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디 호러 '하굣길' - 이 여고생은 왜 대걸레 자루를 들었을까?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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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엑스포 2026 현장에서는 한 호러 게임의 부스가 조용히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의 첫 작품, '하굣길: 더 웨이 홈(The Way Home)'입니다. 2010년대 한국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액션 호러 어드벤처로, 올해 1월 열린 타이페이 게임쇼에서는 '인디 웨이브메이커스 시크릿 레벨 어워드(Indie Wavemakers Secret Level Awards)'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죠.

플레이엑스포 2026에서는 약 15분 분량의 시연 빌드가 공개됐습니다. 평소처럼 책상에 엎드려 잠든 학생이 눈을 떠 보니 선생님도, 친구들도 사라진 채 같은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는 학교. 주인공은 자원을 모으고, 위협을 관찰하며, 이 비일상의 공간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청주에서 단 두 명의 인원으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 불완전연소의 대표, 김경필 대표를 플레이엑스포 2026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의 부스 ©INVEN 김규만 기자

2010년대 한국 학교라는, 다소 독특한 배경을 골랐습니다. 그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 사실 '하굣길'은 저의 굉장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평소 익숙하게 오가던 공간이 어느 날 유난히 비일상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탓이었는데, 그 주변이 일렁이는 듯한 감각이 돌이켜보니 호러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던 거죠.

호러 영화 중에서 마니악한 작품들을 보면, 그런 무서운 경험을 그대로 옮겨낸 듯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감각이 게임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저랑 부장님 둘 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가장 익숙한 공간이고, 만들기에도 매력이 있더라고요. 작은 공간 안에 체육관, 도서실 같이 표현할 결이 많으니까요.


배경이 '충북 은혜고등학교'인 점도 인상적인데요. 충북이라는 지역은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의 지원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학교 이름은 어떤가요?
" 충북이라는 지역은 어느 정도 지원사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은 부분이 맞아요. 다만 '은혜고등학교'라는 이름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설정인데, 좀 역설적으로 장난을 치고 싶었죠. 말도 안 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학교 이름은 '은혜롭다'라고 붙여버리면, 오히려 더 짜증이 나는 지점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역설적인 감각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게임을 시연 중인 참관객들 ©INVEN 김규만 기자

'하굣길'을 기획하면서 가장 고민했고, 또 가장 돋보이고 싶은 게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 분위기랄까요. 공포라는 게 스토리가 좋다든지, 연출이 좋다든지 다양한 강점을 가질 수 있는데, 게임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백룸'이나 '8번 출구' 같은 작품이 비주얼 자체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봐요. 공포는 비주얼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 부분에 굉장히 집중했어요. 사실 저와 부장님 사이의 비주얼적인 이해도가 맞춰지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스팀 상점 페이지 설명에 '자원을 모아 탈출한다'고 적혀있는 점에서 생존 게임의 느낌도 드는데, 구체적인 장르가 어떻게 되나요?
" 네, 맞아요. 다만 저희가 많은 양의 아이템이 필요한 본격적인 생존 게임은 아니에요. 이 장르의 전신이자 지금도 대표주자인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보면, 특히 '바이오하자드' 같은 경우 탄약 제한이 항상 극단적이잖아요. 그런 식의 자원이 분명하고 부족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일반적인 무기인 대걸레로 근접 전투를 하다가 부러져 버렸다면, 이걸 다시 붙이기 위해 테이프가 필요하겠죠. 그러면 그 테이프를 파밍하거나 상점 역할을 하는 '자판기'에서 구매해야 하고요. 이런 구조로 '자원을 모아야 한다'는 슬로건을 슬쩍 깔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했던 '화이트데이'가 워낙 재밌었어서, 그런 퍼즐스러움이나 어드벤처의 순수한 맛도 절반 가까이 섞었습니다. 서바이벌 액션 호러가 6 정도라면, 어드벤처 요소가 4 정도일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자주 본 그 모습이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

잠깐 봤는데 무기 디자인이 굉장히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걸레가 빠진 대걸레 자루 같은 디테일이 인상적인데, 무기 디자인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았는지 궁금합니다.
" 실제로 플레이어 분들께도 좋은 의미로 많이 질문받은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총을 쓰거나, 근접 무기여도 야구 배트, 쇠 파이프 같은 게 효율도 좋고 쉬운 길이거든요. 인디 입장에서도요. 그런데 그렇게 가면 좀 아쉬울 것 같더라고요.

주인공이 1인칭이라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쨌든 여학생입니다. 학생이 피지컬적으로 타고난 경우는 강호동 씨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면 잘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티 나게 만들고 싶었고, 또 '실제로 그 환경에 떨어졌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어요. 운 좋게 기자재실에서 망치를 주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교실에서 바로 주울 법한 게 뭘까 떠올려봤죠. 그러다 보니 떠오르는 게 몇 개 없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게임 속 무기는 소화기, 대걸레, 그리고 주인공 친구가 양궁부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양궁이 들어가요. 화살 개수는 제한해두고요. 대걸레는 정말 그 상황에 떨어졌을 때 주워서 쓸 법한 무기를 생각하다 나온 결과물이에요. 일상의 감성을 노렸다고 할까요.


