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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제라는 왜 독선적인 나루가 되었을까

크로마투스
댓글: 13 개
조회: 3833
추천: 11
2017-10-08 01:02:34




기억해 둬라, 알레리아 윈드러너. 빛은 공허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둠과의 연합이란 건 없다. 어둠은 이 우주의 모든 존재를 파괴하거나 노예로 삼을 뿐.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할 뿐이다.

그 전쟁은 시간보다 먼저 시작됐다. 실수하지 마라, 알레리아. 공허와 접촉하려 하면, 결국 네 운명이 파멸에 이를 것이다. 투랄리온을 잃고, 아라토르를 잃고, 실버문과 아제로스까지, 사랑하는 모든 걸 잃어버릴 것이다. 빛과 어둠은 결코 공존하지 못한다. 넌 이미 공허를 쓰러뜨리는 법을 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래 아소데스까 님의 글에 올려진 스크린샷을 참조하면, 아달이 공허를 보는 관점(우주에 필요하나 빛의 감시하에 놓여야 하는 존재)과 제라가 공허를 보는 관점 (빛과 어둠은 결코 공존하지 못한다) 는 확실히 다릅니다. 원래 저는 제라와 아달이 정말로 사상적 대립 관계인지 불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저 퀘스트를 보니 어느 정도 확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라는 왜 저런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요?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두 개 나열해 보았습니다.


1. 엘룬의 개입

카드가는 카라잔의 고대 우주론 도서를 기반으로 엘룬이 시초의 나루를 창조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엘룬의 정체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고, 엘룬이 언제부터 무슨 의도를 가지고 아제로스의 달에서 힘을 뻗치고 있었는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엘룬의 영향력은 심지어 다중세계의 드레노어에서조차도 달샘 등의 형태로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달의 신은 아제로스의 생명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나이트 엘프들에게는 달빛의 힘을 내려주는 동시에 드루이드들과는 야생신과 에메랄드 꿈 등으로 관계를 맺는 등 행성에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아제로스가 엘룬에게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면, 당연히 검은 제국과 불타는 군단은 척결 대상 1호입니다. 태초에 불군은 없었으니까 불군은 그렇다고 쳐도 검은 제국 시절에 엘룬이 아제로스에 방문했다면, 촉수들이 행성을 뒤덮은 모습에 뜨악해서 재빠르게 그에 대항할 시초의 나루를 창조했다고 해도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초의 나루는 공허를 척결하기 위해 자비 없는 빛의 군대를 끌어모았겠지요.


2. 트라우마

이건 사실 완전 별개의 시나리오라기보단 위의 얘기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가설입니다.

연대기 기원 부분에 보면 나루는 자애로운 존재라고 나옵니다. 

그게 내가 애석해 하는 이유다. 필멸의 삶이 아득한 꿈에 불과했던 태초에 난 아제로스에 있었다.너희 같은 생명체들이 그런 끔찍한 위험을 맞이해야 하다니... 가슴이 아프구나. 다른 이들이 실패하지만 않았더라도, 내가 실패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짐을 지지 않아도 됐을 것을.


맞는 말입니다. 제라도 자애롭습니다. 단지 그 자애로운 사고의 끝이 개인 자유의 억압이라서 문제지.

특이하게도 제라는 시초의 나루라면서 어디 은하계 중심부나 그런 데 있었던 게 아니라 아제로스에 배치되었습니다. 
필멸의 삶이 아득한 꿈에 불과했다니까 최소한 티탄이 검은 제국을 부수고 세계의 질서를 세운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무언가에 실패해서 생명체들이 이런 끔찍한 위험을 맞이한 것을 자책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엇에 실패했다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공허와의 전쟁을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티탄 덕에 공허는 아제로스에서 감금되었고 그 이후 2차 대전쟁까지 고대 신들은 아제로스의 필멸자들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우린 오래전에 패배했다. 불타는 군단은 우주의 운명을 바꾸어 버렸고, 모든 생명이 망각 속으로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린 희망을 모색했지. 끝없는 어둠에서 밝은 빛을 찾아 헤맸다.수없이 많은 행성이 폐허가 되어버렸지만, 아직 어딘가엔 살아서 번성하는 땅들이 있다.

아마도 문맥상 불타는 군단과의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 같습니다. 로스락시온은 '살게라스는 이미 빛을 이겼다고 생각한다' 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빛의 군대와 한 번 승부를 벌여서 꺾어놓은 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의 자애로운 대사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제라는 자기 실패로 생명이 손실되었다는 것에 상당히 자책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책은 실수하지 마라, 알레리아. 공허와 접촉하려 하면, 결국 네 운명이 파멸에 이를 것이다. 투랄리온을 잃고, 아라토르를 잃고, 실버문과 아제로스까지, 사랑하는 모든 걸 잃어버릴 것이다.

라고 알레리아를 채근하는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강박적으로 드러납니다. 뭔가 공허한테 한 번 속아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정리하자면 제라는 우주(특히 아제로스)의 생명을 지키는 정의로운 나루로 창조되었지만, 자신의 무능 혹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데 좌절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대리인으로 불군과 공허 등 가증스러운 적들을 처치할 빛의 영웅에 유독 집착하게 되었고, 그 영웅을 생산할 수 있는 미래의 줄기에 집착하여 작금의 사태를 낳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제라가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알레리아는 공허에게 넘어가 타락할 수도 있고, 일리단이 빛벼림으로 짱짱 세졌다면 불군과의 전쟁에서 훨씬 쉽게 이겼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필멸자들의 도덕인 개인의 자유 의사를 무시했기에 문제가 되었고, 제라의 빛의 자애로움으로 보자면 시야가 좁은 우리 필멸자들의 어리석음에 통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재미있게도 대의를 위해 일부를 희생하는 것이 결과론적으로 옳을 수 있다는 시각은 일리단의 행적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합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제라가 일리단을 점찍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라가 예전에는 샤타르처럼 유한 성격이었다가 그것 때문에 불군에게 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면 말이지요.

다른 분들의 의견이나 지적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v31 크로마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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