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유비소프트 싱가포르 스튜디오에서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 리싱크드'의 소개 및 시연, 인터뷰를 진행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출시를 약 2달 남겨진 시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 및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했으며, 싱가포르 스튜디오의 핵심 개발자들이 함께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테크니컬 디렉터인 '유시 마르카넨(JUSSI MARKKANEN)'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유시 마르카넨 디렉터는 2012년 유비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리드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를 역임한 베테랑 개발자로, 이날 인터뷰에서는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 리싱크드'의 기술 관련 질문 전반에 대해 답했다.

원작 ‘블랙 플래그’는 지상과 해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혁신적인 구조로 유명했지만, 동시에 ‘유령선 버그’ 같은 기술적 문제들도 존재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비슷한 기술적 난관이 있었나.
“원작은 육지와 해상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작품이었고, 이번 ‘리싱크드’에서는 이를 한 단계 더 확장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이제 육지와 바다 사이에 로딩 화면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선 정박 물리 처리나 도킹 시스템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로딩 화면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재정렬하거나 수정할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오픈월드 전체가 항상 동시에 동작하고 있다. 그래서 함선 위치 처리와 도킹 시스템 안정화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신 Anvil 엔진 기반으로 완전히 재구축된 만큼, 단순 그래픽 외에도 NPC 밀도나 월드 스트리밍 등 다양한 기술적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
“그래픽 향상은 물론 가장 눈에 띄는 변화지만, 실제로는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개선이 있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가장 체감하기 쉬운 부분은 로딩 속도다. 게임 시작부터 거의 모든 행동이 즉시 이뤄질 정도로 빠르게 반응한다. 또한 최신 엔진 덕분에 UI와 HUD, 접근성 옵션 역시 훨씬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됐다. 색상 조정이나 자막 설정 같은 세부 옵션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원작 당시에도 바다와 날씨 표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파도나 폭풍우가 실제 플레이 감각에도 영향을 주도록 설계됐나.
“이번 작품에서는 날씨와 바다 환경이 실제 플레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폭풍우 속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거대한 파도나 번개, 용오름 같은 환경 요소가 전투 자체를 바꿔놓는다. 플레이어는 이를 피해야 할 위험 요소로만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 함선을 공격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거대한 파도가 적 함선을 파괴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리싱크드’는 시각적 품질이 크게 향상됐지만, 거대한 대양을 탐험하는 게임 특성상 PC 요구 사양과 콘솔 퍼포먼스를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목표로 하는 사양 수준과 지원 기술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최적화 작업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소 사양부터 하이엔드 환경까지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목표다. 최소 사양 기준으로는 GTX 1660 환경에서 30FPS 구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간 사양 역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맞췄다. 단순히 그래픽 품질을 낮춘 것이 아니라 최적화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DLSS, FSR, XeSS 같은 최신 업스케일링 기술들도 모두 지원한다.

최신 기술로 그래픽 품질을 크게 끌어올리면서도, 원작 팬들이 기억하는 특유의 카리브해 분위기와 색감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부적으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접근했나.
“그 부분은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두가 기억하는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레이트레이싱과 물리 기반 렌더링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조명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를 들어 물속 침전물 표현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빛이 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원작과 신작 화면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색감과 분위기를 맞추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반복했다.
리메이크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시각적으로 확실히 진일보하면서도 원작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균형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인트로 시퀀스인 케이프 보나비스타 작업 당시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대나 환경 자체는 모두 맞았는데도 조명과 그림자 분위기가 계속 어색하게 느껴졌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물리 기반 조명 시스템에서는 실제 월드 위치 자체도 중요했고, 원작과 위치값이 달라지면서 태양 방향이 미묘하게 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위치를 원작 기준으로 다시 맞춘 뒤에야 전체 분위기가 비로소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최신 하드웨어 시대에는 그래픽 품질만큼 안정적인 프레임 유지도 중요해졌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최적화한 영역은 무엇인가.
“가장 큰 목표는 최신 콘솔에서 안정적인 60FPS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콘솔은 하드웨어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성능 한계 안에서 모든 최적화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오픈월드 게임은 CPU와 GPU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양쪽 모두 세밀한 최적화가 필요했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원하는 수준의 부드러운 60FPS 경험을 구현할 수 있었다. 다만 Xbox Series S에서는 하드웨어 한계상 30FPS 모드만 지원한다.
개발팀 입장에서 ‘2013년에는 절대 구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느꼈던 기술적 순간이나 장면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완전 동적 파괴 시스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상자나 환경 오브젝트들을 완전히 실시간으로 파괴할 수 있는데, 개발 중 새로운 로프 다트 시스템을 테스트하면서 적을 상자 더미 쪽으로 끌어당긴 적이 있었다. 그러자 상자가 전부 폭발하듯 부서지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그 순간 ‘이건 2013년에는 절대 불가능했을 장면’이라고 모두가 이야기했다.

최신 렌더링 기술들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런 기술들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온 것인가.
“앤빌 엔진은 별도의 전담 엔진 팀과 함께 계속 발전하고 있다. 엔진 팀은 전 세계 기술 컨퍼런스와 최신 사례들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 기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이번 작품에서 사용된 마이크로폴리곤 기술은 언리얼 엔진의 나나이트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를 앤빌 방식으로 직접 구현했다. 이런 기술 발전은 특정 프로젝트 하나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섀도우스’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와 엔진 팀이 함께 협력하면서 발전해온 결과다.
휴대용 기기까지 대응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넓은 스펙 범위를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했나.
“핵심은 확장성이다. 앤빌 엔진에는 ‘플랫폼 매니저’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수백 개 이상의 그래픽·엔진 설정값을 플랫폼별로 개별 조정할 수 있다. 덕분에 저사양 휴대용 기기부터 최고급 PC 환경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작업량과 전문성도 많이 요구된다. 어떤 설정을 얼마나 조절해야 성능과 시각 품질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앤빌 엔진은 업계 최고 수준 확장성을 가진 엔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