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소설/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CAPTAIN - 노예시장 (34)

퀘드류
조회: 4465
2011-05-24 23:25:38

모든 사람들이 경매 진행인이 가리키는 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문이 열리면서 거구의 흑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아고고였다.

 

아고고는 헤어질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생소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 아고고는 수수한 옷을 입고 있을 때와는 너무도 달라서, 전에 그 사람이 맞나 헷갈릴 정도였다.

 

“자! 베레로크 최초의 귀족 노예! 아고고입니다! 놀라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분명 놀라셨을 겁니다! 미천한 노예가 아닙니다! 족장출신의 고귀한 혈통을 가진 노예입니다! 10골드부터 시작합니다! 예, 그렇지요! 바로 10골드 나왔습니다!”

 

아쓰와드 대륙의 흑인 노예는 노예상인에게 팔린 부족노예가 대부분이었다. 즉, 원래부터 노예였던 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 외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예를 들어, 비(非)제국인에게 노예사냥을 당한다거나, 제국의 군인이 죄를 짓고 노예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끔 있었고, 마지막으로 부족장의 혈통이 노예가 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이례적이었다.

 

“본인이 직접 자신을 파는! 우리의 아고고! 절대! 노예사냥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예, 20골드 나왔습니다!”

 

로자레일이 직접 아고고를 베레로크로 운송해준 만큼, 아고고가 노예사냥을 당한 것이 아님은 로자레일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고고는 누군가에게 사냥당할 만큼 나약하지도 않았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아고고가 베레로크로 와야 했던 이유가 자신을 노예로 팔기 위함이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벌써 25골드! 그러나 아고고는 25골드짜리가 아니죠! 그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을 겁니다! 자, 26골드!”

 

한쪽에서 입찰을 알리기 위해 들어 올린 손이 미처 내려오기도 전에 다른 쪽에서 더 높은 가격에 입찰을 하고 있었다. 눈치싸움도 없이 우후죽순으로 경매참가인들의 손이 오르내렸다.

 

“휴우….”

 

로자레일이 무서운 기세로 폭등하는 아고고의 가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일행이 앉아 있는 왼편이 아닌 오른편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로자레일이 오른편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한 노신관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옷차림으로는 바다의 신, 네뮬라다를 믿는 신관인 것 같았다.

 

그는 조그맣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앉아있는 로자레일에게는 매우 잘 들렸다.

 

“아, 자신이 자신을 팔다니…. 어찌 하늘이 내려준 권리를 팔 수 있단 말인가.”

 

방금 전에 깨달은 바도 있고, 결심한 바도 있었기에 신관의 중얼거림은 로자레일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해군학교에서 배운 해양지식과 검술은 있을지언정, 학문이나 교리에 밝지 못한 로자레일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 노신관은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얼굴을 찌푸린 채 경매장을 떠나버렸던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권리’라는 말을 곱씹은 로자레일은 다시 경매에 집중했다. 아고고의 가격은 벌써 35골드에 육박했다.

 

로자레일이 노예경매에 참가한 이유는 사실 아고고가 탐났기 때문이었다. 로자레일 자신이나 마르탱, 제브릭은 싸움이 벌어져도 능히 제 한 몸 건사할 만한 실력이었지만, 로자레일 일행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의 해적들과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고고가 있다면 10~20명 많은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탐난다고 해도, 아고고의 가격이 이렇게 높아진다면, 아고고를 사려고 했던 로자레일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로자레일이 고민하고 있을 때, 마르탱이 로자레일에게 말을 건넸다.

 

“선장님, 아고고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음….”

 

로자레일이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자 마렐이 덧붙였다.

 

“선장님, 수중에 돈이 얼마 없습니다. 이걸로 아고고를 사려면 큰 출혈을 감소해야 합니다.”

 

“지금 소지금이 정확히 얼마나 되지?”

 

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로자레일이었으나, 금액의 출납을 기록하는 것은 마렐이었기에 그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물론 로자레일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수첩을 뒤적이던 마렐이 대답했다.

 

“124골드 31실버가 남아있습니다.”

 

이 금액은 로자레일이 말론에게 따로 받은 50골드를 제한 금액이었다.

 

“음, 아고고 한 명을 사는 것이 날까, 일반 노예들을 더 많이 사는 것이 날까.”

 

“농사짓는데 부리실 생각이라면 일반 노예를 많이 사는 것이 나을 테고, 배에 태우실 생각이시라면 아고고를 사는 것이 낫습니다.”

 

“농사라….”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손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배에 태울 것이라면 입이 적으면서 열사람 이상의 몫을 해줄 아고고를 태우는 것이 좋았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이번 항해의 주목적이 메데이로스 섬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노동력을 구하는 것이니 만큼 아고고를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로자레일의 머릿속에는 아고고를 얻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굳이 그의 무력이 아니더라도 그가 노예가 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강하게 지배했다. 노신관의 중얼거림이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도 몰랐다.

 

의견을 수용할 수 있을지언정 결정은 로자레일의 권리이자 의무였다. 로자레일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간에 잘못되었을 시의 비난은 온전히 로자레일의 책임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로자레일이 결정을 내렸다.

 

“아고고를 산다. 남은 돈으로 어린 노예들을 사도록 하고, 부족한 수는 다음 기회에 구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로자레일이 결정을 내리자, 마렐과 마르탱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경매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상태였다. 드문드문 손이 올라오면서 1골드씩 가격이 상승했다.

 

“자! 39골드! 나왔습니다! 40골드를 넘기느냐! 마느냐! 넘길 것인가! 아, 넘깁니다! 40골드!”

 

아고고에 대한 경매가 막 시작되었을 때처럼 빠른 속도로 금액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40골드! 더 이상 없습니까! 40골드!”

 

40골드를 넘어서자, 더 이상 올라오는 손이 없었다. 몇몇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굳게 마음먹은 로자레일이 소리쳤다.

 

“50골드!”

 

“오, 오십 골드! 나왔습니다! 오십! 골드! 한 번에 50골드 입니다!”

 

경매장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로자레일에게 모였다. 로자레일은 전혀 위축됨이 없이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노예에게 50골드라는 거금을 투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사치에 불과했다. 여태 경쟁을 하던 사람들도 40골드를 넘어서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어쩌면 40골드를 부른 사람도 자존심 싸움에 괜한 돈을 썼다고 후회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50골드! 더 이상 없습니까? 자, 열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경매진행자가 열을 세는 동안 몇몇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아고고는 50골드에 낙찰되었다.

 

말론에게 따로 받은 50골드를 감안한다면, 감수할 만한 출혈이었다.

 

50골드를 지불한 로자레일은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팔다리에 족쇄가 채워진 아고고를 마주대했다. 로자레일 일행의 면면을 확인한 아고고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로자레일은 아고고에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또 만났군!”

Lv33 퀘드류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