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안에서 강해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늘 개발사만 쥐고 있었다. 게이머는 그저 개발사가 짠 판과 굴레 안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여기 게이머에게 '신의 권능'을 주겠다는 개발사가 나타났다. '운영자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던진 곳, 바로 알트나인이다. 이들은 유저들에게 묻고 있다. '신이 되어보시겠습니까?'라고 말이다.
넷마블이 퍼블리싱하고 '리니지M' 개발진 주축의 신생 개발사 '알트나인'이 개발 중인 신작 MMORPG 'SOL: enchant(솔: 인챈트)'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공개 당시부터 업계의 뜨거운 이목을 끈 이 게임은 '신'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2026년 상반기 시장을 겨냥한다.
이들이 '신'을 가지고 세계관을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유저가 운영자의 권한을 쓰는 파격적인 '신권 시스템'을 서사적으로 납득시키기 위함이다. 게임의 무대는 스스로 신의 그릇이 되기를 거부하고 그 힘을 찬탈해 인류를 구원했던 영웅 칼테온의 세계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계승 전쟁'은, 결국 유저들이 신의 권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터이다.
유저는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다. 신성한 권능을 현신하고 전장의 법칙을 재정의할 진짜 '계승자'다. 세계관의 설정 자체가 유저를 절대적인 신의 자리로 올려놓기 위한 거대한 밑그림인 셈이다.
언리얼 엔진 5로 마주한 세계 'SOL: enchant'

화면을 마주하자마자 속된 말로 '때깔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SOL: enchant'는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넷마블은 "광활한 세계를 단절 없이 탐험할 수 있는 '심리스 월드'를 구축했다. 특히 시각적 연출과 비주얼 강화를 위해 자유 시점 화면(프리뷰)을 제공하여 유저가 고정된 시점에서는 느낄 수 없던 높은 몰입감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연 빌드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클래스는 총 세 가지다. 한 손 검과 방패를 든 철갑의 수호자 '나이트'는 뛰어난 생존력과 제압 기술로 아군을 지켜내는 전통적인 탱커다. 활을 사용하는 원거리 전사 '레인저'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적을 교란하며 안정적인 원거리 화력을 투하한다. 다양한 원소를 다루는 마법사 '메이지'는 상황에 맞는 속성 공격과 폭발적인 광역 화력으로 전장을 단숨에 제압한다.
시연을 진행하며 세 클래스의 자동사냥 효율을 직접 테스트해봤다. 흥미롭게도 초반 육성 속도는 근접 클래스인 '나이트'가 가장 앞설 것으로 보였다. 이유는 핵심 재화인 '나인'의 루팅(습득) 방식에 있다. 이 게임은 몬스터가 사망할 때 떨어지는 '나인'을 유저가 직접 다가가 주워야 하는 구조다.
여기서 클래스별 효율이 갈리는 듯 느껴졌다. 몬스터와 딱 붙어서 싸우는 '나이트'는 사냥 직후 별도의 이동 없이 재화를 즉시 획득한다. 반면, 멀리서 적을 처치하는 '레인저'나 '메이지'는 사냥 후 재화를 줍기 위해 이동하고, 다시 타격하는 동선이 반복됐다. 물론 향후 '영체'나 '펫' 같은 수집형 요소가 아이템 자동 획득을 대신해 준다면 이 판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다만 펫이 없는 순수 맨몸 사냥 기준으로는 동선의 낭비가 없는 근접 클래스가 확연히 유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사의 권한을 넘겨받다, 게임의 핵심 '신권 시스템'

'SOL: enchant'가 내세우는 가장 독보적인 차별점은 단연 '신권 시스템'이다. 게임사나 개발자가 보유하고 있던 고유 권한을 유저에게 부여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으로, 유저가 도달한 신의 등급에 따라 관리 범위와 권능의 깊이가 차등 부여된다. 신의 계급은 크게 '신', '주신', '절대신'의 3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기본 단계인 '신'은 특정 서버 전체에 권한을 행사한다. 광범위한 메테오 투하나 채팅 금지와 같은 막강한 무력 행사는 물론, 특정 지역을 안전지대로 변경하거나 캐릭터들에게 경험치 증가 버프를 부여할 수 있다. 심지어 아이템을 생성하거나 몬스터를 직접 소환하는 권능까지 지닌다. 이보다 상위 단계인 '주신'은 월드 전체를 관장하며, 잠겨 있는 콘텐츠를 오픈하거나 보상값을 조절하는 등 '밸런스 기획자' 영역의 법칙 설정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전 서버에 단 한 명만 존재하는 최고위 '절대신'은 모든 월드를 통치한다. 업데이트 및 BM(비즈니스 모델) 선택권부터 서버 통합과 설정 리셋에 이르기까지 게임 디렉터에 준하는 최고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절대신이 업데이트를 거부하면 게임사가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제어권을 쥐게 되는 구조다.
시연회에서 신권을 직접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신권 목록에 표기된 다양한 능력들을 보면서 가장 욕심이 났던 건 '아이템 생성' 능력이었다. 생각해보라. '운영자의 능력으로 만든 장비'는 얼마나 좋을지. 그 외에도 내가 원하는 장소에 보스 몬스터를 소환하는 능력, 서버 전체에 버프를 주는 능력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신권을 사용하는 데에는 게임 내 재화인 '나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떤 '신권'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필요한 '나인'의 양이 달랐다. 버프/디버프 계열은 '나인' 사용량이 크지 않았고, '아이템 생성'이나 '보스 몬스터 소환' 등은 '나인' 사용량이 많은 편이었다. 신권을 사용할 때는 상당한 '이펙트' 효과가 어우러져 묘한 만족감을 느끼게 해줬다.
시간 제약은 무접속 플레이와 스쿼드 모드로

