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엘프들의 항구에는 수많은 엘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배를 향해 엘프들의 고귀로 운 모습은 어디가고 너도나도 타려고 애를 쓰며 달려들었다.
"저희도 태워주세요! 가족들이 있어요!.."
"더이상은 무리입니다… 배를 출항 시켜라!" 병사의 단호한 말에 엘프들은 더욱 큰 소리를 지르며 애원했다.
"아…불쌍하군 자신들의 왕국을 떠나는 이들의 모습이…"
멀찍이 항구가 보이는 쿠엘탈라스 인근 절벽 끝자리에 서서 아서스는 엘프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연민이라도 느끼시는 건가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곳에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혼령의 모습을 한 켈투자드가 서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참으로 이상하군, 마법사…당신은 내가 저들에게 연민을 느끼길 원하는 것 같나?"
말은 당당히 말했지만 어색한 아서스의 표정을 바라 본 켈투자드는 한 숨을 내쉬었다.
"그게 아니길 바랍니다. 죽음의 기사여," 켈투자드가 말을 마치자 곧바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절벽 주변에 맴돌았다.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붉은 나스레짐이였다.
"잘했군, 아직까지는… 아직 진정한 시험은 시작하지 않았소."
"당신이 언제 나타날지 궁금하던 참 이였소."
아서스는 모습을 드러낸 타이콘드리우스를 향해 특유의 비꼬는 말투로 그를 비아냥거렸다.
"날 시험하지 마시오, 그저 당신을 감시하러 온 감시관일 뿐 당신을 도우러 오는 조수가 아니오."
발끈한 듯 타이콘드리우스는 아서스를 향해 인상을 찌 뿌리며 말했다.
"아…당연하지, 나 혼자 엘프들의 땅을 휩쓸었을 때 그대는 조용히 숨어있으셨으니… 이번에도 내 힘으로 엘프들의 미천한 분수까지 가겠소."
타이콘드리우스의 모습에 재미라도 붙은 듯 아서스는 계속하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그를 비꼬았다.
"알겠소, 그러나 조심 하시오. 엘프들은 자신들의 힘의 원천을 지켜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말을 마친 타이콘드리우스는 녹색 포탈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나스레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당신의 대해서 알고 있소?"
아서스는 켈투자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고의 수를 생각하는 그들인 만큼 최악의 수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오. 특히 타이콘드리우스 같은 자들은 그 어떤 나스레짐보다 영리하고 교활하니… 자 이제 곧 내 부활이 다가오고 있소."
혼령은 말을 마치고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한편 타사리안을 비롯해 대부분의 죽음의 기사들은 아서스의 충실한 부관 팔릭과 마윈의 지휘를 받으며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의외로 주인님께서 여유를 가지고 행동 하시는군"
죽음의 기사로 변한 콜티라 데스위버가 타라리안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아마 뜻이 있으시니 그러신 것이겠지, 우리야 그분의 명령을 따라서 움직이면 되는 존재네."
"그렇겠지… "
둘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팔릭이 둘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움직여라 다들, 때가 됐다."
팔릭의 말에 둘은 발걸음을 땠다. 그들이 향한 곳에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배신자 엘프 다르칸 드라시르를 비롯해 죽음의 군대가 아서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엘프의 마지막 저항이 시작됐다. 그들은 우리의 힘에 굴복하고 무너질 것이다. 깨어나라 죽음의 군대여 ! 산자들을 먹어치우고 이 땅을 정화하라 !"
아서스의 말에 다르칸을 제외한 모든 죽음의 병사들은 함성 비슷한 괴성을 지르면 엘프들의 땅 실버문으로 전진했다. 엘프들의 종말을 위해…

