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난 목각인형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렘넌트의 바다'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댓글: 1개 |


렘넌트의 바다(Sea of Remnants)🏢 개발사조커 스튜디오🏢 퍼블리셔넷이즈 게임즈📱 플랫폼PC🎮 플레이PC📅 출시일2026년 2월 5일~2월 13일 (알파)🔧 키워드#해적 #턴제 #수집형

개인적으로 신작 게임이 공개될 때 가장 눈여겨보는 요소는 단연 비주얼이다. 오해는 마시라. 단순히 그래픽의 사양이나 기술력을 따진다는 뜻이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되는 독창적인 디자인에 매료되곤 한다. 어딘지 모르게 시선을 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게임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그 세계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넷이즈의 신작 '렘넌트의 바다'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넷이즈 산하 조커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이 작품은 해적을 주인공으로 한 항해 어드벤처라는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 바로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목각인형을 이토록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모습에 매료된 나는, 게임의 첫 공개 순간부터 직접 플레이해 볼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알파 테스트 격인 유랑호 테스트를 통해 그 베일이 벗겨졌다.

이미 전작 제5인격을 통해 독보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특유의 미장센으로 정평이 난 조커 스튜디오. 그들이 빚어낸 새로운 항해기 '렘넌트의 바다'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부분도 눈에 띄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미 이 기묘한 목각인형들의 바다에 깊이 빠져버린 것 같다.



▲ 아잇! 너무 귀엽잖아!


목각인형으로 빚어낸 독창적인 비주얼





현재 서비스 중이거나 출시를 앞둔 수집형 턴제 RPG들은 시스템적으로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필드를 누비다 적을 발견하면 공격해 선공 등의 이점을 챙기는 심볼 인카운터 시스템부터 적과 아군의 배치 구도, 그리고 각종 전투 메커니즘에 이르기까지 정형화된 문법이 존재하며 대개는 이를 충실히 따른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수집형 턴제 RPG라는 정형화된 장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술로 연출과 비주얼, 그리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렘넌트의 바다'가 그러한 의도로 지금의 디자인을 추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비주얼은 여러모로 독창적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우선 전체적인 비주얼을 평가하자면 꽤 훌륭하다. 나쁘지 않다는 표현이 다소 중립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무난하게 좋다는 의미에 가깝다. 거점인 오토피아부터 모험의 주무대인 바다, 그리고 각각의 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히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과 배경의 조화다. 캐릭터가 목각인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자칫 지형지물과 따로 놀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는 내내 그러한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러한 비주얼의 정점은 단연 캐릭터 디자인이다. 최근 한중일 3개국에서 인기를 끄는 수집형 턴제 RPG, 나아가 모바일 게임 전반을 보면 대체로 애니메이션풍 디자인을 표방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얼핏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데, '렘넌트의 바다'는 그런 흐름 속에서도 독보적인 개성을 뽐낸다. 제5인격을 개발하며 쌓아온 조커 스튜디오만의 디자인 노하우가 유감없이 발휘된 모습이다.






▲ 목각인형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표정까지 목각인형인 건 아니다

각 캐릭터는 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다. 물론 목각인형 스타일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거부감만 없다면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법한 디자인이다. 비유하자면 팀 버튼 감독의 '유령 신부' 스타일을 픽사나 디즈니가 대중적인 감각으로 다듬어낸 느낌이랄까. 그만큼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스토리 역시 힘이 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과 할리퀸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RS, 그리고 그 곁을 채우는 다양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서사는 유저를 자연스럽게 게임 속으로 몰입시킨다.



▲ 히로인 RS를 빼닮은 수수께끼 소녀의 정체는?


익숙한 턴제 전투에 더해진 주사위의 변주





앞서 턴제 RPG의 전투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형화된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임의 전투가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저마다의 작품들은 익숙한 기본기 위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어떻게 녹여낼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렘넌트의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게임은 익숙한 턴제 RPG에 변수를 더하는 장치로 주사위 시스템을 선택했다.

심볼 인카운터 방식인 이 게임은 필드에서 적을 먼저 공격할 경우 대미지를 입히는 등 이점을 안고 전투를 시작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특징적인 요소가 바로 주사위이다. 주사위 눈의 합계가 우측에 표시된 목표치보다 크거나 같을 경우, 파티원이 전투 진입과 동시에 스킬을 발동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물론 여기까지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에 가깝지만, 진짜 재미는 본격적인 전투에서 드러난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여타 수집형 턴제 RPG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캐릭터마다 체력과 필살기 게이지가 존재하며, 적을 공격하거나 스킬을 사용해 게이지를 채우는 방식이다. 스킬의 경우 별도의 자원을 소모하는 대신 쿨타임이 존재해 전략적인 분배가 필요하다.

