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 플레이엑스포에서 인상적인 첫 모습을 선보였던 길드 스튜디오(Guild Studio)의 2D 소울라이크 신작 '남모(NAMMO)'가 올해 플레이엑스포 2026에도 다시 한 번 부스를 차렸습니다. 1년 사이 게임은 새로운 보스가 추가되고, 아트와 조작감 역시 한층 다듬어진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남모'는 진흥왕 시기 신라의 원화(源花) 제도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한국형 다크 판타지 소울라이크 게임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576년 진흥왕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미모의 두 여인 남모와 준정을 '원화'로 삼아 300여 명의 젊은 낭도들을 이끌게 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시기와 다툼이 일어났고, 끝내 준정이 남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술에 취하게 한 뒤 강에 던져 살해하면서 원화 제도는 폐지되고 말죠. 길드 스튜디오는 이 비극적 설화에서 출발해, 가장 가까웠던 자에게 두 눈을 잃은 '남모'가 영혼의 세계를 보는 능력 '영안(靈眼)'을 얻어 진실을 좇는 이야기로 재해석했습니다.
인벤은 플레이엑스포 2026 현장에서 길드 스튜디오의 김태윤 대표를 만나, 지난 1년간의 개발 진척 상황과 작품의 핵심 설계 의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작년 인터뷰 이후 1년 만에 다시 뵙게 됐습니다. 그동안 개발 진척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현재는 9명의 인원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보스를 훨씬 더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보스 하나하나는 충분히 재미있는데, 이것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쭉 나열해 두니까 피로도가 너무 높아지더라고요. 유저분들도 "보스는 너무 재미있는데 난이도가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이사이에 간단한 이벤트나 스토리를 넣어드리려고 하고 있고, 그 작업 때문에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남모'라는 프로젝트의 출발점과 핵심 동기에 대해 짚어주신다면?
"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중국에는 무협, 일본에는 사무라이와 닌자처럼 그 문화권을 대표하는 메인 스트림 콘셉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게 따로 없다 보니, '우리는 신라의 화랑을 한번 콘셉트로 밀고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화랑 제도를 살펴보다 보니, 그 이전에 '원화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원화 제도는 두 명의 여성 인물이 화랑의 낭도들을 이끌었던 실제 역사 기록인데, 저희는 그 두 인물인 남모와 준정 사이의 관계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저희가 아트나 보스전 같은 전투에서 유저분들께 재미, 일종의 도파민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 두 가지의 교집합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신라 다크 판타지의 보스러시 게임'이라는 방향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사료나 시각적 레퍼런스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저희 같은 경우에는 경주박물관에 가서 사진을 몇 백 장 찍어 왔고요. 그다음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도 모두 읽었습니다. 다만 저희가 '순수한 신라'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가상의 세계로 설정해서 기존 신라와는 다른 시간대나 다른 건축 양식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요. 신라를 그대로 옮긴 것보다는, 신라를 오마주해서 만든 세계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팀 상점 페이지 설명을 보면, 자매처럼 자란 두 사람이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구도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캐릭터의 이름과 두 사람의 관계 설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실제로 화랑 제도를 이끌었던 원화 제도의 두 여인, 남모와 준정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고요. 남모와 준정 같은 경우 실제 기록에서는 서로 시기 질투를 하다가 결국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여버린다는 내용이잖아요. 저희는 좀 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남모가 언니처럼 믿었던 준정에게 갑작스럽게 불려 나가고, 거기서 준정이 남모의 눈을 베어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남모는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눈을 잃고, 동굴에서 맹인인 상태로 깨어나 게임을 헤쳐나가게 됩니다. 단순한 시기 질투의 이야기보다는, 좀 더 비극적이고 한국 전통의 정서인 '한(恨)'을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맹인이 된 상태로 게임이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지. 시각을 잃는 대신 영혼을 본다는 설정인데, 이 점이 게임 시스템 전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 주인공이 맹인이 된 이후에는 영혼 세계를 볼 수 있는 '영안'을 개안할 수 있게 됩니다. 영안을 열면 실제로 게임 내 조작을 통해서 보이지 않던 플랫폼이나 함정, 숨겨진 길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고요. 그다음에 보스들의 진정한 정체와 약점도 확인할 수 있어서, 그 약점을 파괴하면 마치 '몬스터 헌터'의 부위 파괴처럼 영구적인 손상이나 큰 데미지, 또는 그로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안을 통해서 스토리의 분기점이나 히든 요소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영안 시스템이 동료가 진짜 동료인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스토리 분기 장치로도 작동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 가장 큰 원칙은 사실 '보스러시에 집중하자'였습니다. 저희도 스토리를 많이 넣고 싶고, 게임 내 다양한 이벤트도 넣고 싶지만, 일단 저희가 가장 잘하는 건 보스러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보스 전투의 쾌감을 1순위에 두었습니다. 그 위에 나머지 요소들을 보강해 가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NPC나 동료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는 영안 시스템이 스토리에 일종의 분기로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멀티 엔딩도 함께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네, 여러 엔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엔딩별로 전혀 다른 이야기의 결말이 펼쳐지기 때문에,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결국 내가 영안을 사용해 누군가의 정체를 확인했는지, 아니면 확인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지에 따라서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일까요.
