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험형 공간으로 변신한 '넥슨뮤지엄', 무엇이 달라졌을까?

포토뉴스 | 양영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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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으로 출발해 제주를 지켜온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약 4개월간의 전면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 5월 12일, 게임 문화의 거점을 선언하며 ‘넥슨뮤지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죠.

이번 리뉴얼의 핵심 패러다임은 명확합니다. 일방적인 기술사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온라인 속 게이머들의 플레이 기록을 오프라인으로 소환하는 ‘유저 경험 중심의 체험형 공간’으로의 전환이죠. 관람객이 자신의 넥슨 계정을 연동하면 가상 세계에 쌓여있던 개인의 역사가 미디어 아트를 통해 현실로 구현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넥슨의 장수 IP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직 게이머만을 위한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국내 최초의 1종 전문 박물관이라는 정통성을 넘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헤리티지를 아카이빙하는 문화 거점으로 탈바꿈한 넥슨뮤지엄. 인벤에서는 이번 넥슨뮤지엄의 새로운 여정에 대해서 박두산 관장과 김정아 팀장을 만나 이번 리뉴얼에 담긴 진심 어린 비하인드 스토리와 향후 플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박물관에서 '뮤지엄'으로, 플레이어의 기억을 아카이빙하다




넥슨뮤지엄 박두산 관장(우), 김정아 팀장(좌) ©INVEN

이번 넥슨뮤지엄(구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재단장을 통해 ‘체험형 공간'으로 만든 게 가장 큰 변화점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결정하고 발전시키게 된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박두산 관장 : 기존 전시는 컴퓨터와 게임의 기술사적인 흐름에 가장 포커싱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에 그런 전시를 했던 배경에는, 당시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워낙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인식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와 게임 산업이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데, 이 산업이 성장하는 데 게임이 어떤 역할을 했고 기능으로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 보여드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사적인 관점에서 전시를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이 이해하시는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에 대한 인식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고요.

그래서 이제 저희가 한 스텝 나아갈 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게임을 기술의 부산물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 그 자체로 다루어야 한다고요. 동시대 문화로서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저희는 '즐거움'이라고 보았고, 그 즐거움이 만들어내는 관계성이나 재미의 양상 같은 것들을 보여드리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아 팀장 : 조금 더 보태어 말씀드리면, 이미 문화예술계에서도 게임을 다루는 담론이라든가 전시, 문화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고 또 보여지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도 게임을 다룬 전시를 했었고요.

하지만 저희는 게임 전시를 단순히 그렇게 예술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게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관계성이나 즐거움, 그리고 게임의 문화적 속성에 집중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이전에 있었던 ‘박물관(Museum)’이라는 이름이 갖는 전통적인 관념, 즉 보존과 연구에 집중된 활동보다도, 현재 진행형인 살아있는 문화로서 생동감을 주기 위해 ‘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한 것도 있습니다.


재단장을 하면서 체험형으로 뮤지엄의 기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에 따른 관람객의 변화나 기대치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박두산 관장 : 인식 변화가 큰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존에는 약간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와주셔서 게임에 이런 즐거움이 있고 이런 기능과 역할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아주시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가족 관람객을 타깃으로 삼고 마케팅을 하기도 했죠.

반면 지금 전시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넥슨 게임을 사랑하고 애정해 주신 분들이 와주셔서 '내가 과거에 했던 기록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게 아니라 여전히 나를 환대해 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타깃 관람층도 그때보다는 조금 더 젊어져서 20대와 30대 층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전체적으로 '체험형' 뮤지엄으로 전시 컨셉이 바뀌었다. ©INVEN

이번 전시에서 개인화된 기록등을 제공하는 등, 개인화된 관람이 눈에 띕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우선 게임 박물관으로서 넥슨만 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니즈가 굉장히 컸습니다. 여러 공공기관이나 동시대 기관에서도 게임 전시를 많이 하는데, 저는 다소 그것이 게임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와서 정작 보면 게이머가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 전시가 제 입장에서는 많았습니다. 게이머들이 피부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만들자고 생각했고요.