데모에서 잠깐 등장한 괴물도 인상적이었는데, 플레이어를 향해 돌진할 때 약점이 보인다는 특징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괴물 디자인의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 '리썰 컴퍼니(Lethal Company)'가 흥행했을 때, 관찰을 통해 크리처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구조가 매력적이었어요. 그게 제 취향과도 잘 맞아서 저희 크리처들도 그렇게 설계했습니다.

조금 더 원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디자인 측면에서는 사람의 트라우마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기능적으로는 관찰을 통해 약점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해서, 크리처마다 기믹이 조금씩 다르고, 관찰이 늦을수록 클리어가 어려워지는 구조죠.

데모에서 공개된 입이 큰 친구도 마찬가지인데, 모아서 달려오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위협적이지만 중간에 텀이 있고, 오히려 달려올 때 약점이 드러나요. 도망치지 않고 그 순간을 노렸을 때 기회가 열리는 식입니다.



달려올 때만 약점이 드러나는 등 '관찰'이 필수적인 괴물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

올해 1월 타이페이 게임쇼에 출전했습니다. 첫 오프라인 행사였다고 들었는데, 어땠나요?
" 사실 그때부터 오프라인 행사가 시작된 거라, 이번 플레이엑스포가 두 번째예요. 더 준비가 안 된 미완성 상태로 나갔지만, 다행히 한국 분들도 꽤 계셨고 현지 분들도 굉장히 친절하셨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인디 웨이브메이커스 시크릿 레벨 어워드'에서 비주얼 부문 수상을 하게 됐어요. 슬프면서 웃픈 에피소드인데, 그 상이 없었으면 부스가 너무 허술했을 것 같습니다. 포스터도 잘 안 보이고, 테이프도 자꾸 떨어지고 그랬거든요. 수상한 덕분에 사람들이 더 찾아와 주셔서 다행히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스 자체는 노트북 한 대 겨우 둘 수 있는 정도로 굉장히 열악했지만, 그게 그 행사의 정체성인 것 같았고 시설 외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도 몇 번인가 가봤는데, 대만이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더라고요.
" 맞아요. 잘하시는 분들도 원래 대만에 많고요. 타이페이가 수도다 보니, 타이페이 게임쇼라고 하면 해외 바이어 분들도 많이 참여하시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 지역, 그 도시가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

다시 플레이엑스포 2026으로 돌아와, 현장에 와 본 소감과, 참관객들의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일단 총평을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호러 게임 치고는 난이도가 있는 게임을 준비했어요. 비유하자면 민트초코를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잖아요. 그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강하게 밀어붙인 셈인데, 다행히 즐겨주셔서 감사하더라고요.

피드백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단순히 '난이도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관찰이 필요하다'는 정보 전달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실제로 어제, 오늘 새벽까지 그 부분을 수정했고요. 청주에서 아무리 열심히 개발해도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한 번에 짚어주시니까, 현장에서 받는 피드백의 매력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방향성이 맞는지, 그 방향성에 맞는 시스템이 잘 짜였는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현재 게임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현재 완성도는 약 45%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용 빌드는 15분 분량으로 과감하게 잘라서 준비했어요. 아이템 수나 환경 변화 요소를 많이 제약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본편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

향후 출시 일정 등, 생각하고 계신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 내년 중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만 2인 개발인 데다 이런 콘셉트와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가려면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반드시 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일정이 어느 정도 조정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작품이라 더 애착이 클 것 같습니다. '하굣길'이 어떤 작품으로 완성되기를 바라시나요?
" 그렇죠. 저희 사명에도 적어둔 것처럼, 게임은 본질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달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일단 재미있게 느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험이 얼마나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감성의 공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서, 그 부분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담지만,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보통 사업을 시작하려면 유보금을 많이 확보하신 분들이 시작하잖아요. 저희도 유보금을 썼고 없진 않았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 많지도 않았습니다.

또 저희가 기술력에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는데, 그걸 유지하려면 부업이 아닌 전업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다 보니 게임 지원사업이 있었고,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가 서울은 아니지만 만약 선정된다면 내려가겠다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했죠. 다행히 (저희 진심을)알아봐 주셔서 바로 짐을 싸서 내려왔습니다.



©스튜디오 불완전연소

충북 글로벌 게임 센터는 옛날 담배회사 공장 건물을 탈바꿈한 공간이라고 들어서 흥미롭더라고요. 그곳에서의 개발 생활은 어떠신가요?
" 저희 라이프스타일이 좀 올빼미형이기도 하고, 모든 사무실이 창가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빛을 잘 못 받고 일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훅훅 지나가더라고요. 뭔가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혔다가 나오는 느낌이 있는데... 바빠서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일단 지금 이 자리에 와 주신 분들, 그리고 저의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즐겨주시고 의견을 많이 남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 자리에서는 말주변이 부족해서 충분히 전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함께 일해주시는 부장님, 또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게 해주신 충북 글로벌 게임센터에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너무 사회생활하는 답변 같네요. 농담이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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