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와보니 가로쉬가 몹시 오크스러운 행위를 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어서 글을 끄적여 봅니다.
저는 가로쉬가 아버지인 그롬마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가 가로쉬의 행동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불성때의 그 찌질한 가로쉬에서 대격변에서 좀 괜찮나 싶은 가로쉬 그리고 판다리아에 와서 교만해지기 그지없는 가로쉬 그리고 전쟁군주때의 스랄에게 분노하는 가로쉬의 모습은 모두 아버지인 그롬마쉬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주 뜬금없는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불성 당시의 가로쉬에게 그롬마쉬는 무릎 꿇은 패배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오키쉬 호드의 가장 핵심인 명예를 잃은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인 그에게는 몹시라도 부끄러운 것이었기에 가로쉬는 무기력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다 스랄이 아버지가 만노로스의 피의 저주에서 호드를 해방시키고 만노로스를 죽인 얘기를 해주자 가로쉬에게 그롬마쉬는 위대한 전쟁영웅이자 승리자로서 명예를 가진 오크로 보였겠지요, 이점에서 가로쉬는 아버지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몹시 하나의 설화 속 존재나 동화 속의 영웅으로 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가로쉬는 아버지가 가져온 피의 저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아버지가 졌는지 이겼는지가 중요하고 아버지의 행동의 의미나 아버지의 감정에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이점에서 몹시 영광과 명예만을 생각하는 가로쉬의 모습이 드러나죠.
그롬마쉬는 자신의 행동에 사실 후회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추구하던 명예와 힘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자신의 과오에 대한 대가를 스스로 치룹니다. 그건 스랄이라는 친구의 도움과 오랫동안 싸워온 결과 아무것도 남지 않고 피의 갈망만이 존재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비롯된 것이었죠. 이 부분에 대해 가로쉬는 아주 약간의 관심도 없었기에 위에서 말했듯이 그롬마쉬를 몹시 평면적인 인물로 바라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대격변에서 대족장자리를 물려받은 가로쉬는 스스로를 명예와 영광을 얻은 존재이며 자신이 이겨야 할 대상인 얼라이언스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차게 됩니다.그렇기에 판다리아에 도달해서 가로쉬는 얼라이언스를 완전히 물리칠 힘인 샤에 눈을 뜨죠, 가로쉬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명예와 힘만을 보왔기에 위태로운 힘이 가져올 후회와 대가를 보지 못합니다. 그 결과는 그는 패배하고 재판을 받게 되죠. 이 순간에 가로쉬는 안두인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어쩌면 가로쉬는 생각해보지 못한 평화와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속에 약간 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쉬는 다시 한번 명예와 영광을 위해 자신과 나이가 비슷할 아버지를 찾고 강철 호드라는 자신의 야망을 이뤄줄 힘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가로쉬는 스랄과의 막고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가로쉬의 모습은 사뭇 우리가 알던 그 교만으로 가득차고 힘이 넘치는 오크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후회하며 자신의 삶에 무언가 고통스러워 하는 그런 오크였습니다.
가로쉬는 아마도 이때 아버지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합니다. 자신의 추구하던 것이 그르다는 걸 알고 왜 이렇게 돼었는지에 대해 고통스러워 하던 영웅이나 승리자가 아닌 아버지이자 그냥 오크였던 그롬마쉬를 처음으로 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쓰다보니 글을 너무 길고 읽기도 불편해보이지만 한번 가로쉬와 그롬마쉬 부자의 삶을 살펴보자 하는 의미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