" 네,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죠. (웃음)

트레일러나 시연 영상을 보면, 등장하는 보스들이 다들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광기에 빠져 있거나,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 있거나. 보스 디자인적으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충분한 위압감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일정 선을 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어디까지나 '압도감', '다크 판타지' 정도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한끝 실수하면 아예 혐오감이 들어버리거든요. 그 강도를 조절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보스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역시 저희의… 이게 스포일러여서요. (웃음) 네, 스포라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2D 소울라이크 장르는 경쟁이 정말 치열한 영역입니다. 쟁쟁한 선배 작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남모'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가장 독특한 점은 역시 '영안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와는 다른 방식의 전투, 그리고 전투의 깊이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테마입니다.
최근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잘 됐잖아요. 그 이후로 K-콘텐츠 자체에 대한 흥미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신라 다크 판타지라는 새롭고 신선한 테마 역시 게임의 포인트이자 경쟁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 중에 한눈에 봐도 '멋있어 보이는' 2D 소울라이크 액션을 만드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 장르를 정공법으로 도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 보람 있었던 부분을 듣고 싶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이미 너무 쟁쟁하고 잘하시는 선배 분들이 많아서, '이분들을 어떻게 이길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메트로배니아 같은 장르는 더 넓은 유저층을 수용해야 하다 보니 게임의 마이너한 부분이라든지, 보스 난이도라든지, 이런 데 제약이 많거든요. 저희는 '보스러시'라는 형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난이도나 보스의 재미 같은 측면에서 조금 더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현재 확정은 아니지만, 쉬운 난이도도 함께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초 마니아 유저분들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지는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 고민 중입니다.
보람 있었던 부분은 역시 이런 행사장에서 유저분들이 직접 즐겨주실 때입니다. 게임을 만들다 보면 저희 팀 내부에서도 "이게 정말 재밌는 건가?", "이게 멋있는 거 맞아?" 하면서 매일 옥신각신 생산적인 토론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결국 현장에서 유저분들이 즐기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때 정말 감사하죠. 단순히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해 주시는 것뿐 아니라, 부스 이벤트에 참여해 주시고, 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스에 시연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이 굉장히 길더라고요. 작년 플레이엑스포와 올해 플레이엑스포 사이에서 유저 피드백의 차이를 느끼셨다면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을지 궁금합니다.
" 전체적으로 아트와 조작감 부분에서 개선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고요. 그다음에 저희가 신규 보스를 하나 들고 나왔는데, 이 친구가 난이도도 좀 있는 편이고 아직 폴리싱이 덜 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유저분들께서 다들 너무 열심히 깨주시고, 또 피드백을 해 주시면서 "이런 식으로도 보스 설계가 가능하구나"라는 식의 인사이트를 주셨어요. 저희가 판단을 내리거나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반응 자체로는 어느 정도 바이럴과 인지도가 생겼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현재 출시일이 '미정'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개발은 어느 정도 단계까지 진행됐고, 출시 시점에 대해 공유해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요.
" 원래 설계했던 보스러시 순수 기반으로는 약 70% 정도 만든 상태입니다. 그 사이에 간단한 이벤트나 중간 보스, 짧은 스토리 같은 것들이 추가되면서 분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요. 출시 목표는 내년 8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에는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남모'를 기다리고 있을 게이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렇게 행사에 관심 가져주시고, 또 오시는 분들의 응원이 저희 개발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단순한 에너지뿐만 아니라, 게임 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는 부분들이 실제로 게임에 반영되기도 하거든요. 함께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개발사, 그리고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