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2년 전이다. '철권8'은 출시 첫날 스팀 동시 접속자 5만 명을 모았고, 그해 연말 더 게임 어워드와 D.I.C.E.에서 나란히 올해의 격투 게임상을 받았다. 누가 봐도 30년 시리즈의 정점이었다.
그 자리가 지금은 휑하다. 동시 접속자는 6천~7천 명대로 주저앉아 출시 초기의 8분의 1이 됐고, 스팀 최근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에 머물러 있다. 시리즈를 30년간 끌고 온 두 핵심 개발자는 반년 사이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정점을 찍은 간판이 가장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대체 무엇이 '철권'을 여기까지 끌고 왔나. 개발진의 연이은 이탈, 시즌을 거듭하며 무너진 게임성과 운영, 경쟁작에 내준 흥행.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시즌3 신규 캐릭터로 분위기를 돌리려 하지만, '철권'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 📒 | - 하라다 총괄 프로듀서(2025년 말)에 이어 이케다 디렉터(6월 1일)까지 퇴사, 머레이 단독 체제로 전환 - 동시 접속자는 출시 초기의 8분의 1·경쟁작 '스파6'의 5분의 1 수준으로 역전 - 시즌3 '쿠니미츠'와 마지막 캐릭터 '한마 유지로', 반전을 노리지만 회생 여부는 미지수 |
반년 새 떠난 두 핵심 축

먼저 무너진 건 사람이었다. 2025년 12월 8일, '철권의 아버지'로 불리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하라다 카츠히로 총괄 프로듀서가 공식 X(옛 트위터)에 글을 한 편 올렸다. 2025년 말 회사를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1990년대부터 시리즈 개발과 프로듀싱을 도맡아온 그가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라다 PD는 "오랫동안 몸담아 온 철권 시리즈가 30주년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고, 지금이 매듭을 짓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은 팀은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다음 날인 12월 9일, 철권팀은 "하라다 PD가 소중하게 여겼던 '커뮤니티와의 대화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변함없이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전 세계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철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떠난 베테랑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다짐은 반년을 못 갔다. 2026년 6월 1일, 시즌3 개발을 이끌던 이케다 코헤이 디렉터까지 SNS로 퇴사를 알렸다. 그는 2008년 '소울칼리버4'로 개발에 입문해 '철권 태그 토너먼트2'부터 시리즈에 합류했고, '철권7'부터 디렉터를 맡아 하라다 PD, 마이클 머레이 프로듀서와 핵심 3인 체제를 이뤘다. 이케다 디렉터는 퇴사 글에서 "더 밸런스 좀 잘 맞춰라"라는 유저들의 질타조차 게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 힘이었다고 돌아보며, 다음 바통을 팀원들에게 넘겼다.
두 사람이 잇따라 떠난 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하라다 PD는 30년간 시리즈의 세계관과 스토리, 대외 소통을 책임진 얼굴이었고, 이케다 디렉터는 실제 전투를 설계한 현장 책임자였다. 방향을 잡던 머리와 그걸 게임으로 빚어내던 손이 반년 만에 한꺼번에 빠진 것이다. 베테랑이 떠난 뒤 시리즈가 길을 잃은 사례는 업계에 흔하다. 더구나 프로젝트를 홀로 떠안은 머레이 프로듀서는 출시 초부터 밸런스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라, 유저들의 불안은 더 구체적이다.
신뢰 갉아먹은 운영과 게임성

리더십 공백이 유독 뼈아픈 데는 이유가 있다. '철권8'은 이미 게임성과 운영 양쪽에서 유저 신뢰를 적잖이 잃은 상태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24년 1월 26일 나온 '철권8'은 메타크리틱 90점대로 출발해 더 게임 어워드 2024와 D.I.C.E. 어워드에서 올해의 격투 게임상을 받았다. 균열은 공격을 강하게 부추기는 '히트 시스템'에서 시작됐다. 수비할 길이 좁아지자 유저들 사이에선 '15초간 뒤로 빼다 지는 게임'이라는 자조가 돌았고, 새 시스템과 길어진 콤보가 되레 진입장벽만 높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즌2에서 불만이 터졌다. '잭'의 이른바 '건강 박수' 같은 치명적 버그에 과한 콤보 화력까지 겹치자 스팀 최근 평가는 '압도적으로 부정적'까지 떨어졌다. 노골적인 현질 유도나 제작사 추문에 대한 평점 시위에서나 나오는 등급으로, 순전히 게임성 때문에 이 평가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기본으로 돌아간다(Back to Basics)'를 내건 시즌3마저 첫날부터 '건강 밟기', '건강 꿀밤'이라 불린 신규 버그성 기술에 발목을 잡혔다.