"우워어어"
누더기 골렘들의 괴성과 썩은 냄새가 숲에 매복 중이던 엘프들에게 느껴졌다. 다들 끔찍한 소리와 냄새에 기침을 하고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안했다.
"사거리에 들어와도 기다려라, 일제 사격으로 금방 끝낸다."
할두런이 같이 있는 순찰대들에게 말했다. 활을 들고 있던 순찰대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할두런의 신호에 맞춰서 엘프들은 일제히 활을 쏘았다. 무수히 많은 화살 비가 하늘을 뒤덮어 땅 아래로 떨어졌다. 죽은자들의 대군은 순식간에 쓰러져버렸다.
"공격해라!!"
한편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였다. 테론이 지휘하고 있던 계곡에서도 실바나스의 매복 작전에 따라서 기습을 시작했다. 엘프들은 특유의 민첩성과 재빠른 손놀림으로 멀리서 적들을 유린하는데 탁월한 사냥꾼들이였다.
"각각 통로에 엘프들의 매복으로 아군 병력 손실이 너무 큼니다. 일단 주인님의 말대로 계속 진군 시키고 있긴 하지만…저희들은 아직도 무슨 생각이신지 잘 모르겠군요."

아서스 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영혼착취자 고딕이였다.
"고딕…그대는 나 보다 먼저 저주받은 교단에 몸을 담았는데 강령술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하는 것만 같군…서리한의 힘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차갑고 무섭다. 나 또한 이 힘을 전부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 써볼 생각이다."
아서스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말을 행동으로 움 겼다. 땅에 서리한을 박자 금방 죽었던 저주받은 군대가 다시 부활해 일어났다. 이에 엘프들은 당황해 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순찰대들은 가까이 오는 적을 상대로 화려하게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수적으로 역부족이였다. 엘프들이 밀리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들려오는 퇴각 나팔 소리에 황급히 엘프들은 실버 문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엘프들의 모습에 아서스는 미소를 지었다...
“사령관님 테론과 할두런의 부대가 실버문으로 후퇴했습니다. 우리도 슬슬 후퇴하는 게...”
실바나스와 함께 천막에 있던 엘프 순찰자가 말했다.
“아니다. 난 여기 남아 놈의 시선을 돌리겠다. 다들 빨리 남아있는 백성들을 데리고 도망가라, 놈은 분명 날 죽이러 오겠지...”
실바나스의 말에 순찰 자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희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태양 샘을 위하여, 쿠엘 도 레이를 위하여,”
실바나스를 비롯한 20명 남짓 한 엘프들은 자신들의 화살과 무기를 챙기고 전장으로 은밀하게 향했다. 한편, 실버문으로 후퇴 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백성들은 더욱 더 공포에 휩싸였다.
궁전 안에서 이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아나스테리안은 자신의 방구석에 놓여 져 있는 옛 갑옷을 꺼내 입었다.

그 옆에 있는 검 보관함을 보며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궁전을 굳건하게 지킨 던 성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황금 빛 갑옷을 입은 왕의 근위병들과 쿠엘도레이들의 국왕 아나스테리안 선 스트라이더였다. 왕의 모습에 백성들은 하나 둘 머리를 숙였다. 자신들의 왕의 모습은 그 품격 있으며 귀품 있고 아름다우며 용맹하기 까지 했다.

실바나스가 이끄는 순찰 자들은 몰려오는 저주받은 자들의 무리를 베어 넘기고 쓰러뜨리며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실바나스의 귀에 들려오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시선을 돌려 바라 본 곳에는 넘어져있는 아이와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건 말을 탄 죽음의 기사와 그가 조종하는 죽은 자들의 무리였다. “데리고 가시오, 어서!” 실바나스는 그들을 부축해 일으켜 주고 자신의 활을 쏘며 다가오는 괴물들을 처단해 나갔다. 쏘고 또 쏘며... 그리고 더 이상 화살이 없는 걸 알아차린 그녀는 두 개의 검을 빼들어 화려한 검술로 그들을 베어 넘겼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는 더 이상 동료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익숙한 얼굴들은 모두들 강령술사들의 의해서 적으로 다시 부활해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하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실바나스는 앞으로 더 나아갔다.

