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개발자의 변] 자동사냥은 왜?

안녕하세요.

아직은 짧은 경력이지만,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자칭 '시스템 디자이너', 폰타플렛입니다.

요즘 자동사냥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네, 자동사냥. 저도 참 싫어하는데요.

기억력이 좋거나 눈썰미가 좋아 제 닉을 알아차리신 분들은

심지어 토론게에 제가 이런 말을 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자동사냥을 넣을 거면 프로야구나 UFC 경기 영상 보게 하고 보상을 줘라"

그만큼 저도 관망형 게임을 싫어하는 개발자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 만들고 있는 게임도 '자동' 시스템은 어김없이 들어갑니다.

장르 자체가 시뮬레이션 성향이 강한 게임임에도

게임의 재미는 직접 플레이해야 100% 우러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자동! 자동! 이 망할 자동이라는 놈이 들어갑니다.

그럼, 왜 '오토 플레이 시스템'을 싫어하는 개발자가, 그것도 게임 디자이너가

그러한 시스템을 넣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 약간은 변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투자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크게 성공했던 개발사나 그 게임의 개발자 중 책임자급이었던 개발자가 아닌 이상

투자를 받기란 매우 어렵죠.

그리고 위의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결국 지갑을 열어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소위 '게임을 좋아하는 자본가'들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선 차라리 이 투자자들이

강남에라든가 어디든 땅을 샀더니 부자가 되었다~ 하는 졸부라면 좋을 것입니다.

남는 것은 돈과 시간이니 게임을 직접 많이들 할 테니까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좋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죠.

게임업계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은 나름 건실한 자본유입원이 있습니다.

즉,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당연히 이런 투자자들은 '돈은 많지만 시간은 없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제가 일하는 개발사의 주요 투자자들도

어떤 게임의 세계 랭킹 1위라든가 국내 서버 랭킹 1위라든가...

그런 랭커들이 넘칩니다.

참.. 이런 랭커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투자자들과의 미팅 때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여튼.. 이 분들, 게임은 좋아하는데 시간은 없으니

자금력과 '오토 플레이 시스템'으로 만족을 느끼는 경향이 많습니다.

자, 이제 그런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들도 그 게임을 해보게 되겠죠.

그리고, 당연하리만치 "내가 이 게임에서도 1등 할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해왔던 게임들에 '오토 플레이 시스템'이 있었고,

내가 그 '오토 플레이 시스템' 덕분에 랭커가 되었으니,

당연히 내가 만든(정확한 의미로는 '투자한') 게임에도 '오토 플레이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나 같은 사람들이 나처럼 돈을 지불할 것이다.

사실,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오토 플레이'를 지원하면 게임의 재미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라고 해봐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게임의 개발비용을 대고 있는 투자자들이니까요.

아.. 이럴 거면 뭐하러 만들어?

라는 생각을 저도 수도 없이 해봅니다.

하지만, 저 같은 양민 개발자들은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죠.

"돈 모아서.. 돈 모아서!!!"

길은.. 창업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