넷마블은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편의 시스템인 '무접속 플레이'와 '스쿼드 모드'는 MMORPG의 육성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무접속 플레이 모드'는 기존 게임들이 선보였던 단순 방치형 비접속 모드와는 달랐다. 캐릭터가 꺼진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찾아 사냥하고 성장하는 '스케줄링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다. 특히 이 시스템은 24시간 연속적으로 끊김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함께 도입된 '스쿼드 모드'는 PC 리소스를 낭비하는 다중 클라이언트 구동 없이, 단 하나의 실행 화면에서 3개의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할 수 있는 복합 육성 시스템이다. 이른바 '부캐 작'으로 불리는 다수 캐릭터 반복 육성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췄으며, 유저는 시스템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자신만의 팀 스쿼드를 구성해 다중 육성의 이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무접속 플레이'가 이제는 익숙한 개념이라면, '스쿼드 모드'는 매우 신선했다. 필드 사냥 도중 버튼을 누르자, 내 계정에 있는 다른 부캐릭터들이 그 자리에 즉시 소환되어 사냥을 시작했다. 인상적인 건 또 있었다. 화면에 있는 버튼 하나만 터치하면, 소환된 캐릭터로 화면과 조작 권한이 즉시 교체되며 끊김 없이 플레이가 이어졌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매력은 다중 클라이언트를 구동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단 하나의 실행 화면에서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리니지' 라이크 장르에서는 다계정을 돌리지 않는 한 본캐릭터를 키우는 동안 부캐릭터 육성이 완전히 멈추는 제약이 있다. 'SOL: enchant'는 스쿼드 모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 계정만 키우는 이들에게도 부캐 육성의 길이 열린 셈이다.
무과금 유저도 핵심 아이템을 '나인 경제 시스템'

게임 내에서 다이아로 구매할 수 있는 핵심 유료 상품은 캐릭터가 착용하는 '갓아머', 전투를 돕는 '영체', 능력치를 올리는 '장신구' 등 3가지다. 이 유료 아이템들은 모두 유저 간에 '거래 가능'하다고 한다. 유저가 뽑기나 콘텐츠를 통해 획득한 아이템은 '추출' 과정을 통해 소환권 형태로 변환할 수 있으며, 이를 거래소에 등록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이 경제적 자유를 떠받치는 기반이 바로 핵심 인게임 재화인 '나인'이다. '나인'은 몬스터 사냥, 퀘스트 수행, 장비 강화 등 모든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다. 'SOL: enchant'는 인게임에서 얻은 '나인'으로 유료 상품인 '갓아머', '영체', '장신구'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무과금 유저도 성실하게 플레이만 한다면 과금 없이 핵심 아이템을 보유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나인'을 사용한 '연구' 시스템으로 누구나 최상위 등급 장비까지 획득할 수 있으며, 재화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나인코어' 형태를 통해 거래소에서 재화 자체를 현금성 자산과 교환할 수도 있다.
전지적 MMORPG,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SOL: enchant'는 단순히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신작 MMORPG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저에게 서버와 월드의 제어권을 양도하는 '신권 시스템', 다중 클라이언트의 피로도를 낮춘 '무접속 및 스쿼드 육성', 그리고 유료 상품을 인게임 재화 생태계 안으로 포섭한 '나인 경제 시스템' 등 기존 모바일 MMORPG 시장이 가진 한계점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만의 특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게임이 제시하는 핵심 가치는 명확하다. 개발사가 일방적으로 구축해 둔 파워 그래프와 제약 속에 유저를 가두지 않는다. 그리고 유저를 전지적 시점의 주체로 격상시켜 플레이의 선택권을 넓혀주겠다는 접근이다.
물론 유저가 BM과 업데이트를 통제하는 파격적인 시도가 실제 라이브 서비스 환경에서 전 서버의 밸런스 붕괴나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 같은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 시연을 통해 확인한 기획적 실험들이 정식 출시 시점까지 세밀한 운영 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갖춘다면, 국내 MMORPG 시장에 새로운 시스템적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