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제닉스는 참신하고도 괴이한 설정에 귀여움과 괴기스러움이 섞인 아트만 봐도 와!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갑게 맞아들일 만한 작품이긴 하다. 실제로 그간 맥밀런이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한 게임들은 유저와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이번 작품 또한 그에 못지 않은 평가를 받고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게임은 12일 출시 후 15일에 최고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8일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다. 여기에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평점도 지금은 조금 내려갔어도 각각 88점과 89점에,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까지 달성했으니 유저와 평단 모두 이 게임이 그 이름값을 한다고 호평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어 공식 지원까지 준비하고 있는 뮤제닉스가 과연 그 전에도 미리 파고들만한 게임일지, 조금 더 깊이 살펴보았다.
심플한 디자인 속 무궁무진한 SRPG의 재미

'대작'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 뮤제닉스를 접했다면 아마 그 외양에 실망했을 여지가 있다. 심플한 2D로 그치지 않고 레트로와 로파이 스타일까지 더해지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 화면에 노이즈가 낀 듯한 불쾌함도 느껴진다. 개발자의 전작을 해보고 왔던 인디 게임팬이라면 이전부터 쭉 봤던 익숙한 맛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뭔가 너저분하게 펼쳐지는 블랙 유머도 뭔가 껄끄러울지도 모르겠다. 하다 보면 고양이들을 보고 추잡한 실험에 동원되는 모르모트 같은 안쓰러움과 캣츠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 같은 기괴함을 동시에 느낄 가능성도 높다.
그런 평가마저도 어느 순간 뒤집을 정도로 뮤제닉스의 게임플레이 완성도는 굉장히 높고, 짜임새가 뛰어나다. 로그라이크 부문은 이미 전작으로 검증된 만큼 그 파트는 살짝 뒤로 미루고, 우선 SRPG라는 부문에서 살펴봐도 뮤제닉스는 기본기부터 확고해서 어떻게 흠잡기가 어렵다.

SRPG하면 일반적으로 턴제라는 양식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90년대 중후반 이후로 실시간 RPG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에 대비되는 특성이 가장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SRPG의 핵심은, 시뮬레이션의 'S' 즉 전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턴마다 각 유닛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대처하는 전략과 전술적인 재미다. SRPG가 대체로 대군을 상대로 맞서는 영웅들의 대서사시를 그려내는 작품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뮤제닉스처럼, 네 명의 고양이가 뭔가 탐탁지 않은 이유로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 SRPG를 도입한 게 조금은 괴이하게 느껴지긴 했다. 심지어 스킬들도 침을 탁 뱉거나 용변을 누는 등 추잡한 행동들이 연달아 이어져서 처음에는 블랙 유머만 내세운 인상이 짙었다. 특히 SRPG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기물을 움직인 뒤 너 한 방 나 한 방식 정직한 교환이 루즈하게 일어나는 장르인 만큼, 그 진가를 처음부터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한 바퀴 쭉 돌고 점차 단계가 해금되면서, 뮤제닉스의 무궁무진한 경우의 편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각 고양이의 특질과 직업군의 조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스킬과 특성은 SRPG의 전략적인 재미의 핵심을 캐치한 뒤 그 부분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래서 클래식 RPG의 고풍스러움이나 현대화된 SRPG의 화려함은 없어도, 그 장르의 팬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SRPG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장르인 만큼, 그 장르의 핵심 재미를 좀 더 설명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SRPG는 턴을 주고 받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앞서 '기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장기나 체스 같은 행마의 묘까지 담아낸 작품이다. 즉 상대 기물의 움직임과 수를 예측해서 아군을 매 턴마다 어떻게 배치하고 대응할지 고민하면서 최선의 수를 짜내는 맛이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아군이나 적군 유닛이 예상 외의 방법을 통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게임의 국면이 기묘하게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뮤제닉스의 여러 스킬들은 아군 유닛 혹은 적 유닛을 강제로 이동시키면서 판을 뒤흔드는 스킬들이 많았다. 그것뿐이라면 그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깜짝 수단 정도겠지만, 필드의 다양한 기믹과 오브젝트 그리고 독특한 충돌 규칙까지 더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깜짝 묘수의 재미가 한껏 가미됐다. 적을 밀쳐내면서 뒤에 있는 고무타이어에도 충격을 더해서 벽에 계속 튕겨나오는 고무타이어로 추가 피해를 준다거나, 유리조각 함정이 가득한 필드로 적을 끌어와서 출혈 대미지로 처치하는 등 최소한의 자원으로 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수가 딱 들어맞았을 때의 쾌감은 상당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한 번 잘못 이동했을 때 위험도 상당히 컸다. 실제로 딜러군의 체력은 상당히 약해서, 자칫 잘못하면 냥냥펀치 툭툭 치는 것으로 바로 다운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체가 파괴되지 않으면 라운드 종료 후 다시 부활하는 만큼, 아군의 시체에서 최대한 적이 떨어지게 유도하면서 전투를 빠르게 끝내는 수를 강구하는 묘미도 있었다. 나중에 점점 도전 회차가 반복되면서 부활을 비롯해 각종 화끈한 스킬들도 해금되는 만큼, SRPG의 기본인 행마의 묘에서부터 시작해 스킬을 적재적소에 써서 적을 효과적으로 처치하는 맛까지 고루고루 즐길 수 있는 셈이었다. 그에 맞서서 적들도 점점 까다로운 기믹들을 들고 나오는 만큼, 전략적으로 파고들면서 공략을 찾아가는 SRPG의 재미를 갈수록 그윽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교배하고 육성하며 파고드는 로그라이크 변수의 톡 쏘는 맛

