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케팅 용어가 되어버린 '인디'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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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앤 다이노소어 개발사의 2026년 작 ©믹스테이프

'믹스테이프'라는 게임이 최근 출시되면서 한 가지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 이 게임이 과연 '인디'가 맞느냐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20여 곡에 달하는 상업용 라이선스 음악이 삽입됐다. 아티스트 한 곡의 상업용 라이선스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적잖은 제작비가 투입된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인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으며, 메타크리틱 85점, 오픈크리틱 87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과연 이 게임이 인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비슷한 논란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는 2025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9관왕을 달성하며 인디 게임 부문 상까지 거머쥐었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33명 규모의 팀으로, 제작 퀄리티와 스케일은 통상적인 인디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 2025년 GOTY로 평가받았지만, 인디 여부를 두고는 업계 안팎에서 논쟁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노골적이다. 현재 스팀에서 스스로 '인디' 태그를 붙인 게임은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 이 중에는 여러 국가에 지사를 두고 수십 명이 개발에 참여한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인디'라는 태그는 누구나 자의적으로 붙일 수 있으며, 이를 검증하는 곳은 당연히 없다.

이 혼란의 뿌리는 명확하다. '인디'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거대 퍼블리셔의 자본과 통제로부터 독립된 게임을 뜻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전적 혹은 미학적 독립성, 주류를 벗어난 문화적 아이디어 등 여러 기준이 혼재하며, 그 어떤 단일 척도도 인디와 비인디를 명쾌하게 구분 짓지 못한다.

일본의 '동인' 문화나, 서구권과 동아시아 시장 중 어느 곳에서 흥행했는지, 혹은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했는지에 따라 동일한 게임도 다르게 분류되곤 한다. 결국, 인디 게임을 명백하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이전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디'라는 기준의 모호함은 단순한 개념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이득으로도 직결된다. 업계 내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는 평론가들이 인디 게임을 평가할 때 이른바 '곡선 채점(Graded on a curve)'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결함이라도 대형 게임사의 작품에서는 혹평의 대상이 되지만, 인디 게임에서는 "소규모 팀이 만든 것치고는 훌륭하다"는 관대한 시선을 받는다. 이는 특정 평론가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인디'라는 타이틀이 형성하는 구조적 기대치의 차이다.

가격 정책도 한몫을 차지한다. 2023년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서 험블 게임즈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게임 가격이 25달러를 넘어서는 순간 소비자의 기대치는 급상승하며 대작 타이틀과 직접 비교를 시작한다. 역으로 인디 가격대에서는 애초에 기대치가 낮게 설정돼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순수성과 독창성을 상징하던 '인디'라는 단어가 어느새 마케팅 용어로 전락하고 있다. 정의가 없으니 검증도 없고, 검증이 없으니 제지도 없다. 그리고 이 타이틀이 평가의 방어막으로 계속 작용하는 이상,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우리가 특정 게임을 평가할 때, '인디'라는 꼬리표 하나에 무비판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디'는 게임의 무조건적인 품질 보증 마크가 아니다. 그 타이틀이 편리한 면죄부로 전락하는 순간, 진정한 인디의 가치도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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