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함께라면, 오징어밥이 되어도 괜찮아 - 서브노티카2의 '협동'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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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노티카2 스크린샷 ©Unknown Worlds

'서브노티카' 시리즈는 줄곧 혼자였다.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떨어져, 사방이 막막한 바닷속에서 산소 게이지를 의식하며 떨던 그 고립감이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었다. 그런 시리즈가 신작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부른다. 최대 4인 협동 모드, 시리즈 최초의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협동이 '혼자 떠돌던 공포'를 덜어주기보다는 그 공포를 함께 마주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동료가 생긴다고 바다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서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내디딜 용기 정도는 생긴다. 5월 15일 얼리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서브노티카2'의 멀티플레이를 직접 체험해 봤다.


시리즈 팬들이 기대해 온 '1순위 기능'



멀티-싱글플레이 간 세이브 전환이 대단히 간단하다 ©INVEN

'서브노티카2'의 멀티플레이에 대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접근성이다. 메인 메뉴는 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친구와 함께 플레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원하는 상황에 따라 알맞은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싱글플레이로 진행하던 게임의 세이브파일을 멀티플레이로 전환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쉽다는 점이었다. 그저 세이브파일을 클릭한 뒤 전환 버튼을 누르면, 원래 플레이하던 공간에 친구를 초대할 준비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멀티플레이로 하다가 다시 혼자만의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그만큼 쉽다. 세이브 파일을 다시 싱글플레이로 전환하기만 하면 끝.



새로 참가하는 사람은 구명 포드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INVEN

'친구와 함께' 메뉴에서는 플레이 중인 플랫폼의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코드를 만들거나 친구의 코드를 입력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친구의 공간에서 초대를 받거나, 내가 초대를 하거나, 코드를 활용하거나. 각자에게 맞는 편리한 방법으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까지 진입 동선을 다듬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협동 모드는 시리즈 팬덤이 가장 오래, 가장 강하게 요청해 온 기능이다. 원작 시절에는 모더(Modder) 커뮤니티가 비공식 협동 모드를 직접 개발해 배포할 정도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 후속작은 정말 놀랄 만큼 매끄러운 싱글-멀티플레이 연결 구조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협동을 위해 설계된 차량 '태드폴'



빗해파리에게 특성을 얻도록 도와주거나 ©INVEN

물론, 모든 취미생활의 가장 큰 허들은 '함께 할 친구를 찾는 것'이다. 멀티플레이를 체험해 보기 위해, 동료 기자를 내가 탐험하던 기지에 불러보기로 했다. 싱글플레이 세이브파일을 멀티플레이로 전환하고, 친구 창을 열어 초대하기만 하면 협동 플레이가 간단하게 시작된다.

다만 멀티플레이에 새로 참가하게 된 사람, 그러니까 동료 기자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프롤로그가 끝난 뒤,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탈출 포드에서 재프린팅된 새로운 이주민이라는 설정인 듯하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는 소화기관도 행성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주변 빗해파리를 찾아 생물학적 특성을 얻는 과정부터 일일이 다 진행해야 한다. 심해 기지에서 바로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나는, 서둘러 태드폴을 타고 그를 맞이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주요 도구를 공유하며 적응을 도와줄 수도 있다 ©INVEN

그래도 새로 합류한 동료의 적응은 혼자 이 심해를 탐험할 때보다는 수월하다. 이미 한 명이 주변 자원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고, 기지 내부에 적게나마 기초 자원도 남아 있었으니까. 게다가 기존 플레이어는 새로 합류한 인원을 위해 스캐너, 추진기 등 주요 도구를 만들어서 건네줄 수도 있다.