뮤제닉스에서 뮤, 즉 고양이들의 전투 파트를 훑어봤다면 그 다음은 교배와 로그라이크 파트의 완성도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로그라이크 대가가 만들었으니 그 맛이 어디 갈까 싶지만, 종종 검증된 개발자들이 후속작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망가지는 일이 드물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간 해왔던 장르와 너무 다른 장르를 결합하다가 틀어지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뮤제닉스가 그런 꼴이라 우려스러운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우려를 너무도 착실히 잠재웠기 때문에 뮤제닉스는 더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간 만든 장르와 완전 다른 턴제를 잘 소화해낸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다른 방식으로 덜어내면서 더더욱 깊이 파고들게끔 유도한 로그라이크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돋보였다.
로그라이크의 대표적인 특징하면 랜덤, 그리고 한 번 죽었을 때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랜덤한 스테이지 디자인의 경우, 어느 시점이든 SRPG의 기본기인 행마의 묘미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물론 종종 소위 억까라 부르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로그라이크 장르에서는 그렇게 운이 나빠서 판이 터지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니 적당히 짚고 넘어갈 법했다. 더군다나 앞서 SRPG 파트의 설명처럼, 시체가 터지지 않으면 전투 종료 후에 살릴 수는 있으니 부담감도 적다. 이 부분이 해외에서는 그다지 붙이기 꺼려하는, '로그라이트'라는 장르 분류를 개발자들이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 던지면서 쭉쭉 나아갈 수 있는 구성은 아니었다. 고양이들은 한 번 죽을 때마다 트라우마와 기저질환이 생기고, 그게 점차 쌓이면서 전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부분은 나중에 모험이 끝나고 다음 세대 고양이를 낳을 때 유전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관리가 필요해졌다. 특히 분기점이 생겨서 하드모드 코스까지 개방된 순간부터 난이도가 확실히 올라가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최소한 이상한 기질은 이어받지 않도록 관리해야 비교적 수월하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우연히 좋은 기질을 얻거나, 스테이지 중간중간 대박이 터지는 도파민 요소도 착실하게 갖췄다.
운이 좋거나 나쁠 때 감정이 북받치는 것이 어찌 보면 게임의 동력이지만, 때로는 소위 꼬와서 접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커버도 뮤제닉스는 지극히 로그라이크스러운 원칙으로 일부 해소했다. 뮤제닉스에서는 한 번 모험을 떠났던 고양이들은 그대로 은퇴하고, 그 자손이나 혹은 길거리에서 주워온 새 고양이들로 다음 모험을 떠나야한다. 그리고 한 번 모험으로 엔딩까지 바로 갈 수도 없다. 일정 구역까지 뚫고 나면, 그 다음 세대가 이를 이어받아서 그 다음 구역까지 처음부터 쭉 나아가는 구도다.