그리고 자신 앞에 말을 탄 죽음의 기사 아서스의 모습을 보자 최대한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이 깨져버렸고, 자신의 검을 들어 아서스를 향해 돌진했다.
“네 용기는 가상하다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아서스의 차가운 한마디에 실바나스는 아서스를 노려 보았다.
“ 너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 댓 가를 치르려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 받아야 마땅하다 ! 여기가 내 무덤이라면 기꺼이 받들겠다... 아나랄라 바로르!”
분노에 화신이 된 그녀의 공격에 아서스는 살짝 밀렸다. 그러나 서리한의 강력한 힘 앞에 그녀 또한 결국 쓰러졌다. 서리 한이 실바나스의 어깨에 박히자 붉은 피가 어깨에 흔 건하게 묻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쓰러진 실바나스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아서스는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했다.
“자... 날 죽여라, 나는 명예롭게 죽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부디 죽여 다오,”
실바나스는 거칠게 '헉헉' 거리며 아서스 앞에 무릎 꿇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네가 날 여태껏 힘들게 하였으니, 결코 죽어서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실바나스.”
아서스의 말에 실바나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안돼... 네 놈이 감히...”
실바나스의 몸에서 그녀의 영혼이 아서스의 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차가운 육체와 싸늘하게 죽은 동족들의 모습을 보며 피의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하이엘프 순찰대의 사령관이자, 알레리아 윈드러너의 동생이며 베리사 윈드러너의 누나, 실버문의 수호자 실바나스의 죽음으로 하이엘프의 희망의 불꽃은 잿더미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녀는 죽은 하이엘프의 영혼을 이끄는 벤시 여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바나스의 모습에 아서스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나에게 다른 놈들에게 없는 자의식이 존재하는 거지?"
실바나스는 벤시 특유의 고함을 지르며 아서스를 노려보고 말했다.
"아...어리석은 엘프... 나를 괴롭힌 댓가라고 생각해라. 너희 동족들을 스스로 죽이며 나아가는 너의 모습을 보면 알다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거든..."
아서스의 말에 실바나스는 한번 더 울부짖었다. 그런 실바나스 곁을 떠나며 아서스는 실버문을 향해 진군해 나아갔다.
"병사들 모두 배치가 끝났습니다. 발리스타를 비롯한 공성 장비들도 이상없이 자리에 배치된 상태입니다."
실바나스를 대신해 살아남은 순찰대를 지휘하는 테론이 국왕에게 보고했다.
"알겠네 테론... 그대는 부상자들과 백성들을 데리고 달라란으로 가게..."
아나스테리안의 뜻밖에 제안에 테론은 놀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순찰대의 부사령관으로서 이 땅위에서 죽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페하"
"그대가 죽으면 순찰대의 생존 여부는 물론 그 누구도 살아남은 백석들을 이끌 수 없네, 부디 내 말을 듣고 달라란으로 가서 내 아들을 지켜주게... 왕의 마지막 명령일세,"
국왕의 말에 테론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잠시 뒤... 홀로 궁 밖으로 나온 아나스테리안 곁으로 조용히 근위병들이 왕의 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근위병들은 하나 같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왕의 발걸음에 맞춰서 움직였다. 그들의 모습에 병사들은 고개를 저절 숙여 예의를 갖췄다. 실버문을 굳건히 지키는 성문으로 향하는 왕의 발걸음은 좀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아나스테리안이 성벽 위로 올라가서 밖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죽음의 군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과거 실버문 앞까지 밀고 들어 온 호드의 군대보다 더욱 무섭고 많은 규모였다.
그리고 사자의 군대 가운데에 익숙한 모습을 한 죽음의 기사 아서스가 눈에 들어왔더 그의 찬란하던 금발의 머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백발이 되었으며 그의 용감하고 성기사 다웠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교활한 악마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였다.
"실버문의 백성들이여, 끝없는 공포에 맞서서 용감하게 대항한 모습은 칭찬해주겠다. 그러나, 더이상은 봐주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나약한 마법과 순찰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순순히 태양샘으로 가는 길을 열어라, 그럼 나약한 너희들을 편안하게 죽여 새로운 군대에 봉사할 기회를 주마,"
아서스의 말에 아나스테리안은 인상을 찌뿌리며 응대했다.
"너희와 함께 하느니 실버문을 지키다 쓰러지겠다. 쿠엘도레이를 위히여, 실버문과 태양샘을 위하여 ! "
말을 마치고 아나스테리안은 손 끝으로 불꽃을 만들어 아서스를 향해 내던졌다. 불꽃은 화염 덩어리로 변해 금방 크게 변했지만, 아서스는 서리한으로 날라오는 화염구를 마법으로 막아냈다.
"너희들의 왕이 원한다면... 그의 뜻대로 해주지."