물론 먹는 입이 늘어난 만큼 식량 자원을 더 많이 챙겨야 한다는 단점은 생기지만, 위험이 가득한 해저 생활에서 동료가 주는 든든함은 물 몇 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지다. 자원을 채집할 손과 인벤토리가 크게 늘어나고, 대신 스캐닝을 해 줄 수도 있고, 위급한 상황에선 대신 희생양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



여럿이 된다고 심해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INVEN



아오 깜짝이야! ©INVEN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익혀온 두 사람이 만났을 때다. '서브노티카2'에는 지도가 없다. 그래서 주변 정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억해야만 한다. 티타늄과 구리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신호기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은이 많이 매장된 지역에 신호기를 설치하고 '은 광산'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런데 동료 기자는 생각보다 '올드스쿨'한 사람이었다. 신호기를 사용하지 않고(그런 아이템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발견한 무언가의 위치를 '대략 어디로 몇 미터 쯤' 정도로 기억하는 타입이었다. "구명포드 남쪽으로 가면 뭐가 있더라"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혼자서 플레이할 때 지나쳤던 거대 조개를 마주하게 됐다. 이런 큰 조개를 왜 혼자서는 못 봤지. 이처럼 서로 다른 싱글 플레이를 해 오던 이들도 협동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태드폴에 매달려 가는 느낌이 꽤나 좋다 ©INVEN

심해 탐사에 필수 불가결한 탈것 '태드폴'은 협동 상황에서도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기본적으로 조종석은 1인승이지만, 동료 플레이어는 태드폴 양 옆에 붙어 있는 손잡이에 매달려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어떤 메커니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체 바깥에 매달린 상태로도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어 깊은 심해 탐사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동 속도가 빠른 가오리 섀시 대신 화물용 섀시를 태드폴에 장착하면, 동료들은 더 이상 손잡이에 매달릴 필요 없이 보조 좌석에 앉아 편안한 탑승감을 누릴 수도 있다. 물론 화물 섀시는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려 탐사에 원활하지는 않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의 자원을 채집할 목적으로는 이만한 것도 없다.

그밖에도 심해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 해저 엘리베이터 등, '서브노티카2'의 다양한 제작물 중에는 협동 플레이를 고려한 설계가 많은 편이다. 엘리베이터에는 이동식 보관함을 설치할 수 있는 하드포인트도 마련되어 있어, 한 사람이 심해 자원을 채집해 엘리베이터로 옮기고 다른 사람이 위쪽에서 이를 받아 태드폴에 보관하는 식으로 분업도 가능하다.



다인승 섀시를 붙여 함께 탐험해도 좋고 ©INVEN



아니면 각자 가오리 섀시를 타고 기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INVEN


함께라면 레비아탄도 무섭지 않지(아마도?)



물고기도 때릴 수 없는데, 사람이 때려질리는 없지©INVEN

심해에 도착한 뒤, 동료 기자를 데리고 곧장 특성을 얻는 것부터 도와줬다. 찾아낸 모든 빗해파리를 정화한 내가 이끄는 대로, 여기서 얻는 신체 특성은 고대 외계 문명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 이를 통해 고대 문명의 비밀도 두 배 빠른 속도로 찾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동료 기자는 고대 문명의 비밀보다는 생선들을 스캔해 '바이오 모드'를 수집하는 데 더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게임 중후반에 얻을 수 있는 생체 스캐너로 일부 생명체를 스캔하면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패시브 스킬이 해금되는데, 이것이 '서브노티카2'의 '바이오 모드' 기능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을 장착해 생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체 스캐너를 사용하면, 다양한 바이오 모드를 습득할 수 있다 ©INVEN

작고 귀여운 생물을 스캔해서 얻는 능력도 있지만, 레비아탄을 스캔해서 얻는 바이오 모드도 있다. 친구와 함께하면 없던 용기도 생기는 법, 우리는 당장 레비아탄을 스캔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시작했다. 레비아탄을 스캔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다가가서, 스캐너를 갖다 대기만 하면 끝. 하지만 혼자서 그 간단한 일을 하려다간 레비아탄 입속에 빨려 들어가거나, 힘들게 만든 차량 태드폴을 잃어버리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협동 플레이에서는 한 사람이 레비아탄의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사람이 스캔을 하는 식으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한 사람만 스캔해도 월드의 모든 플레이어가 스캔 정보를 공유받기 때문에 꽤나 편리하다.

