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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밀무역 (27)

퀘드류
조회: 1194
2011-05-17 08:42:54

과연 마법사란 어떤 존재인가? 마법사에 대해 일반에 밝혀진 바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이 나돌 뿐이었다. 기실 그런 추측들도, 마법사는 수명이 보통 사람의 배라거나, 인육을 즐겨 먹는다던지 하는 허황된 소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소문들 중에서 그나마 사실에 가까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법사의 강력한 마법에 대한 소문이었다. 수련 마법사라는 딱지를 떼고 정식으로 마법사라고 인정받은 족속들은 강력한 마법적 힘을 가지고 있었고, 몇몇 전설적인 마법사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였다. 게다가 마법사 중에서도 인간족 마법사는 극히 드문 존재였다. 지금 로자레일의 눈앞에 있는 레토라 대령이 젊은 나이에 대령이라는 요새의 사령관 자리에 오른 것을 보면 마법사라는 존재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략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후후, 정식으로 소개드리겠습니다. 광대한 빛을 추구하는 지모라디보 학파의 메이지(mage) 라르고히 쉬보 레토라 라고 합니다.”

 

레토라가 눈을 빛내며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겉으로는 정중한 예법이었지만, 숙여진 고개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모습이라거나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 눈빛은 분명 그의 정중한 인사가 형식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흥! 흥!”

 

어느새 로자레일의 머리에 매달린 애나벨이 연신 콧바람을 내뿜으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시 봐도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수 세기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네 쌍의 날개를 가진 페어리가 이렇게 제 눈앞에 있다니! 그 고결한 날개의...”

 

레토라가 크게 감탄했다는 듯이 다양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주저리주저리 말을 길게 늘어  놓기 시작했다. 이제 레토라에 대한 로자레일의 판단은 대단한 마법사라기보다는 쉬지 않고 입을 놀리는 굉장한 수다쟁이로 수정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사여구로 점철된 레토라의 일장 연설이 드디어 끝났을 때에는 파롱만이 처음과 다름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베로쉬는 창밖을 바라보며 딴 생각에 잠겨있었고, 애나벨은 파롱과 베로쉬에게서 더 이상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로자레일의 머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

 

“후후, 그건 그렇고. 여기 로자레일 선장님과 미처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누어 볼까요? 그럼 베로쉬님!”

 

레토라가 창밖을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던 베로쉬를 부르며 손짓하자, 베로쉬가 얼른 자세를 고치고 로자레일에게 다가왔다.

 

“으음...”

 

그 모습에 로자레일이 침음을 삼켰다. 다가오고 있는 베로쉬가 금방이라도 폭력을 행사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애나벨이 마법을 쓴다고 하더라도 레토라가 있는 이상 아까처럼 마법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고, 설사 저 세 명을 제압할 수 있더라도, 다른 선원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기에 단시간 내에 탈출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어서, 로자레일은 반항할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로자레일은 자신에게 행해질 폭력을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어..?”

 

“쫄지 말라고. 애송이 선장. 큭큭.”

 

로자레일은 자신을 포박하고 있던 밧줄을 풀고 뒤로 물러나는 베로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주먹이 날아와 자신을 제압하고 무릎 꿇릴 줄 알았는데...’

 

“앉으시죠.”

 

“아...”

 

레토라의 권유에도 작금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로자레일이 멍하니 서 있자, 베로쉬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파롱이 그런 베로쉬를 눈빛으로 제지하고 로자레일의 팔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혔다. 애나벨이 파롱을 노려보긴 했지만, 애나벨도 레토라를 의식해서인지 흥!하고 고개를 돌릴 뿐 파롱의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후후,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더군다나 선물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 물론 고결한 페어리님 덕분에 약간의 방해는 있었지만 말입니다. 약간이죠, 아주 약간!”

 

엄지와 검지로 약간을 표현하며 말하는 레토라의 의중에는 애나벨의 마법이 그저 약간의 방해밖에 되지 않는 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 했다.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레토라 본인만이 알겠지만.

 

“10골드!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양손을 펼쳐 보이며 외치는 레토라의 말에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로자레일이었다. 눈앞에서 펼쳐진 두 마법의 격돌에 놀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분명 레토라는 배에 실려 있는 곡물과 과일을 산다는 말을 했었다. 비록 그때는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지만, 지금 보니 사실인 듯 했다.

 

“좋소. 아니, 좋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자존심이라도 지켜보자는 생각에 강경한 말투가 나왔었는데, 살수도 있고 더군다나 거래를 할 수도 있다니, 상인으로써 그를 대하자고 마음을 먹으며 급히 공손한 말투로 정정했다. 포박이 풀려 마음이 편안해진 탓도 있었다. 어쩌면 레토라는 이것을 노렸는지도 몰랐다.

 

“후후, 시원해서 좋습니다. 단!”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면...?”

 

로자레일이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키며, 레토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식량을 가져오셔야겠습니다.”

 

“식량을 군납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이번에는 이해가 빠르네요, 후후. 1년에 4번 추수기에는 이번과 같은 양으로! 그 외에는 이번의 절반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이라는 말이 거슬리고, 묻고 싶은 말이 태산 같았지만 로자레일은 일단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을 믿고 로자레일 선장님을 그냥 보내겠습니까? 작은 제약을 하고 싶은데 동의하십니까? 아, 물론 정신적인 것은 아니고 식량만 제 때 납부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후후.”

 

“거절한다면...”

 

“만약 거절한다면...후후, 죽음뿐입니다.”

 

로자레일의 말을 자르며 레토라가 대답했다. 약속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웃는 꼴이 못미더워 물어보려 했던 것인데, 어차피 거절을 하면 죽인다니 로자레일로서는 승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로자레일이 승낙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레토라가 실험대로 보이는 책상의 서랍을 열고 가져온 검은 목함 안에는 한 마리의 징그러운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삼키라는 말에 로자레일은 기겁했지만, 파롱과 베로쉬가 일시에 달려들어 입을 벌리고 레토라가 로자레일의 입속에 집어넣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벌레의 꿈틀거림을 끝으로 로자레일은 기절해버렸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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