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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PATAIN - 각성 (37)

퀘드류
조회: 841
2011-05-29 21:10:38

로자레일은 데제와 브리엘을 따라 곧바로 여관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 데제와 브리엘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로자레일이 따라 나오는 동안 골목으로 숨어든 것 같았다.

 

로자레일이 여관 앞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맞은 편 건물의 처마 밑에 한 거지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다른 곳에서 자다가 비를 피해 그곳으로 온 모양이다.

 

그가 얘들을 보지 않았을 까 싶어,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 여자 애들 두 명 못 봤소?”

 

거지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로자레일은 쓰게 웃으며 10쿠퍼 동전을 쥐어 주었다. 여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동전을 비추어본 거지는 이번에도 말없이 여관 우측의 골목을 가리켰다.

 

“고맙소.”

 

제대로 걷지 못하는 데제가 함께 갔으니, 분명 멀리 못 갔을 터였다. 설혹 데제가 같이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녀의 걸음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겠는가.

 

로자레일이 거지가 가리킨 골목길에 접어들자, 예상대로 얼마가지 못한 데제와 브리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브리엘이 데제를 부축하고 걷고 있는 것을 본 로자레일은 두 사람을 바로 낚아채어 여관으로 끌고 가려다가 생각을 바꾸어 조용히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도대체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탈출을 감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데제와 브리엘은 굽이친 골목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들이 마친내 도착한 곳은 어느 외딴 다리 밑이었다. 아이들은 다리 밑의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역시 죽었어.”

 

“흑흑.”

 

대화소리는 들렸지만, 데제와 브리엘이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 죽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로자레일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브리엘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의 사체였다.

 

‘그깟 고양이 때문에 그런 고통을 감수한다고?’

 

로자레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목숨과 고양이의 목숨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는 정해져 있다.

 

“흑흑, 야옹아….”

 

“가자, 이곳은 위험해.”

 

데제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브리엘은 고양이를 땅에 묻어주고서야 일어섰다. 그들은 조용히 기둥에 기대 있는 로자레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로자레일은 그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정말 고양이 때문에 탈출한 건가?”

 

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데제는 말없이 이를 꽉 물었다.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탈출할 방도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모양이다.

 

브리엘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훌쩍였다.

 

“생명은 소, 소중한 거예요. 흑흑.”

 

피식, 웃은 로자레일이 데제를 바라보았다. 너는 할 말 없냐는 뜻이었다.

 

데제가 놀란 눈으로 로자레일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싶어 로자레일이 고개를 돌린 순간, 데제가 브리엘의 손을 잡고 달렸다.

 

그러나 속은 것을 안 순간, 로자레일의 몸이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갔고, 로자레일은 순식간에 데제의 목덜미를 낚아채 버렸다.

 

“놔줘!”

 

데제는 양손을 휘저으며 로자레일의 팔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눈치 챈 로자레일은 팔을 흔들어 데제가 물지 못하도록 했다.

 

“리엘, 도망가!”

 

브리엘은 데제가 잡혀버리자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했다.

 

“어쩌지, 어쩌지….”

 

로자레일이 브리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돌아가자.”

 

잠시 생각하던 브리엘이 로자레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는 따라갈게요. 대신에 데제는 놓아주세요.”

 

“안 돼! 난 리엘이랑 같이 갈 거야!”

 

“좋아, 그럼 사이좋게 같이 가면 되겠구나.”

 

“싫어! 나는 노예가 아니란 말이야!”

 

부어오르고 멍든 얼굴로 침을 튀기며 반항하는 데제 덕분에 로자레일은 골치가 아파왔다. 그리고 어린 애들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라 데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난감했다.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어차피 데제와 브리엘을 노예로 삼으려고 데려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너를 노예에서 해방해주지.”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이 아니다.”

 

한 번 더 부정하려던 데제는 로자레일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로자레일은 50골드짜리 노예를 그냥 보내주겠다고 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지 않은가.

 

“좋아요. 그럼 우리를 보내줘요.”

 

“그건 안 되지. 너희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50실버는 어떻게 할 거지?”

 

“그, 그건…. 아! 커서 갚을 게요. 우리가 돈을 벌어서 나중에 갚으면 되잖아요. 두 배로 갚을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데제는 일단 도망치면 로자레일을 볼 일은 두 번 다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로자레일은 데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눈치 챘다. 어차피 데제와 브리엘을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흑인 노예들이야 굳이 통역을 하지 않아도 간단한 일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로자레일이 구상하고 있는 서 아쓰와드 해상교역에는 통역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자. 내가 너를 고용하지. 물론 월급도 주겠어. 그러면 너는 그 돈을 모아서 나한테 50실버를 갚는 거야. 이자는 빼주지.”

 

“얼마 주실 건데요?”

 

“한 달에 50쿠퍼. 대신 열심히 일하면 월급도 올려주고 통역을 하면 추가 수당도 주지.”

 

데제는 속으로 이해타산을 따져 보았다. 선원의 일당이 보통 50쿠퍼에서 1실버였다. 로자레일은 자신이 어리다고 월급을 후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구걸을 해도 그것 보다는 많이 벌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예에게는 이정도 대우도 과분한 것이었다.

 

‘물론 나는 노예가 아니지만, 저 사람은 인심을 쓴 거겠지.’

 

생각을 정리한 데제가 결심한 듯 말했다.

 

“식대는 제외겠죠?”

 

로자레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을 따라 가겠어요.”

 

“선장님이라고 불러라.”

 

“넵, 선장님!”

 

“놀고들 있네, 흐흐흐!”

 

로자레일과 데제, 브리엘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음습한 목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건장한 사내 대여섯 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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