그걸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게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전시였습니다. 그때 처음 계정을 연동한 전시를 만들었는데, 그때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서 이걸 조금 더 고도화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아 팀장 : 부연 설명을 드리면, 그때 19년도 전시 콘텐츠 중 일부를 저희가 2020년도에 넥슨컴퓨터박물관 3층 복도에서 전시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바이럴이 됐던 게 바로 '넥슨 영수증' 뽑는 콘텐츠였죠. 나중에는 이 영수증만 뽑으러 박물관에 방문하시는 관람객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관람객들이 '나의 역사, 나의 게임 히스토리를 보는 걸 즐거워하는구나'라는 걸 저희가 현장에서 확실히 피부로 느끼다 보니,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면적인 전시로 풀면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박두산 관장 : 저는 어릴 때 했던 게임이 다 일본 게임, 닌텐도나 세가 게임이어서 이전 전시가 저한테는 더 잘 맞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영을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요즘 오시는 분들은 넥슨 게임을 찾으시더라고요.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왜 넥슨 게임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의 유년기는 이미 넥슨 게임으로 바뀌었던 것이죠. 그런 니즈에 부응해보고자 이번 전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방문하는데, 연령 제한이 높은 게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나요?

박두산 관장 : '카잔' 같은 경우 선혈이 낭자하는 부분이 있어서 전시 이후 구역에 경고 문구를 띄워두고 있습니다. 입장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연령 제한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박물관이다 보니까 관람객들이 이해해 주시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시는 분들 중 특히 보호가 필요한 관람객은 보호자랑 같이 오시기 때문에, 그 역할을 보호자분들께 맡겼습니다.


바람의 나라 등 많은 게임들이 장기 IP인 만큼 과거의 추억과 현재를 함께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전시 기획이나 운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있나요?

김정아 팀장 : 과거에 '네포지토리'라는 전시가 있었습니다. 출시되지 못하고 중단된 게임이나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들을 아카이빙하는 전시였습니다. 단순히 세상에 나온 게임의 가치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개발을 시도했든 서비스가 중단됐든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있거나 보고 싶어 하는 게임들을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아카이빙해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게 박물관의 바람이자 시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의나라'나 '메이플스토리'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장수 IP이지만, 이것들이 계속 끝난 역사가 아니라 진행 중인 역사라는 점을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대기나 메이플 콘텐츠도 미디어나 현대적인 매체를 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감각할 수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기획적 관점이라고 하신다면,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도 합니다만 항상 모든 전시들은 보통 기획자의 시선이나 기획자의 관점에서 풀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떤 게임 전시를 했을 때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은 기획자가 보는 시선대로, 느끼는 대로 풀다 보니까 관람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 전시를 리뉴얼하면서 제일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이 '사람들이 뭘 좋아할까, 뭘 느낄까,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게 100% 구현이 됐을지는 다시 짚어봐야 하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신경을 썼습니다.


제주라는 거점, 오프라인 스팟과 공간의 확장 플랜




넥슨뮤지엄 김정아 팀장 ©INVEN

앞으로 이런 장수 IP들이 계속 누적될 텐데, 리뉴얼되는 템포나 IP 선정은 어떻게 계획을 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IP를 활용해서 전시를 만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저희 박물관 전시팀이 메인이 되어 진행을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플랫폼화되어 안착되면 게임 사업팀에서 역으로 제안이나 요청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되는 게 오히려 더 긍정적인 순기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그래서 이번 전시를 만들면서 설계했던 것 중 하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변경하고 교체할 수 있게 구조를 짠 것입니다. 여러 IP를 다루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특정 IP의 특별전 같은 것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전시가 13년 만에 바뀐 것인데, 이후에는 조금 더 빨리 리뉴얼 템포를 가져가고 싶습니다. 전폭적인 개편이 아니더라도 덧붙이는 방식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며, 지금 게임 사업팀 분들을 하나하나 초청해서 설득하는 중입니다.


재단장을 하면서 도슨트 프로그램 등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아직 좀 완결되지 않은 고민입니다만, 기존 전시랑 다르게 이번 전시는 몸으로 느끼는 게 기획 의도에 가깝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즐거움의 양상이나 단계를 직접 느끼시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가 맞아주는 그런 인상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체험 위주입니다. 도슨트는 이번 전시에 딱 맞아떨어지는 도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면 대체하려고 하고 있고, 그래도 정말 원하시는 분들에 한해서는 2층 위주로 도슨트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체험형 중심이라 상설 전시의 순환이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넥슨뮤지엄의 공간을 어떻게 교체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박두산 관장 : 1, 2층은 상설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으로도 새로운 전시라는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의 3층은 IP가 하나 둘 늘어난다고 해서 체감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 중에 '1명이 오더라도 그 1명이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가 있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얕게 느끼는 게 아니라, 특정 게임 유저가 와서 강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이었습니다. 아마 게임을 안 하신 분들이 오면 '비슷하네' 하겠지만, 실제 유저들은 변화된 것에서 또 다른 감동을 느낄 것으로 봅니다.

예를들어 3층 콘텐츠는 블루아카이브 특별전처럼, 게임이 가진 특정한 순간의 모멘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주고자 합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생각만 하는 단계입니다.