이런 설계는 한 번에 쭉 엔딩까지 미는 도파민을 얻기는 어렵다. 대신 다음 세대 모험이 조금 더 수월해질 확률은 높기 때문에 운이 좋았던 판이 끝난 뒤에도 기대감을 안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여기에 조금 운이 나빠서 얼마 가지 못했을 때 상실감을 상쇄해주는 효과는 있다. 어차피 더 많이 못 갈 판이었다는 식으로 털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안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보낸 뒤에 길거리에 있는 고양이를 새로 키우는 방법도 있고, 고양이의 기질과 특성을 보고 분기점에서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가는 등 스트레스 관리 요령도 생긴다.
물론 각각의 스테이지 구성이나 각종 이벤트는 매번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100% 확신은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유저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스트레스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고, 그 설계가 차곡차곡 빛을 발했다. RPG처럼 차근차근 어느 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맛과는 좀 다르지만, 이전의 플레이 결과가 좋거나 나쁘거나 그 나름대로 맞춰서 새로운 여정으로 이어가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여정을 함께 했던 고양이들을 매번 다른 시덥지 않은 인물들에게 맡기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안 들지 모르지만, 이후에 점점 그 의도가 밝혀지면서 이 부분까지도 게임 디자인으로 녹여낸 개발진의 센스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오랜 시간 했던 노력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엔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하는 동안 매번 가슴 한 켠에 남긴 미련이 해소될 때의 쾌감은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작 팬들이라면, 플레이 스타일은 달라졌어도 익숙한 이름들이 보일 때마다 연결고리를 저절로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첫 2시간이 고비, 그 뒤부터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뮤제닉스

SRPG에 로그라이크까지 가미된 만큼, 뮤제닉스는 취향에 맞으면 그야말로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는 마성이 있는 게임이다. 둘 다 시간을 상당히 소요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무빙 한 번 한 번마다 긴장하며 플레이하는 장르다. 자연히 그 둘이 합쳐진 뮤제닉스에서는 한 번 몰입하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시너지가 발휘됐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 판 한 판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줍잖게 시작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SRPG는 턴마다 스킬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이동 시간까지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루즈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상당히 길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겠지만, 개발자들의 전작이 실시간 게임이었기 때문에 전작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유저들 일부는 조금 당혹스러울 여지도 있다.
물론 SRPG는 어느 정도 캐릭터가 성장한 순간부터 재미가 배가 되긴 한다. 행마의 묘미 그리고 조금 더 특색 있는 스킬을 배우면서 그 전략적인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뮤제닉스는 그 시점도 상당히 느린 편이다. 적어도 세 번은 여정을 돌면서 좌충우돌해야 하는데, SRPG가 취향이 아니라면 그 고비를 못 넘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간 들어보았던 클래식한 SRPG 혹은 밀리터리 SRPG와는 결이 상당히 다른 비주얼에, 블랙 유머가 앞선 나머지 무언가 시시해 보이는 스킬들만 가득해서 하찮게 느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화면 UI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전황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어려운 것도 큰 단점이었다. 쿼터뷰 시점인 만큼 자연히 일부 오브젝트에 적이 가려지는 각이 나오는데, 그 때문에 매번 마우스 가운데 버튼을 꾹 누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외에도 상태 이상 같은 것도 전투화면에서 아이콘으로만 출력되는데, 일부 아이콘들은 의미가 뚜렷하지 않아서 바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각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일일이 클릭하면서 상태창을 보아야 하는 등, 편의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가운데 버튼을 매번 꾹 눌러야만 간편 뷰 모드가 유지되는 방식이 아니라, 토글형으로 뷰 모드가 전환되는 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런 아쉬움들이 있긴 하지만, 장벽을 걷어내고 파고들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뮤제닉스는 그윽하고도 깊은 맛을 선사한다. 마치 잘 발효된 청국장으로 만든 찌개 같다고 할까.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까지도 확 끌어당기기는 부족할지라도, 그 진가를 알고 있는 유저라면 아마 뮤제닉스를 접한 순간부터 어떻게 고양이들을 교배하고 키워서 난관을 극복해나갈지 계속 생각하게 될 것이다. 리뷰용 스크린샷과 영상을 찍기 위해 유저들이 만든 비공식 한국어 패치 없이 하면서도 그 재미에 빠져들었던 만큼, 한국어 버전 공식 지원이 되면 한 번 접해보기를 권한다. 추레한 겉껍질을 벗겨낸 그 순간부터 놀라움이 가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