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패치를 안 해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라'를 대표로 해서 빛 또한 독선적이며 그것이 지배하는 것 역시 세계를 파멸시키고, 공허 또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면에서 혼돈스럽지만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거 아닙니까?
이것만 떡하니 있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설득력도 없지 않고요.
문제는 이전까지의 행보입니다. 워크래프트 1-2-3 부터 와우까지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상당히 뜬금이 없다는 거죠.
최초의 성스러운 빛에 대한 개념은 그걸 사용하는 이들의 투철한 도덕관념과 정신력에 따른 힘이 아닐까? 하는 추측성 설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의 근원이 명확히 뭐다, 라는 설명은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직자들이 딱히 그 근본을 탐구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불성 이후 나루가 등장하면서 나루의 힘이 되어버렸죠(정확히는 그 당시에도 '인간의 성스러운 빛도 나루랑 관련이 있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확정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 이후 등장한 빛과 나루, 그리고 공허세력의 묘사 자체가 지극히 선과 악이었습니다.
아달이 플레이어에게 이래라 저래라 했습니까? 또는 세계관 상 아제로스와 드레노어의 주민들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일리단을 죽이라곤 했지만 그거야 당시엔 공통의 적이고 일리단 빼고 모두가 동의하는 당연한 대의였습니다. 나루들은 학살당하는 드레나이들이 탈출하게 도와준 것부터 시작해서 불타는 군단에 맞서는 이들을 도와주는 조력을 했지만 그 이상의 행보는 사실 보여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리분 때 잠깐 등장해서 한 성전사를 구원해주는 것으로만 보아도 '압제자' 이미지는 절대 아니었죠.
제라라는 희대의 미친 나루가 갑툭튀했지만, 말 그대로 급조한 느낌이에요.
"제라를 봐라--빛은 독선적이고 강압적이지 않느냐!!!"
아니 그럼 아달을 비롯해 샤트라스에 있는 애들은요? 얘네들은 그럼 겉으로는 지성체들을 도와주고있지만 후일 지배하려고 하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겁니까?
그리고 공허의 세력이 악이 아니다--라고 하기엔 지금껏 보여준 행보가 마땅치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긍정?
그럼 생명체와 평화롭게 지내고, 인간과 드레나이, 오크들을 도울 가능성은 없나? 최소한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라도 했어야죠. '죽인다---파괴한다---' 이러고만 있는데 얘네들이 무수한 가능성을 대표하는 걸로 보이나요?
모든 가능성의 결과가, 게임 내에서는 플레이어 공격으로 귀결되었죠. 암흑 사제가 이전부터 공허의 힘을 다룬 걸로 보이지만 그건 사제 본인이 정신력으로 사악하고 파괴적인 힘을 통제한 거라고 생각하지 암흑의 힘에 선한 부분이 있어 인간을 돕는구나! 라고 생각한 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