넥슨 영수증 뽑기 등, 개인화된 관람 포인트가 있는 게 특징. ©INVEN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이 전국에 퍼뜨리고 있는 오프라인 콘텐츠들이 많은데 뮤지엄과 연계한 구상이 있습니까? 그리고 수장고로 옮겨진 옛날 기기들의 활용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게 있나요?

박두산 관장 : 지금 수장고에 있는 하드웨어 콘텐츠가 상당합니다. 컴퓨터, 모니터, 기판, 콘솔이 다 포함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걸 정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은 전시 공간이 협소해서 팝업 전시나 다른 기회를 통해, 서울 등지에서 보여드리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넥슨의 오프라인 스팟 연계는 저희도 하면 좋은데, 아직까지는 구체화된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지금은 각 지점만의 특화 콘텐츠와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는 초기 단계입니다. 아지트는 피시방 스타일이고, 뮤지엄은 제주 풍경에서 뛰어노는 귀여운 몬스터들이나 콘텐츠에 집중하는 식이라서 지금은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개관한 지 시간이 좀 흘렀는데, '제주도'라는 입지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故 김정주 의장님의 의지가 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장님께서 학창 시절에 교보문고에서 도서로 컴퓨터를 처음 만났을 때 영감을 받으셨던 경험이 있어서,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그런 영감을 주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제주인 이유는, 그때만 해도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가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었기 때문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중립적으로 접근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아 팀장 :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많은 넥슨 게임 유저분들에게 성지 역할을 하는 게 1차 목표였고, 그게 잘 정착되면 그다음 스텝이 구체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넥슨뮤지엄의 문화적 역할이나 입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박두산 관장 : 이번 전시를 통해 얻고 싶은 반응은 '게임의 역사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의 환기입니다. 여전히 오락의 일종으로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과거 2019년 예능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게임 3개를 말하라고 했더니 40년 전 게임인 갤러그, 너구리, 올림픽을 말씀하셨던 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제 게임은 오락이나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기술, 디자인, 음악, 스토리텔링까지 많은 것들이 얽힌 콘텐츠이자 문화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겨주시는 문화라고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정아 팀장 : 덧붙여 관람객들의 가장 반응이 좋았던 구간도 사람마다 좀 다르긴 했습니다. 넥슨 게임을 좀 오래 하신분들은 아무래도 영수증 코너에서 많이 느끼시고, 4인 아케이드 체험이나 이번에 많이 꺼내놓은 PC 패키지 게임들을 세대에 따라 좋아하는 포인트로 꼽으셨습니다.


역사가 되는 유저들의 로그, 상생과 보존으로 선도하는 게임 문화




넥슨뮤지엄 박두산관장 ©INVEN

전시의 변경 후 관람객 수치나 체류 시간 등에서 눈에 띄에 변화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지금은 넥슨 팬분들이 많이 오시는 시즌이고 확실히 30대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게 입구에서 로그인 과정이 번거로운데도 다 하시는 분들이 많아 성공적이라고 보지만, 숫자로 말씀드리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우선 당일에 한해서는 최대 10시간까지 자유롭게 재입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몰입하실 수 있습니다.

김정아 팀장 : 확실히 리뉴얼하고 체류 시간이 증가한 게 많이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평균 1시간 내외였다면 지금은 기본 2~3시간을 잡고 오시는 편이고요. 특이사항으로는 예전과 달리 20대 남성 4~5명이 무리 지어 와서 영수증을 뽑고 진심으로 즐기다 가는 풍경이 늘었습니다. 입장권 자체도 나중에는 IP마다 디자인을 다르게 해서 모으는 재미를 드릴 예정입니다. 외국인 관람객 비중도 과거 1% 수준에서 현재는 약 4%대까지 성장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넥슨 게임 IP 자체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리뉴얼 과정에서 전시 공간이 줄어들어 고전 하드웨어 유물들의 비중이 낮아진 것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두산 관장 : 전시기획팀의 의도는 하드웨어 자산의 가치를 없앤 것이 아니라 설명의 방식을 바꾼 것입니다. 과거에는 박물관이 일방적으로 유물의 스펙을 주입했다면, 지금은 부모님이 화자가 되어 자녀에게 "아빠가 어릴 땐 이런 컴퓨터로 게임을 했단다"라며 자연스럽게 도슨트가 되어주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설명은 줄었지만 화자가 바뀌면서 세대 간 소통의 가치는 훨씬 풍성해졌다고 봅니다.


네포지토리 공간은 미출시 및 서비스 종료 게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머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사라져서 좀 아쉽습니다. 향후 추가로 단장되는 부분이나 계획이 있나요?

