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게임즈가 개발하고 NHN이 퍼블리싱하는 서브컬쳐 신작, '어비스디아'가 2월 중 출시를 예고했다. '어비스디아'는 어느 날 차원의 균열 '어비스 슬릿'이 발생하며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조율사와 각지에서 모인 미소녀들이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그려낸 수집형 RPG다.
소개문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어비스디아는 무언가 새로운 요소나 혹은 유저들을 압도할 만한 스케일을 내세운 작품이 아니다. 유저들이 익히 아는 맛을 좀 더 끌어올려서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즐기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그간 '서브컬쳐'하면 떠오르는, 위기에 처한 세계와 이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주인공과 미소녀들이라는 구도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도 그 사례다.
실제로 지난 10일 미디어 인터뷰 이후 시연을 통해 살펴본 어비스디아는 그 아는 맛을 응축한 느낌이었다. 핵심 이야기가 전개되는 메인 스테이지부터 이벤트 스테이지, 일일 던전, 자동으로 전개되는 아레나까지 스마트폰 게임 초창기부터 이어진 수집형 RPG의 형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 익숙한 맛 하나만으로 일본 선행 출시 후 국내 시장까지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비스디아는 4명의 캐릭터가 동시에 전장에서 활약하는 4인 공투라는 요소로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속도를 전반적으로 한껏 끌어올려서 자신만의 템포를 완성했다.
그간 모바일에서 유저 혼자서 4인의 파티플레이를 즐기는 듯한 수집형 RPG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른 파티원의 생존까지 신경써야 하거나, 혹은 태그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에 비해서 템포가 느려서 메리트가 적었다. 어비스디아는 AI 동료가 알아서 잘 피하게 하고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하게 하는 최신 트렌드를 도입해 첫 번째 문제는 해결했다.
여기에 유저가 조작하는 캐릭터만 온전히 스킬을 쓰는 만큼, 쿨마다 계속 캐릭터를 바꾸면서 몰아치는 템포를 완성했다. 그렇게만 하면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4체인까지 완성했을 때 발동할 수 있는 각 캐릭터의 궁극기 '하모닉 스트라이크'로 전략성을 가미했다. 실제 시연에서도 어떤 캐릭터의 하모닉 스트라이크를 발동해야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전황을 파악하는 센스에 따라 점수가 상당히 갈릴 정도로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했다.


4명의 캐릭터를 쉴 새 없이 교체하면서 포지션을 잡는 건 모바일 환경에서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진다. 이 문제를 어비스디아는 일퀘용 콘텐츠에는 소탕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고 자동 전투도 AI의 성능을 상당히 끌어올리면서 해소하고자 했다. 자동 전투 시에 100% 패턴을 완벽히 피하진 못해도 정말 위험한 기술들은 적당히 회피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자동 전투에서도 유저가 개입, 스킬 쿨을 빠르게 돌리는 컨트롤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효율을 올리는 플레이도 지원했다.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 보스레이드, '어비스 인베이더'는 보스 패턴 공략이라는 묘미도 한층 더 강화했다. 보스가 수정 기둥에 돌진하도록 유도, 충돌해서 약화된 뒤에 4체인과 하모닉 스트라이크를 쏟아부어서 극딜을 쌓는 기본적인 패턴도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보스의 약점과 속성 연계까지 고려한 2파티 조합은 그간 키운 캐릭터를 다양하게 출전시키는 묘미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퀵스왑식 컨트롤 캐릭터 교체도 파티까지 한꺼번에 교체 후 연달아 쏟아붓는 식으로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컨트롤의 맛을 보여줬다. 적의 패턴에 패링이나 저스트 회피로 응수하며 몰아치는 맛 대신, 위험한 패턴을 피한 뒤 각을 잡고 스킬을 난사하는 액션으로 또다른 길을 찾고자 한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약 30분 남짓한 짧은 시연이었던 만큼, 서브컬쳐 게임으로서의 면모까지 완벽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캐릭터의 스킬이나 모델링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캐릭터를 완성시킬 스토리나 연출까지 파악하기엔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그랬던 만큼 캐릭터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같이 먹자'가 킥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음식을 주는 평범한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의 반응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그 캐릭터의 모에 속성과 성격을 더욱 디테일하게 파고들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호감도를 올려서 스펙을 올리는 콘텐츠라고 보면 여기에 공을 들이는 선택은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브컬쳐 게임이기에 그런 감성을 챙겨야 한다는 기본에 어비스디아는 상당히 충실했다. 단순히 캐릭터를 성능만 보고 뽑는 게 아니라, 취향이나 감성에 맞으면 뽑게 된다는 그 심리를 저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투 스테이지 외에도 비교적 제한된 공간이지만 마을과 같이 먹자 등, 어떻게든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구현하고자 한 시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규모나 퀄리티에서 대규모 게임사들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들이 종종 이런 전략을 취하곤 하지만, 과하게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서브컬쳐 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난항에 부딪히고는 했다. 이미 기존에 자리잡은 강자들이 굳건한 만큼, 그렇게 부족한 점을 드러냈던 게임들이 작년 한 해 그리고 올해는 연초부터 삐끗하고 있는 상황.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선출시 후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긴 어비스디아가 그간 갈고 닦은 기본기로 기존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 독자적인 영역을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