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니폼은 던져졌고, 서사는 완성됐다... LCK에 필요했던 스토리텔링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4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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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레드포스와 BNK 피어엑스 간의 트레이드 이후 양 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서사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자칫 냉기류로 흐를 수 있었던 상황인데, 스포츠 특유의 승부욕과 재치 있는 대처를 통해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생기며 LCK를 보는 재미가 더욱 늘어났다.



LCK 공식 방송 이미지 ©LCK

'디아블'이 BFX를 떠난 뒤 BFX 박준석 감독의 인터뷰나 이전 BFX의 공지 등 당시 상황은 소위 WWE가 아닌 UFC에 가까웠다. 이러한 긴장감 때문에 트레이드 후 양 팀의 첫 대결이 뜨꺼운 관심을 받았다. 5월 16일 마침내 성사된 양 팀의 대결은 화끈했고, BFX의 승리로 끝났다.

사실 이날은 경기 내용보단 이기는 쪽에서 '어떤 세레머니를 보여줄 것인가'가 더 관심사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트레이드 당사자인 '태윤'의 서사는 경기장에서 폭발했다. 친정팀 농심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태윤’은 '너희가 누굴 내보낸 건지 알려주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농심 유니폼을 던지는 화끈한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인터뷰도 화끈했다. 이날 1경기가 T1과 젠지의 명승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종료 후 커뮤니티의 모든 화제는 ‘태윤’의 스토리로 뒤덮였다. 선수의 당찬 인터뷰와 쇼맨십이 팬들을 열광케 한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며칠 뒤인 19일, EWC(e스포츠 월드컵) 온라인 예선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에서는 농심이 승리하며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농심 레드포스 SNS 이미지 ©농심 레드포스

그리고 농심의 대처도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공식 SNS를 통해 지난 패배와 상대의 세리머니에 상응하는 재치 있는 이미지를 게시하며 응수했다. 상대의 도발을 감정적인 비난으로 맞받는 대신, 스포츠맨십 안에서 유쾌하게 맞받아친 적절한 수준의 대처였다. 게임단 측의 이러한 센스는 두 팀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LCK라는 리그 전체를 더욱 입체적으로 진화시켰다.

스포츠에서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스토리'다. 압도적인 경기력이 보여주는 경이로움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트레이드와 그 이후의 전개 과정은 선수와 게임단이 어떻게 건강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선수는 실력과 세리머니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게임단은 이를 적절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며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자칫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었던 중하위권 대결에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어진 셈이다. 이제 농심과 BFX의 맞대결은 성적 그 이상의 서사를 기대하게 만드는 LCK의 새로운 라이벌 매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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