박두산 관장 : 아직 구체적인 상설 계획은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주 애정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너무 작은 공간이라 하고 싶은 것의 반의 반도 못 보여드렸기 때문에 가장 먼저 다시 하고 싶은 작업 중 하나이긴 합니다. 처음엔 미공개 게임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서비스 종료된 게임까지 포함해 드랍된 게임의 아카이브를 확장해왔고요.

기록 존중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벨롭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권한이 저희에게 있는 건 아니라서 본사 사업부의 협조와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긴해서,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과거 게임들을 볼 수 있던 네포지토리. 지금은 잠시 전시에서 빠진 상태다. ©INVEN

이번에 고전 패키지 타이틀이 제법 많이 전시됐는데, 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시그니처 유물은 무엇일까요?

박두산 관장 : 하드웨어 영역은 박물관의 인프라 덕분에 경쟁력이 높지만, 소프트웨어 고전 패키지는 민간 컬렉터분들의 내공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박물관도 구하지 못한 초판본을 완벽하게 보관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기증이나 대여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늘 조심스럽습니다.

이번 리뉴얼에서 저희가 내세운 전략은 유물의 희귀성 자랑이 아니라, 상자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매뉴얼 북, 설정 자료집, 전체 지도 등 유물 내부의 풍성한 즐거움의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과 제보로 수집한 국내 최초의 상용 RPG '신검의 전설'이나 '망국전기' 같은 초희귀 패키지를 유저들의 기억 그대로 복원해 낸 것이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실의 카페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추가적인 오프라인 스팟이나 IP 확장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궁극적으로는 이 박물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넥슨의 모든 IP를 다루고 싶긴 합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게임 IP를 이곳에서 다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아 팀장 : 이번에 3층 전시실에 가챠(뽑기) 기계를 도입하고 장패드 같은 굿즈들을 배치한 이유도 일맥상통합니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모두 보고 돌아갈 때, 가슴속에서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무언가 기념으로 남겨두고 싶은 니즈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배지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이를 더 다양하게 확장하려는 확고한 방향성과 의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박두산 관장 : 사실 처음에는 넥슨게임의 40종을 다 가챠로 기획해서 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부 회의에서 "유저들에게 확률적 부담이 너무 크다", "현실적으로 축소하자"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커서 많이 축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유저들이 현장에서 참여하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고전 명작인 '택티컬 커맨더스'의 굿즈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뭐 잘 진행이 되거나 해서 충분히 기념품이 늘면 박물관 안에서 유저들끼리 굿즈를 서로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재밌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3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넥슨뮤지엄이 국내 게임 산업이나 대중문화계에 미친 성과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박두산 관장 :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과 시선을 많이 바꾸어 놓는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진행했던 시도들 자체가 나름대로 굉장히 도전적인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도전과 마찬가지로, 저희가 이끌어낸 가장 큰 시선의 변화는 과거 기술이나 하드웨어 중심, 혹은 개인용 PC 보급의 역사라는 단편적인 시점으로만 국내 게임 산업을 바라보던 관점을 확장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연출과 맥락 보존은 오직 국내 게임 뮤지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리뉴얼 이전까지 국내 게임 역사나 문화를 이 정도로 전면적이고 깊이 있게 보여줬던 물리적 공간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게임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 자체를 옮겨오고 전면적으로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저희가 가장 강조하고 싶고 자부하는 리뉴얼과 운영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혹시 박물관에서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과거 대표 시그니처였던 '꿈이 IT니'라는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하반기 재가동을 목표로 전면 재개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교육부 인증 진로체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코딩 기술 주입이 아니라 미래의 청소년들이 게임 산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현업 개발자의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진정성 있는 교육 플랫폼을 다듬고 있으며,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생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전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거나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본사의 개별 게임 개발 스튜디오나 사업부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업과 검수가 이루어지나요?

김정아 팀장 : 기본적으로 박물관에 노출되는 모든 게임 캐릭터의 일러스트, 로고, 리소스 데이터 등은 해당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본사 사업부의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칩니다. 본사에서 허가해 준 리소스 가이드 안에서 박물관 전시기획팀이 공간에 맞게 2차 연출을 진행하고 검수를 받는 방식이죠. 리뉴얼 이전에는 아무런 시각적 결과물 없이 서류로만 협조를 구해야 해서 본사 개발팀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완성된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본사 개발진들이 이제는 훨씬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데이터를 서포트해 주고 계십니다.

박두산 관장 : 아직까지는 다른 게임들에 대해 추가적인 복원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사실 초기 버전의 복원이나 아카이빙은 본사 차원에서도 정말 힘든 프로젝트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을 복원할 때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거든요.

