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블리자드의 가장 큰 스토리적 실책으로 꼽힌다고 여겨지는 사례인데요.
이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제 글이 너무나도 미숙한 점 양해드리고요. 반박할 요소가 있다면 많이많이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워크래프트를 더 애정하고 이해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대답해라 드레노어는 뭐다?" "자....자유따....."
그롬마쉬는 드군 후반부 패치의 아군화로 인해 많은 비판을 들은 캐릭터입니다.
드레나이와 일부 오크 부족들, 그리고 아제로스의 종족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지만.
막상 마지막에 아군이 되는 전개. 그리고 함께 이루어낸 승리에 앞장서서 함성을 지르며 환호를 유도하는 모습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영혼을 뽑아가버리고 말았죠.
그런데 저는 '정말 저게 생각이 박힌 작가라면 시도할 엄두조차도 내지 않았을 희대의 쓰레기 전개일까?' 라는 의문이 약간 들었습니다.
'책임' '속죄' 이 키워드가 그롬마쉬의 비판의 중심인데요.
현실의 역사가 그렇게 정의롭게만은 돌아가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정복전쟁, 약탈, 동맹과 배신, 단절, 수교. 이것들이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돌아갔던걸로 보았는데요.
우리나라 역사를 보았을때도 공격, 그에 대한 응징도 있었지만. 또 적이었던 이들이 손을 잡고. 동맹이었던 이들이 배신을 때리죠. 그건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익과 계산? 그런 게 좀 더 우선시되었습니다.
왕건을 생각해보면 후백제가 신라를 거의 전쟁범죄 수준으로 잔혹하게 털고 있을때 막아주러갔다가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휘하 장수들도 엄청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 왕건이 나중에 견훤이 배신당하고 도망쳐오자 완전 큰어른 대접 해 주고 따스하게 대해드리며 그의 소망인 복수도 해줍니다.
물-론 여기엔 어차피 후백제 쳐서 먹어야 했고, 후백제의 기둥과도 같았던 그를 이용하면 참 좋겠다 싶다는 계산이 개입되어있고. 나중에 팽당했다는 얘기도 있고.....
어쨌든 '니가 학살한 신라 백성과 내 병사들의 책임을 져라!' 하고 죽이지는 않았죠.
그롬도 비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드레나이 개개인, 아제로스 개개인 입장에선 개X발호로놈 정복자 학살자들이지만.
스톰윈드의 국왕, 드레나이의 총독 입장에선 불타는 군단에 함께 맞서주는 강철호드가 그 순간만큼은 믿음직까진 절대 아니래도 유용한 우방이었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뒷이야기가 하나도 안 알려져있습니다.
아제로스군들이 다시 돌아가고 나서 공동의 적을 인지하고 굳건한 동맹체계를 세우기로 했을지, 그냥 국력낭비 그만해라 하면서 불가침 협약을 맺고 경계선 찍 긋고 개개의 국가로 남았을지. 아니면 끝까지 정복욕을 못 버린 그롬과 (시네마틱에도 나오듯 악마와의 항전과 오크들 정복욕은 별개) 강철호드를 끝까지 불안요소로 여긴 이렐 총독이 다시 치고받고 싸울지는 모르는 일이죠.
뭐 블자라면 그냥 동맹으로 드레노어 잘 끌고 갔답니다~ 이러고 말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책임지고 거기서 죽었어야지' 이런 식의 비판이 전부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크의 도끼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드레나이 백성들의 한탄은 한동안 그치지 않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고통을 충분히 인지함에도 이렐과 듀로탄은 그롬마쉬를 그냥 놔뒀습니다. 당장은요.
플레이어 입장에선 스토리의 악역을 맡는 그롬을 응징해야만 쾌감을 느끼겠지만, 이렐과 듀로탄, 그리고 아제로스의 수장들 입장에선 응징욕구를 뒤로 내치고 하나의 세력으로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아키몬드 죽은 그 자리에서 그롬 두들겨 찍어 죽였으면 그거대로 거긴 완전 아수라장이.......
그롬이 플레이어와 동맹세력을 치켜올려줬다고요?
뭐 100명의 위인들의 화랑 관창도 계백한테 인정받았잖아요. 그런다고 안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실 드군 스토리 비판이 이거 하나만 있는게 아닌건 저도 잘 알거든요.
다만 유저들이 '악행을 저지른 캐릭터는 반드시 책임지고 처벌받거나 속죄해야 정의' 를 너무 강조하며.
그런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블자 스토리팀 대가리가 없다 수준으로 비판을 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드레노어의 오크들은 확실히 전쟁범죄자들이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호드의 오크들도 비슷한 수준의 전쟁범죄자들이 수두룩하고, 그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얼라이언스에 있잖아요? 벨렌.
벨렌이 단순히 성자고 대인배라 호드 조지자는 소리를 안 할까요.
제이나처럼 상황이 상황인데도 호드 샹놈들만은 안 돼!! 하고 카드가한테 악쓰는게 백만번 공감은 되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죠.
세상이 돌아가는 게 그렇지 않은가, 생각입니다.
뭐 이것저것 나쁜짓 졸렬한짓 많이 했지만 어쨌든 챔피언 오브 더 스톰
이 히키코모리 놈......어쨌든 일단 군단은 조져야 되니깐 협력은 한다.
근데 이놈은 적대 세력 수장인 그롬과 다르게 진짜 일 다 끝나면 다르나서스에서 재판 회부되지 않을까요?
아웃랜드의 군주? 누구 마음대로? 그냥 나이트엘프 반역자 탈옥범 주제에.
어쨌든 요약하면 현실에서 세력들이 패권을 다투는 세계에서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이 정의의긴 하지만 정의보단 다른 이해타산으로 돌아가는 세상인데 정의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블리자드를 혹평하는 것이 옳은가. 입니다.
부디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