대왕오징어처럼 생긴 수집가 레비아탄를 스캔하기 위해, 동료 기자가 전기 방출 바이오 모드를 들고 호기롭게 미끼가 되기로 자처했다. 그 사이 나는 재빨리 다가가 스캔에 성공했지만, 미끼가 된 동료는 결국 오징어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래도 스캔에는 성공했고, 우리는 모두 주변 자원을 탐색할 수 있는 액티브 바이오 모드를 얻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도망치기 급급했던 레비아탄이지만 ©INVEN



둘이 모이면 용기가 생긴다고! ©INVEN

이렇게 레비아탄을 상대로 한 협동 플레이가 성립하는 데에는 기술적 배경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프로듀서 스콧 맥도날드는 인터뷰에서, 전작 시절에는 생명체와 레비아탄이 한 번에 하나의 행동만 고려할 수 있었고 반응 가능한 요소도 제한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신작에서는 언리얼 엔진 5의 행동 트리(Behavior Tree) 덕분에 환경과 플레이어, 주변 생명체와 오브젝트에 따라 크리쳐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사람이 미끼가 되고 다른 사람이 스캔하는 분업이 성립하는 것도, 레비아탄이 둘 중 누구에게 반응할지를 그때그때 판단하기 때문인 것.

우리가 자만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얼리액세스 구간 바깥을 유영하고 있는 또 다른 레비아탄을 스캔해보기 위해 다시 준비했다. 수집가도 스캔한 마당에, 이 심해에 우리에게 공포를 줄 존재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바깥 영역을 유영하는 레비아탄 쉬버(Shiver)가 떼지어 다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느 하나의 눈길을 끌 새도, 스캐너를 꺼내들 여유도 없이, 우리는 나란히 쉬버의 밥이 되고 말았다. 얼리 액세스 구역을 벗어나선 죽음 뿐이니, 부디 그 안에서만 탐험을 즐기시길.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었고 ©INVEN


"솔로 경험은 그대로, 협동은 어디까지나 선택지"



레비아탄에게 패배 후, 감격의 재회 순간 ©INVEN

리드 디자이너 앤서니 가예고스는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글로벌 인터뷰에서, 현재 단계의 팀 주요 목표가 싱글플레이 경험을 기준으로 게임 밸런스를 잡는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솔로플레이로 게임을 경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멀티플레이는 훌륭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지라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실제로 친구와 플레이할 때 자원 수집 속도는 빨라지지만, 동시에 모든 장비를 여러 명이 쓸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하고 기지가 커지면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지는 자연스러운 보정이 일어난다. 체험 중에도 그랬다. 동료 기자와의 협동 이후 자원을 축적하는 속도가 빨라지자 보관함을 더 만들어야 했고, 함께 제작 작업을 하기 위해 제작대도 추가로 설치해야 했다. 그냥 건네줄 수 없는 장착형 아이템(산소통, 오리발 등)을 모두 갖출 때까지 주변 자원을 탐사하는 과정은 계속됐다. 빨라진 만큼 챙길 것도 늘어나는, 나름의 균형이었다.



열심히 함께 지은 기지는 클라우드 저장을 이용해 친구에게 공유해줄 수 있다 ©INVEN

또 한 가지, 서브노티카2는 클라우드 저장 기능을 지원한다. 내가 플레이하던 세이브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코드를 받아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사용하면 멀티플레이로 함께 지은 기지와 만든 차량들이 모두 담긴 세상을 친구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코드를 받은 친구는 멀티플레이에서 진행하던 캐릭터 상태 그대로, 자신이 지은 것들을 잃지 않고 게임을 이어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개발진이 말한 대로 서브노티카2의 멀티플레이는 완전히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이 기능을 지원하는 제반 시스템을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준다. 언제든 전환할 수 있는 세이브파일,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 기능을 잘 활용하면, 누구도 멀티플레이 이후에 박탈감을 느낄 필요 없이 진행 상황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다 다시 함께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간단하게 세이브파일을 전환해 함께 즐기면 되고.

물론 아직까지는 얼리 액세스 단계인 만큼, 함께 기지를 건설하고 생체 스캐너로 바이오 모드를 모으거나 레비아탄 스캔 같은 도전을 하는 것 외에는 '멀티플레이 환경에서만 돋보이는' 새 콘텐츠는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혼자서 떠돌던 생활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공포에 맞서 더 깊은 심해로 나서는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함께 심해를 탐사하고픈 친구가 있다면, 수줍게 스팀 선물로 서브노티카2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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