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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항해일지] Go, Go, 고메즈!! (1) 기분전환용술통

누노고메즈
댓글: 4 개
조회: 1157
2005-10-03 11:53:46
"....어이, 선장. 이거 또 갑판이 지저분해졌는걸?"


"고반씨,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면서 뭘 보고까지 해요? 브러시 쓰시면 되잖아요? 알만하신 분이 왜그러세요?"


가뜩이나 책에서 본 지도와 지금 항로가 맞지않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저런 사소한 선원들의 불만을 듣자니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만 함선의 최고참인 고반씨에 억양을 한 옥타브 높여버렸다. 그때문에 덩달아 고반씨의 그 특유의 고집센 얼굴에도 힘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몰라서 그런답디까, 선장나리? 내가 지금 몰라서 그래?!! 앙!!!!"


고반씨의 표정이 슬슬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슬슬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십니까? 조용히 말씀하세요."


"똑똑한 선장나리가 애새끼들한테 낚시질만 안 시키면 갑판이 매번 더러워질 일도 없잖아!!!!"


"지금 정어리 한마리도 없어서 못 먹는데 갑판 좀 더러워지면 어때요?"


인도까지 흘러들어오면서 제법 돈을 모아 은행에다 모아두었지만, 역시 선원들 먹일 빵값은 쬐끔 아까웠다. 그래서 조금 빠듯하게 싣고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예정된 항해일을 초과해서 어느새 가져온 빵은 다 떨어지고 만것이다.


"내가 애당초 자네에게 한 20일분은 더 넉넉히 싣자고 했잖아!!! 망할 놈의 섬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면서 지도 한장있으면 다야?!! 게다가 인도 동쪽이 어디야?? 뭔 보도 듣도 못한 곳을 가자고 그러니 내가 열 안받게 생겼어!!!"


"이보세요, 고반씨!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늦어도 하루이틀사이에 곧 섬이 발견될 겁니다. 그렇게 선장을 못 믿겠으면, 여기서 내려서 돌아가세요."


"뭐가 어쩌고 어째?!!! 오냐, 그래. 나 여기서 쉬파 이 인도에서 물고기 밥이 되불란다!! 어차피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기로 한 몸!! 니깟 쏨뱅이 같은 새끼랑은 나도 더러워서 더이상 같이 일안해!! 관둬 둬, 이새끼야!!"


고반씨가 획 돌아서서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게 라스팔마스에서 저 양반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앞바다에서 식인상어에게 페르난도군이 잡혀먹히지만 않았어도, 저 양반이랑 인도까지 스트레스로 피로쌓이면서 올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같은 고향아저씨라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줬는데 저 모양이라니.... 턱수염이 제법 희끗희끗하던데 이번 기회에 아주 은퇴를 시켜버릴까보다.







똑똑!


"선장님, 저 후안입니다."


"들어오세요."


잘 생긴 에스파니아 청년이 들어섰다. 후안, 이 친구는 나와 함께 오랜 항해를 함께 해온 친구였다. 곱슬거리는 갈색의 긴 장발에다 매력적인 보이스가 인도에서도 먹히고 있었다. 흐음.... 그런 점에선 약간 불만이다.


"저기 선장님. 아저씨가 저러시는 거 너무 탓하지마세요. 일부러 저러시는 거에요."


"그렇겠지요. 빵값아끼는 선장 흉보려고 일부러 저러시는 것이겠죠."


"선장님도 참... (은근히 속 좁으시다니까요;;) 아저씨, 다른 선원들이 먼저 불만이라도 터트릴 까봐, 일부러 저러시는 거에요. 아저씨 저래보여두 고향후배가 이렇게 어엿하게 카락선장이 되어서 왕성사람들이랑 알고 지내는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한다구요. 좀전에도 아저씨가 제일 열심히 고기 잡으셨다구요."


"......."


"아저씨가 잘 표현 못 하셔서 저렇게 먼저 성질부터 내시는 거니까, 선장님이 이해해주세요. 아셨죠?"


생긴 것도 준수한 청년이 눈웃음을 살살치면서 살갑게 구니, 짜증스러운 맘이 조금 누그러졌다. 고반씨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말이지.... 나는 나 하나 잘나서 왕궁으로부터 준팔등훈작사 같은 작위도 받았다는 생각에 선원들을 조금 무시했던것은 사실이었다. 힘든 항해에 죽어갔던 선원들도 많았는데......







후안이 나가고 나서 난 알렉산드리아에서 산 탬버린을 꺼내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을땐, 고향의 노래에 맞추어 탬버린을 치면서 몸을 흔드는 것이 최고다. 가벼운 리듬에 몸을 맡기다가 어느새 나의 춤추는 탬버린이 뜨거운 열정의 폭풍에 막 난파되려고 하던 찰나.


"오오!!! 섬이 보인다!!!!"


"섬이다!!!"


선원들의 함성소리에 난 갑판으로 뛰쳐나갔다!! 드디어 미쳐 책에 다 쓰여지지않았던 '안다만 제도'를 발견해 낸것이다!! 이로서 나의 세계지도의 퍼즐 조각은 또 한 조각 모아진 것이다!!!


"흥. 어쩌다 소 뒷걸음질치다가 찾은 걸가지고 뭐 대단한 일이라고."


빠직! 갑판 저 쪽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인간이 나의 지리학적인 재능을 비웃는 것인가를 확인하려고 뒤돌아보니, 저 쪽에서 고반씨가 브러시로 갑판의 얼룩들을 지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밥값은 제대로 하고 계시는군요. 뭐, 일단 몇 년은 더 배에서 살 수 있겠네요. 고반씨.'


파란 바다위에 보석처럼 푸르르게 떠 있는 초록의 땅.
이 땅을 다시 찾게 된 데는 나 하나의 잘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서 걷는 자들의 생의 기록과 그 뒤를 걷는 자들의 고된 연구, 그리고.....
그 고된 길을 언제나 늘 같이 걸어준 자들의 땀과 우정이 함께 있었다.


"저기. 후안군."


나는 조용히 후안을 불렀다.


"오늘 저녁엔 창고에서 술통을 좀 꺼내두세요. 다른 사람들에겐 섬을 찾은 기념으로 기분 전환이나 하자고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고반씨보고 대구와인찜 좀 몇개 만들어놓으라고도 전해주세요. 늙은이가 통 일은 안하니 정말 걱정이에요."


"훗. 네. 알겠습니다. 선장님.(하여튼 솔직하지 못하시다니까요.)"






....고반씨. 나도 쓸땐 쓴다구요.

Lv23 누노고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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