적 혼돈'이 부디 이번 확장팩 내에서 봉합되길 바라며,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고도 길었던 와우의 서비스 역사가 언제나 웃음만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블리자드의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 공감이 쉬운 직관적 스토리텔링
  • 애드온 퇴출로 보다 쉬워진 접근성
  • 수평적으로 확장된 다수의 콘텐츠
  • 늘어났지만 딱히 재미를 느끼기 힘든 요소들
  • 격렬하게 들쑥날쑥한 초기 밸런싱
  • 번역 문제와 버그, 부족한 폴리싱

리뷰 플랫폼: PC (프리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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