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는 존나 지금까지 철저한 상명하복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음.
플레이어인 우리가 보기엔 좀 황당하거나 답답해보일 수 있지만, 이건 소설이라던가 설정집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임.
현 호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웃랜드(드레노어)의 구 호드들은 부족마다 부족장을 두고, 그 위로 단 하나의 대족장을 두는 식으로 집단 생활을 영위해왔음.
그래서 대족장이 까라면 까는걸, 그러니까 명령을 받으면 그걸 완수하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바로 그 대족장이 ㅂㅅ이라 명령도 그 오크들 머리로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빠가사리 같은걸 내리면, 졸라게 "합법적"인 전통 방식, 막고-오라로 빡대갈 대족장의 뚝배기를 두동강낼 수 있었음.
따라서 대족장은 평소 오크 부족들 대다수의 지지와 복종을 받지만, 자신의 행보나 명령이 자신에 버금가는 실력자, 또는 몇몇 부족 단위의 여론에 어긋난다면 막고라를 통해 직위는 물론이고 목숨까지도 걸어야 하는 위험을 안고 가야했음.
작금의 호드를 구성하는 주요 세력인 오크들은 바로 이러한 문화적 전통이 계승되었기에, 가로쉬의 폭거가 잘 못 되었단걸 알았지만 그래도 충성을 바쳤던 나즈그림이라던가, 실바나스의 명령이 이해가 가진 않아서 따르면서도 계속 고뇌하는 바로크 사울팽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이제 격전의 아제로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바로크 사울팽이 실바나스의 명령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게 됨.
다름 아닌 바로 그 바로크 사울팽이!
그래서 제가 망상해본 바에 따르면,
언제나 대족장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대족장의 명령에 따라 종군하며 대족장의 명령에 따라 적에게 돌격하는 용맹함을 명예라고 믿었던 오크들 사이에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거임!
내심 '아 ㅆㅂ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몇몇 젊은 오크들의 고뇌가 틈틈히 묘사되다가,
나중에 나온다고 알려진 호드의 민간인 학살 명령을 수행하려던 호드 군대 사이에서 한 명의 젊은 오크가 도끼를 집어던지고
"싸울 의지가 없는 이들을 공격하다니! 이건 명예롭지 못 한 일이오!" 라며 항명을 시작하는거임!
그러자 기존의 절대복종 가치관를 고수하던 나이 좀 있는 오크들이 "저 새끼 빨갱이야!" 라며 젊은 오크를 배신자로 몰아가는 와중에, 그 젊은 오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다른 젊은 오크들도 무기를 버리고 동조하기 시작하는데...
나이 든 오크 무리가 당황하는 사이, 가장 먼저 도끼를 던진 젊은 오크가 자신을 지지한 오크들과 자신을 반대하는 나이 든 오크들 사이로 걸어나가서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호드의 명예를 설파하고, 스랄과 가로쉬를 예시로 들면서 나이 든 오크를 설득함.
나이 든 오크들도 '듣고 보니 존나 맞는 말이네... 얘 말도 일리가 있어...' 라는 파벌과 '지랄 빨갱이는 빨갱이야!' 라는 파벌로 나뉘다가 결국은 지금의 행위가 잘 못 된 일이라는 사실은 공감하면서 민간인 학살은 멈추고 단체로 항명.
실바나스는 물론 딥빡해서 "그러타면 다 죽여서 언데드로 되살려서 써먹어주마!' 라며 벼르는데
이미 그 젊은 오크의 웅변은 호드 진영에 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오크의 뜻에 동조하는 세력이 빠르게 생겨나면서, 실바나스도 결국 당초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한줄요약 : 대족장이 까라면 까던 기존 오크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난 차세대 젊은 오크 인재가 등장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