운영을 향한 피로도 쌓일 만큼 쌓였다. 멀티플레이의 핵심인 넷코드를 외주로 맡긴 탓에 성능 문제를 근본적으로 손대기 어렵다는 점, 사양을 많이 타는 최적화, 부분 유료화 상점 '테켄샵'의 품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2026년 4월 1일 기준 메타크리틱 점수는 90점을 지키지만, 스팀 종합 평가는 '복합적', 최근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에 그친다. 평론가 점수와 유저 체감 사이가 그만큼 벌어졌다.
동시 접속자 수는 8분의 1토막, 경쟁작에 역전
흥행 성적이 이 모든 우려를 숫자로 말해준다. 발매 첫날 '철권8'은 스팀 동시 접속자 약 5만 명을 찍으며 '철권7'의 역대 최대 동접(약 1만 8천966명)을 두 배 넘게 앞질렀다. 출시 한 달 만인 2024년 2월 26일 전 세계 판매량 200만 장, 2025년 2월 25일 300만 장 돌파를 잇따라 알렸다. 출발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흥행작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제품 수명주기가 중반에 접어든 2026년 2월, 스팀 일일 최대 동접은 6,000~7,000명 선까지 내려왔다. 출시 초기의 약 8분의 1이다. 같은 시기 경쟁작 '스트리트 파이터6'가 3만~3만2천 명 선을 지키는 것과 견주면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전세대 '철권7'이 '스트리트 파이터5'를 흥행에서 크게 앞섰던 구도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시즌2 여파로 대회 참가 인원과 시청자 수까지 구작 시절보다 줄었다.
'쿠니미츠'·'한마 유지로' 반전은 성공할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철권팀은 시즌3 신규 캐릭터를 꺼내 들었다. 첫 주자는 '철권7'에서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 쿠노이치 '쿠니미츠'다.
마이클 머레이 프로듀서는 쿠니미츠 출시 인터뷰에서 밸런스 우려를 정면으로 의식했다고 했다. 머레이 프로듀서는 "쿠니미츠가 '철권7'에서 강했던 캐릭터라 8의 히트 시스템과 맞물려 더 세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밸런스 팀에 처음부터 성능을 끌어올리기보다 적절한 선에서 출시하자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DLC 캐릭터들이 다루는 재미는 있어도 최상위 티어는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밸런스 팀이 시즌2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카드는 한층 묵직하다. '바키' 시리즈의 '지상 최강의 생물' 한마 유지로다. 2026년 5월 25일 티저 트레일러가 공개됐고, 등장은 2027년 초다. '철권8'은 그동안 파이널 판타지 XVI의 클라이브 로즈필드 같은 콜라보 캐릭터가 시스템에서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마 유지로는 무기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캐릭터라 원작 재현과 게임 적응 양쪽으로 기대가 모인다.
밸런스에서도 회생의 신호가 보인다. 시즌3 초반 혹평 직후 나온 디플레 패치(v3.00.02)는 과한 리턴을 덜어내는 쪽으로 '진짜 Back to Basics'라는 호평을 받았고, 뒤이은 v3.01.01 패치도 히트 시스템의 지나친 이득을 손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칭 시스템 개편 역시 시즌3에서 모처럼 호평받은 대목이다.
머레이 단독 체제의 '철권8'은 떠난 두 베테랑의 빈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바닥을 친 평가와 흥행을 끌어올려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떠안았다. '철권'은 30년간 격투 게임을 대표해온 간판이다. 그 간판이 리더십 교체와 흥행 부진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규 캐릭터와 단계적 패치가 반전의 불씨가 될지, 남은 시즌3가 시리즈의 앞날을 가를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