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싱가포르 유비소프트 스튜디오에서 '블랙 플래그 리싱크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폴 푸(Paul Fu)'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폴 푸 디렉터의 경우 이전 리싱크드 최초 발표를 담당했을 만큼 이번 작품의 대표적인 개발자로 꼽히는데, 인터뷰에서는 블랙 플래그의 서사적 변화점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주로 이뤄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 및 일본의 게임 미디어 및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제한된 빌드로 진행된 게임 시연 및 주요 개발자 인터뷰가 함께 이뤄졌다.

발표 영상을 보면 현대 파트의 비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최근 시리즈에서도 현대 파트 비중이 점점 축소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리싱크드’에서는 현대 파트를 어떤 방향으로 다루고 있나.
“현대 파트의 비중이 줄었다기보다는 방향이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번 작품은 ‘섀도우스’에서 이어진 현대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 스파이 같은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 현대 파트를 좋아했던 팬들을 위해 새로운 장면도 추가했다. 특히 올리비에 가르노와 관련된 새로운 현대 파트 장면을 새롭게 제작했다. 원작에서 많은 팬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였던 이야기였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리메이크지만 게임 시스템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서사나 세계관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에드워드 켄웨이는 코너 켄웨이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인물인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원작 스토리 자체는 절대 바꾸고 싶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원작을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면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분석과 검토를 진행했고, 결론은 원작 스토리는 반드시 충실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기존 서사를 확장하는 방향의 추가는 있었다. 거의 모든 미션에 새로운 대사나 장면, 신규 시네마틱을 추가했고 캐릭터 관계 역시 조금 더 보강했다.

에드워드 켄웨이는 시리즈 내에서도 굉장히 인간적이고 욕망 중심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캐릭터 감정 표현이나 연출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
“초기 단계부터 내러티브 팀과 함께 에드워드의 감정선을 어떻게 확장할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 안에서 새로운 장면들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실제로 원작 작가인 데이비드도 개발 과정에 참여했고, 직접 새로운 장면 두 개를 집필하기도 했다. 특히 런던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를 다루는 장면들이 추가됐는데, 이 부분은 에드워드의 감정 서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해적 모험 분위기와 동시에 몰락과 배신, 상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지금 다시 돌아보았을 때 개발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핵심 테마는 무엇이었나.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탐욕과 우정이었다. 에드워드는 금을 좇아 런던의 가족을 떠나 카리브해로 향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친구와 동료들을 잃게 된다. 원작을 다시 돌아봤을 때도 결국 ‘블랙 플래그’의 핵심은 그 상실감과 관계 변화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롭게 추가된 장면과 챕터들 역시 대부분 그런 감정선과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리싱크드’를 위한 오리지널 챕터가 추가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더라도, 메인 스토리 연장선인지 혹은 사이드 콘텐츠인지 궁금하다.
“완전히 메인 서사의 연장선에 있는 챕터다. 분량이나 연출 규모 역시 기존 챕터 못지않은 수준으로 제작했다. 새로운 챕터 제목은 ‘A World Without Gold’이며, 에드워드 주변 인물들과 로버트 메이너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작 팬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추가 미션 수준이 아니라 정식 캐논 스토리로 제작된 챕터다.
‘리싱크드’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단순 팬서비스에 가까운가, 아니면 세계관 확장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지는가.
“단순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추가된 장교 캐릭터들이나 로버트 메이너드 같은 인물들은 모두 에드워드의 정식 캐논 서사 일부로 편입된다. 원작에서는 이름 정도만 언급됐던 마일로 같은 캐릭터도 실제 모델링과 이벤트를 통해 직접 등장한다. 이런 요소들은 모두 원작 설정과 연결되는 공식 확장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원작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가 선원들의 시 샨티와 항해 감성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나.
“시 샨티는 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곡은 새롭게 재녹음했고, 신규 샨티도 추가 제작했다. 특히 이번 작품 신규 콘텐츠와 직접 연결되는 가사와 설정도 포함되어 있다. 오디오 디렉터와 함께 원작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와 서사에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게임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면서 월드 구조와 퀘스트 진행 방식 역시 조정된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기본 구조 자체는 크게 바꾸지 않았다. 원작처럼 13개 시퀀스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암살 계약이나 템플러 사냥 같은 콘텐츠 구조도 유지된다. 우리는 이 작품을 RPG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오픈월드 안에서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임무 구조를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장교 관련 사이드 퀘스트가 있으며, 일부는 신규 챕터 진행에도 직접 연결된다. 또한 새로운 수집 콘텐츠와 월드 이벤트도 추가했다. 단순 수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토리와 시네마틱을 해금하는 방식이다.

원작의 전설 함선 콘텐츠 역시 유지되나. 또 엔드 콘텐츠 측면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전설 함선 콘텐츠는 그대로 유지된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공을 들인 부분이다. 여전히 게임 내 가장 어려운 도전 콘텐츠 역할을 맡고 있다. 추가 엔드 콘텐츠는 신규 챕터와 장교 퀘스트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특히 ‘A World Without Gold’ 챕터는 기본 스토리보다 조금 더 높은 난이도로 설계했다.
플레이 타임 규모 역시 궁금하다. 원작 대비 어느 정도 분량이 늘어났나.
“원작은 대략 20~40시간 정도 규모였는데, 이번 작품은 여기에 약 6시간 정도 콘텐츠를 추가했다. 전체적으로는 26~46시간 정도 플레이 분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덤 크라이’가 제외된 점은 아쉽지만, 아데웰 같은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역시 일부 보강되는지 궁금하다.
“‘프리덤 크라이’ 자체는 포함되지 않지만, 아데웰과 함께하는 새로운 장면과 상호작용은 추가됐다. 예를 들어 함께 숲을 이동하는 신규 미션 단계나 새로운 대화 이벤트 등이 존재한다. 단순히 기존 장면을 재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캐릭터 관계를 조금 더 깊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맵 구조 자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월드 구성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월드 크기 자체는 원작과 동일하다. 하지만 밀도는 훨씬 높아졌다. 신규 섬과 수작업 지역들이 추가됐고, 주요 도시들도 일부 확장됐다. 원작 DLC 지역이었던 일부 섬 역시 카리브해 월드에 통합했다.
개발 과정에서 넣고 싶었지만 결국 구현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있었나.
“물론 굉장히 많았다. 더 많은 스토리와 시스템, 전투 요소들을 추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실제 개발을 진행하면서 완성도와 폴리시 작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다시 체감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한국과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3년 ‘블랙 플래그’ 관련 수상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한국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줬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마, 코엑스였을 거다.
재미있는 것은, 몇 년 전 ‘리싱크드’ 초기 논의를 하던 시점에도 마침 서울에 있었고, 예전에 방문했던 코엑스 근처에서 프로젝트 관련 전화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인상 깊은 기억이다. 그런 만큼, 이번 작품 또한 한국 팬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