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구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게임산업 육성 전략을 상세히 분석했다. 권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게임시장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77% 성장하여 2030년에는 약 7332억달러(약 105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요국 정부의 역할이 과거 간접적 지원과 규제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적극적 육성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별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시장경쟁' 중심에서 '정부 주도' 성장 지원 체계로 정책을 바꿨다. 지식재산전략본부(CAO)가 주도하는 '새로운 쿨재팬 전략'을 통해 게임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재정의하고, 3년간 총 556.5억 엔의 예산을 투입해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와 마케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게임을 단순 오락이 아닌 유교적 가치와 문념적 기능을 계승하는 '국가 핵심 문화 매체'로 정의했다.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게임을 소프트파워 확산의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검은신화: 오공'이나 '원신'처럼 중화문화의 가치관을 담은 IP 창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주정부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지출액의 30%, 뉴저지주는 20~30%를 세액 공제해주며, 중앙정부는 SBIR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프로젝트에 최대 100만 달러까지 자금을 지원한다.

브라질은 2024년 5월 '게임 법령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게임을 정식 국가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를 통해 국책은행(BNDES)의 저금리 대출과 직접 보조금을 제공하며 게임을 혁신 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 태국 또한 디지털경제진흥원(DEPA)을 설립해 시드머니 지원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시아의 게임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 책임연구원은 대한민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콘텐츠 장르가 아닌 국가전략산업으로의 위상 재정립 ▲부처 간 정책을 연결·조정하는 전담기관의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게임 IP를 산업 공동자산으로 인식하는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플랫폼 주권과 리스크 분산이 핵심"

한국게임산업협회 이한범 운영위원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부가가치 축이 이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논의를 시작했다. 과거 게임이 단순한 프로덕트 생산에 머물렀다면, 현재 글로벌 시장은 스팀(PC), 구글·애플(모바일) 등 플랫폼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막대한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전략이 개별 게임 개발에만 집중될 경우, 결국 글로벌 플랫폼의 이익만 불려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K-드라마가 전성기를 맞았음에도 토종 OTT인 왓챠나 티빙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게임 분야에서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산 플랫폼 육성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산업의 본질적 특성인 '사람'과 '낮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촉구했다. 게임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창의성에서 경쟁력이 나오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법과 정책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글로벌 대작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민간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비대해진 만큼, 정부가 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해소와 시장 보호를 결론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자국 시장을 철저히 보호하며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1위 기업을 키워낸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규제의 회색지대에 있는 해외 기업과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전제 조건임을 재차 강조했다.
"유행 추종 넘어 구조적 대응 체계로"

'마구마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홍규 개발자(넷마블앤파크 전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이 지난 20년간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에서 선전해 왔으나, 현재의 지원 정책이 특정 기술이나 플랫폼의 유행을 뒤따르는 '후행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AI 등 단기적 키워드에만 매몰되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반 구조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유행 중심의 지원에서 '멀티 플랫폼 및 장르 상시 지원 체계'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PC, 모바일, 콘솔, 클라우드가 공존하는 복합 구조로 재편되었으므로, 정부는 시장과 창작 영역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자금, 법제도, 인력 등 성장에 필요한 '기반 조건'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정책 설계의 기준을 국내가 아닌 '글로벌 메인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모바일 비중이 높지만 세계 시장의 거점인 미국, 유럽, 일본은 여전히 콘솔 중심의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콘솔 관련 지원 체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콘솔 특화 인력 양성과 플랫폼 협력 체계 등 글로벌 주요 시장을 목표로 한 전용 정책 라인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책을 유행으로 설계할 것인가, 구조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했다. 변화무쌍한 트렌드에 대응하는 단기 처방보다는 변화 자체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며, 국내 규제 환경에 갇히지 않은 글로벌 합법 시장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지는 전담 기관과 실질적 위상 정립"

청년재단 이도경 사무총장은 게임 정책이 이제 '규제냐 육성이냐'의 이분법적 단계를 넘어, 정부가 '어디에 어떻게 책임 있게 개입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된 것처럼,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재정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명확한 '책임 주체'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사무총장은 과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시스템 고도화 사업 부실과 이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신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책임지지 않는 구조'의 폐해를 비판했다. 22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게임 전담 기관 신설 논의 역시, 단순히 조직의 간판만 바꾸거나 기존 인력을 고용 승계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산업계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새로운 전담 기관은 글로벌 산업 변화를 상시 분석하고, 정책 실패에 대해 설명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실무적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보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이재명정부가 표방하는 '육성과 보호의 병행' 원칙과도 통하며, 확률 조작 등 이용자 권익 침해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조정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게임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본다는 선언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재정·금융·인력 등 각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는 컨트롤 타워 구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되, 성장 조건과 제도 설계의 영역에는 분명하게 개입하고 그 결과에 대해 특정 주체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제조업 중심 제도 탈피와 민관 리스크 분담이 핵심"

문화체육관광부 최재환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된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언급하며, 국내 정책 역시 '미세한 제도적 설계'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직접 국가 전략 산업으로 천명하는 등 큰 방향은 정립되었으나, 실제 행정 현장에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규제가 잔존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R&D 지원 등에서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적용받기 어려운 구조를 관련 부처와 협력해 개선함으로써 게임이 명실상부한 국가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산업의 낮은 성공 확률을 고려해 정부가 기업의 리스크를 덜어주는 '제도적 찬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영상 콘텐츠에만 국한된 세제 지원 혜택을 게임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기재부 및 국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투자 부문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과장은 '배틀그라운드'가 모태펀드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성공 모델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지원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콘텐츠 전략 펀드'의 대형화와 민간 투자 유도를 제시했다. 기존 OTT 중심으로 운영되던 전략 펀드에 게임 분야를 포함시켜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 자본이 게임 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이 전적으로 짊어지던 개발 및 시장 진출 리스크를 정부가 나누어 가짐으로써,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 과장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랫폼 다양화와 작품성 제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결론으로 내놓았다. 기존의 확률형 아이템 중심 비즈니스 모델(BM)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의 이용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 등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우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콘솔 분야의 성공 사례를 늘리고, 다양한 글로벌 게임 마켓으로의 진출 지원을 확대하여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