잠시 뒤 수를 셀수 없을 정도의 많은 죽음의 군대가 대열을 이루며 앞으로 전진했다. 실버문의 엘프 병사들은 몰려오는 공포심을 참으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성벽 위에 있던 발리스타와 궁수들의 몰려오는 가장 먼저 앞으로 전진하는 누더기 골렘들을 향해 날라가 꽂혔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무거운 몸 덩어리를 가진 골렘들이 성문 앞에 다다르자 육중한 몸으로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굳건 할 것만 같던 성문에 금이 갔고, 끝내 성문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사이로 구울들이 괴성을 지르며 엘프 보병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구울들의 공격과 더불어 그들 뒤로 팔릭과 마윈을 선두로 한 죽음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의 기사들은 재빠르게 공격해 오는 하이엘프들의 공격에 맞서서 싸우며 자신의 주인이 행차 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성문에 도달한 아서스는 다른 죽음의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벤시로 다시 깨어난 실바나스가 다가오는 엘프 병사들을 향해 절규를 내지르며 공격했다. 또한 한동안 모습을 안보이 던 다르칸 드라시르 마저 아서스 옆에 붙어서 다가오는 엘프 병사들을 하나 둘 처리해 나아갔다...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던 아서스는 멈추었다. 그를 막아선 자는 하이엘프의 용맹한 전사도 순찰자도 아닌 왕이였다. 아나스테리안과 아서스는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아나스테리안이 허리에 찬 자신의 검 펠로멜로른을 꺼내들자 붉은 섬광이 일어나면서 그 어느 엘프들의 검보다 날카롭고 고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긴장감 속에서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아서스도 아닌 아나스테리안이였다.
3000살이라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놀림은 다른 엘프들을 능가 할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했다. 아서스는 달려오는 그를 보자 황급히 고삐를 꽉 부여잡고 전투를 준비했지만, 그의 예상과 달린 공격을 당한 건 본인이 아닌 자신의 애마 천하무적이였다... 천하무적의 다리가 잘려 아서스는 그 자리에서 말과 함께 쓰러졌다. 두 다리를 잃은 말은 울부짖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서스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맺혔다. 실바나스는 아서스의 모습에 의문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의 다리가 잘린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아서스는 곧바로 분노의 검을 휘두르며 아나스테리안을 향해 돌진했다. 둘의 싸움은 의외로 팽팽했지만, 분노한 죽음의 기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서리한이 펠로멜로른을 여러 번 내리치자 불타오르는 검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력한 일격에 검은 손잡이만 남겨두고 그 자리에서 유리 조각 처럼 파괴되었다. 펠로멜로른이 부숴지자 거대한 불꽃이 일어나며 주위를 불태웠다. 그러나 주변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서스는 서리한을 꽉 쥐고 아나스테리안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심장을 관통 시켰다.
왕의 영혼은 비명을 지르며 서리한의 봉인되었다. 엘프 왕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서스는 분노의 칼질을 수차례하며 분을 식혔다. 왕의 시체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잘렸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다르칸 마저도 차마 바라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땅으로 떨구었다. 그리고 쓰러진 천하무적의 다리를 고치며 얼굴을 쓰다듬고 말에 올라탔다. 아서스는 조용히 실버문 끝에 위치한 쿠엘다나스 섬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실버문과 쿠엘다나스로 통하는 다리는 이미 엘프들의 의해서 파괴 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아서스는 조용히 서리한을 땅에 내리 꽂고 속삭이 듯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사이에 있던 바다가 얼어 붙으며 얼음 덩어리로 변해 다리를 형성했다. 아름답고 고귀한 태양샘 앞에 당도한 아서스는 곧바로 흐르는 태양샘에 켈투자드의 뼈가 들어있는 유골함을 들이 부었다. 밝게 빛나던 샘은 빛을 잃고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주위에 진동했고, 코를 찌르는 냄새에 다르칸은 손으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 노란 빛을 내며 흘러 내리던 샘물을 검게 변색 해 태양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실버문 전역에 들려오는 아서스의 목소리...
"실버문의 백성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항복 할 기회를 수차례 주었다. 그러나 너희들 스스로 내 자비를 거절했다. 바로 오늘. 너희 종족들의 위대한 유산과 아름다운 숲 그리고 땅이 파괴되는 종말의 날이다. 죽음이 너희 엘프들의 땅에 당도 했노라 !"
아서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켈두자드가 혼령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제, 일어나시오 마법사 켈투자드, 그리고 다시 한번 리치 왕을 섬기시오."
켈투자드의 영혼이 태양샘 안으로 들어가자 태양샘의 물줄기는 거침없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물 줄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살 대신 온 몸이 뼈로 이루어진 리치였다.