적들 역시 체력 외에 강인도라는 별도의 게이지를 지니고 있다. 속성 약점을 공략해 이 게이지를 모두 깎으면 녹아웃 상태가 되며, 행동이 지연되고 받는 피해가 증가한다. 이처럼 정석적인 틀을 유지하면서도 '렘넌트의 바다'만의 변주를 들려주는 핵심이 바로 앞서 언급한 주사위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매 턴 1점의 강화 포인트를 얻게 되는데, 이를 소모해 최대 3개까지 강화 주사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주사위를 활성화한 상태로 적을 공격하면 공격과 동시에 주사위가 굴러간다.



▲ 평소에는 적들에게 포인트가 표시되지 않지만



▲ 약점이 노출될 경우 포인트가 표시되는 걸 볼 수 있다. 이때가 바로 주사위를 굴릴 때다

흥미로운 점은 주사위 눈이 단순히 직접적인 대미지 버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사위를 많이 활성화할수록 패스 아츠(Path Arts)라 불리는 캐릭터 타입별 패시브 스킬이 강화될 뿐, 일반 스킬 자체가 강해지지는 않는다.

주사위 시스템의 진가는 적의 약점이 노출되어 특정 포인트가 표시될 때 발휘된다. 주사위를 굴려 적의 포인트보다 높은 눈이 나오면 성공 판정과 함께 로그럭(Rogueluck)이 발동하며 추가 턴을 획득하게 된다.

결국 '렘넌트의 바다'의 전투는 적의 약점을 노출시킨 뒤 강화 주사위를 적절히 투입해 로그럭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전략적 재미가 극대화된다. 잡졸을 상대할 때는 주사위를 아끼고, 강력한 적을 만나면 주사위 3개를 몰아넣는 식의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



▲ 주사위 눈 합계가 적의 포인트보다 높으면 로그럭이 발동, 추가 턴을 얻게 된다

물론 단순히 주사위 운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아군의 스킬 속성이 적의 약점과 일치할 경우 적의 포인트를 추가로 감소시킬 수도 있다. 턴의 순서, 적의 남은 포인트, 보유한 강화 포인트, 캐릭터 간의 상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 시스템은 익숙한 턴제 전투에 해적다운 의외성과 전략성을 성공적으로 버무려냈다.

지상에서의 전투가 이처럼 전략적인 턴제 RPG의 문법을 따른다면, 해상전은 한결 심플한 구성을 보여준다. 오해는 말길 바란다. 단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심플 이즈 베스트에 가깝다. 실시간으로 배를 몰며 직관적으로 포격을 주고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해상전을 깊이 있게 파고들 시간이 부족해 단순 포격 이상의 재미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충각 돌진이나 탄종 활용 등 깊이를 더할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추후에는 턴제 전투와는 또 다른 메인 전투 요소로서 완성도 높은 해상전을 만나길 고대해본다.





출시라는 대양을 향해 출항한 목각인형 해적단




▲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과연 렘넌트의 바다에서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게임의 첫인상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했던 이번 테스트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독창적인 비주얼과 매력적인 캐릭터, 몰입감 있는 스토리, 그리고 나름의 변주를 더한 전투 시스템까지. 익숙한 문법 안에서도 '렘넌트의 바다'만의 차별화를 꾀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개인적으로는 해적의 삶을 투영한 듯한 다채로운 미니 게임들도 마음에 들었다. 거점인 오토피아를 누비며 NPC와 도박을 벌이거나 술 빨리 마시기 대결을 펼치는 등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알파 테스트 단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콘텐츠가 얼마나 더 풍족해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번 테스트 환경에 대한 아쉬움인데, 바로 한국어 미지원 문제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한국어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번 테스트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만 제공되었다.



▲ 스토리에도 나름 공들인 티가 팍팍 나는 만큼, 다음에는 한국어로 만나길 바란다

시스템을 파악하고 첫인상을 확인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스토리에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한 게임인 만큼 서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다음 테스트나 정식 출시 때는 꼭 한국어로 이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음미하고 싶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번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렘넌트의 바다'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원석이었다. 제5인격으로 증명했던 조커 스튜디오의 감각은 더욱 세련되어졌고, 항해와 모험이라는 테마는 목각인형이라는 소재와 만나 기묘하면서도 활기찬 생명력을 얻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발견된 세밀한 부분들을 잘 다듬고 한국어 지원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맞춰진다면, 우리는 조만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개성 넘치는 해적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펼쳐낼 푸른 망각의 바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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