당시 2014년에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셨던 분들이 바로 故 김정주 의장님, 송재경 대표님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전폭적인 푸시와 드라이브가 가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내부적인 충격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넥슨이 '바람의나라'를 만든 회사인데, 정작 회사 내부에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의 클라이언트 데이터가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건을 계기로 본사 내부의 수많은 개발 팀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정기적으로 초기 빌드나 버전별 클라이언트를 유실 없이 보존하는 시스템을 사내에 구축하여 관리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이러한 데이터 보존과 아카이브 작업을 꾸준히 지원할 예정입니다.



'바람의 나라'는 특별 전시도 진행중이다. ©INVEN

이번에 13년 만에 처음으로 관람료를 인상하셨는데, 혹시 입장료 인상에 대해 내부적인 우려나 현장의 실제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사실은 개관 전에는 부담이 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관람료를 올리는 것이다 보니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막상 리뉴얼을 마치고 개관하고 나니까, 첫날 네이버 리뷰 중 하나에서 '초가성비'라는 표현을 쓴 리뷰를 보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걱정하던 마음이 많이 놓였습니다. 적어도 저희가 책정한 입장료에 맞지 않는 부족한 콘텐츠는 아니구나 싶어서 다행입니다.


2층 전시실은 손노리 등 타사와의 협업 기반이 보이는데, 3층은 넥슨 IP 중심입니다. 타사 게임이나 데이터까지 포괄하는 확장을 시도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두산 관장 : 2층의 패키지 전시 등은 말씀하신 대로 손노리를 비롯한 타사들과의 협업 기반이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3층 전시실의 경우에는 타사에서 그 유저들의 계정에 쌓인 로그 데이터를 저희에게 열어주어야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일단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와 IP를 제대로 풀어내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단순히 넥슨이라는 기업을 홍보하거나, 오직 넥슨만을 위한 박물관으로 남으려고 만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보통 다른 박물관들은 협업을 통해 대여 전시를 진행하거나, 외부 기관과의 협업 기획전을 하곤 하는데 이런 향후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나요?

박두산 관장 : 사실 대여 전시는 사실 예전에도 몇 번 기획했다가 막판에 성사가 안 된 적들이 있습니다. 대여를 해주기로 했던 해당 박물관이 문을 닫기도 해서 최종적으로 진행하지 못해서 좀 아쉽습니다.

현재로서는 대여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편입니다. 만약 앞으로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대중들의 접근성이 조금 더 높은 공간에서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내부적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공간이나 기회는 있지만, 아직 정해진 구체적 계획은 없습니다.


넥슨뮤지엄은 IP 중심의 선제적 리뉴얼로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 차원이나 다른 게임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들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을 선도해 온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박두산 관장 :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나 완전히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IT 관련 전시나 전자 공간을 기획할 때마다 저희 박물관에 많은 자문과 문의를 하십니다. 다른 기관장님들도 직접 제주에 와서 현장을 보고 가시고요.

그럴 때마다 저희는 그동안 쌓아온 관람객 성향 데이터나 운영 정보, 노하우를 숨김없이 다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이 길을 걸어왔다고 해서 가두리를 치고 정보를 독점할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책임감과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지, 앞으로 게임 문화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저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원래 진행중이던 기술 아카이브나 구술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박두산 관장 : 기술 아카이브 측면에서 대한민국 컴퓨터 개발 역사는 아직까지 저희가 꾸준히 아카이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KR50'이라고 해서 한국 인터넷 역사가 이제 곧 50년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인터넷 개발 역사와 국내외 개발 역사를 쫓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한국정보과학회와 긴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진행했던 IT 업계 구술 아카이브를 통해 컴퓨터 역사의 일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보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이 역시 다시 기회가 된다면 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현재는 연구자분들이 막 솔선수범해서 연구하시고 국가 사업도 함께 하는 단계라서, 저희 박물관도 뭔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넥슨뮤지엄을 방문하게 될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부탁합니다.

박두산 관장 : 아, 자유롭게 해도 되는거죠...? 저는 아주 현실적인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박물관에 오시기 전에 스마트폰에 '넥슨 플레이'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하시고, 본인의 넥슨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해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입구 키오스크에 등록 과정이 상당히 지연되는 편이라, 그 부분을 잘 준비해오시면 정체 없이 쾌적하고 밀도 높은 전시를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김정아 팀장 : 화면 속 가상 공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오프라인 '현장만의 물리적 감동'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별한 감동과 환대의 감각을 꼭 직접 온몸으로 경험해 보시기를 진심으로 권해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데이터나 로그가 결국 미래에는 역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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