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엘룬이 고대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설정들에 아귀가 맞아 떨어집니다. 왜 아직까지 이런 가설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할 정도로요.
1.어째서 나루는 사망하면 공허의 존재로 타락하는가?
왜냐하면 나루의 창조자인 엘룬이 원래는 공허의 존재이기 때문이죠.
2. 잘아타스와 엘룬의 관계
잘아타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것을 죽이면 그 정수의 힘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특별하게 엑스트라 스킬로 흡수할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준 경우는 3번밖에 없었습니다.
1)처음 잘아타스를 획득했을 때 고대신의 수하인 자카에즈의 정수를 흡수
2)사제 직업 전당에서 타락한 나루 사라카의 정수를 흡수, 사아라로 정화함
3)살게라스의 무덤에서 달의 여사제들을 처치한 뒤 엘룬의 힘을 흡수하려다가 실패
군단 당시에만 생각해보면 괜히 잘아타스가 엘룬에게 깝죽대다가 역관광 당하는 연출이었지만, 만약 엘룬이 과거 고대신이었다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연출입니다.
엘룬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지면 공허의 힘이 나타난다는 연출일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냥 강력한 힘을 원하는 연출일수도 있다만, 잘아타스가 온갖 쟁쟁한 자들을 처치해도 그들의 정수를 흡수하자고 하는 연출이 없다는 것을 보면 의도된 연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3.초기 엘룬의 설정
엘룬의 경우 달을 대변하는 여신입니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워3 가이드북 시절부터 엘룬에게는 자애로움과 비정함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띄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죠.
그런데 지금까지 와우에서 등장한 엘룬의 모습을 보면 비정하다고 표현하긴 좀 애매한 상태입니다. 그냥 나이트 엘프의 주요 신으로만 취급될 뿐이죠.
만약 이 비정한 면이 공허와 관련될 경우에만 발현된다면, 지금까지 엘룬의 비정한 면이 다뤄지지 않았던 것도, 복수를 위해 밤의 전사 의식을 통해 새로 거듭난 티란데가 공허의 힘을 다루는 연출이 나오는 것도 설명이 됩니다.
4.그렇다면 왜 엘룬은 고대신들을 배신했는가?
아마도 잘아타스의 경우를 보자면, 엘룬 또한 고대신들의 경쟁에서 패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엘룬은 잘아타스와는 다르게 공허를 배신하고 티탄 세력에 합류하여 고대신들을 대적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면 느조스의 발언인 '빛은 모두의 적과 거래를 맺었다'라는 것도 설명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이란 바로 엘룬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5.느조스와 엘룬과 실바나스의 삼각관계
이미 실바나스는 소설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가시의 전쟁때부터 엘룬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엘룬이 나이트 엘프의 주신이기 때문에 신경을 쓴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시의 전쟁이 엘룬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으킨 전쟁이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니까요.
이런 엘룬과 관련된 지식은 아마도 모든 세력에 적대적인 헬리야에게서 얻은 지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느조스로 대표되는 공허 세력은 실바나스를 위험한 폭탄으로 취급하면서 제거할 것을 알레리아에게 종용하고 있습니다.
느조스의 이명이 타락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행보는 상당히 의아스러운데, 현재 실바나스 만큼 타락하기 쉬워 보이는 중요 캐릭터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에 8.15에 드러난 느조스의 말을 생각해보면 실바나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장막이 걷힌다. 그의 왕관이 길을 열 것이다. 밤의 몰락이 그녀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그녀는 파멸만을 불러올 것이다. 화살이 표식을 찾을 때, 마지막 속박이 사라지리라. 오직 나만이 다가올 일로부터 너를 구할 수 있다.
그녀는 마지막이 아닌 첫 번째. 그녀를 익사시켜라, 그러면 넌 보게 되리라.
이 문장을 제 해석대로 생각해보자면
장막이 걷힌다. 그의 왕관이 길을 열 것이다. 밤의 몰락(엘룬의 사망)이 그녀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엘룬이 공허의 존재로 돌아감). 그녀는 파멸만을 불러올 것이다. 화살(실바나스가)표식을 찾을 때, 마지막 속박이 사라지리라. 오직 나만이 다가올 일로부터 너를 구할 수 있다. 그녀는 마지막이 아닌 첫 번째. 그녀를 익사시켜라, 그러면 넌 보게 되리라.
이런 제 해석대로라면 실바나스는 모종의 목적으로 인해 엘룬을 죽이려고 하고 있고, 이 경우 그녀의 창조물인 나루와 같이 엘룬은 공허의 존재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느조스는 이 경우 공허의 존재가 된 엘룬이 비단 아제로스 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배신한 고대신의 세력까지 모두 섬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실바나스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는 것이구요.
실바나스의 경우, 헬리야로부터 티탄과 공허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이와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어쩌면 격전의 아제로스의 시작인 가시의 전쟁 자체가 호드의 패권을 위한 전쟁이 아닌, 엘룬을 끌어내기 위한 거대한 음모를 위한 하나의 서막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이건 전후 상황을 맞춰 끼워맞춘 내용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실바나스가 모두의 파멸을 준비하는지까지는 어떻게 추리해볼만한 건덕지는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