"그분의 뜻 대로 내가 다시 이 땅위에 재림했다. 그분이 새로운 삶을 허락하셨다."
다르칸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리치로 다시 태어난 켈투자드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다르칸은 미소를 지었다.
허리 차고있던 독이 묻은 단검을 부여 잡아 아서스를 향해 던졌다. 그러나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아서스는 날라오는 단 검을 피하고 죽음의 고리로 그를 불태워버렸다. 다르칸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실바나스는 겉으로는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속이 후련 한 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쓰러진 다르칸의 시체를 서리한으로 일으켜 자신의 충실한 종으로 다시 한번 부활 시켰다.
"자.. 이제 말해주시오, 나는 당신 뜻대로 모든 짓을 다했으니... 불타는 군단 그리고 공포의 군주 모든 것을..."
아서스는 부활한 켈투자드를 향해 질문했다.
"물론, 그러나 이 곳은 위험하오, 그들의 눈과 귀가 사방에 있으니...안전한 장소로 먼저 가야겠군.."
이에 켈투자드는 아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전한 장소라니... 그게 어디오?"
"알터렉... 그 곳에서 모든 걸 알려주겠소..."

키린토의 위대한 대 마법사 안토니다스는 달라란 키린토에 몸을 담고있는 하이엘프의 왕자 캘타스에게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너무 늦었군, 캘타스...실버문으로 아서스가 이끄는 스컬지 군대가 침공을 했다는 소식이 방금 도착했네...자네 부친에 대한 소식은 아직까지는 없지만, 그라면 아마..."
안토니다스의 말에 캘타스는 최대한 미소를 보였다.

"아닙니다. 대 마법사님, 분명히 아버지께서는 살아있을 겁니다.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캘타스의 말을 듣자 안토니다스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네, 빨리 알았더라면 지원 병력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토니다스님 탓이 아니니까요...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캘타스는 말을 마치고 자신의 침소로 향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제이나."
안토니다스는 마법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구석에 몸을 숨긴 제이나가 자신의 마법을 풀고 스승 곁으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이에 안토니다스가 말했다.
"호기심은 좋은 거란다. 그러나 그게 심해지면 집착으로 변하지...너무 많은 일에 관심을 두려고 하지 말거라."
안토니다스의 말에 제이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아... 델린 경께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느냐?"
안토니다스의 물음에 제이나가 답했다.
"아직까지 아버지께서 함대를 지휘하시며 피난민들을 챙기고 계세요, 그리고 요 최근에 호드가 조용한 것이 걸린시다고 하시네요..."
"흠... 알겠구나, 그럼 들어가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