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토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린 글로벌 인디 게임 축제 '비트서밋(BitSummit)'.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애니메이션 명가 토에이(Toei)의 신규 게임 퍼블리싱 조직인 '토에이게임즈' 부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국 인디 게임이 있으니, 바로 4인조 인디 개발팀 '검귤단'이 개발 중인 추리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킬라(KILLA)'다.
검귤단은 대학생 연합 동아리 등에서 만나 결성된 팀으로, 놀랍게도 네 멤버 모두 이번이 첫 게임 개발 프로젝트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때로는 학점을 포기해야 할 만큼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게임 개발을 향한 꺾이지 않는 열정과 서로 간의 시너지로 '킬라'라는 독창적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GIGDC 대상, 반다이남코 주최 '갸(GYAAR) 스튜디오 어워즈' 위너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증명되었고, 이는 토에이게임즈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치밀한 트릭보다는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해 새로운 감각의 추리 어드벤처를 선보이겠다는 검귤단을 비트서밋 현장에서 직접 만나,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다.

Q. '킬라'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다연= '킬라'는 "라를 죽여라"라는 스승님의 유언에 따라, 스승님을 죽인 범인을 찾고 복수하는 주인공 '발할라'의 여정을 담은 추리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라를 죽여라"라는 의미에서 게임 타이틀명을 킬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킬러라는 중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고요.
Q. '킬라'를 직접 보니 만듦새가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요. 이전 게임을 개발했던 이력이 있나요?
최다연= 저희 네 명 모두 이번이 첫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의 게임 개발 연합 동아리 '브릿지'에서 저와 재원님이 만났고, '이화여대 게임잼'을 통해 세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개발을 하다 보니 기획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저희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다연님이 제 친언니인데 비즈니스 쪽으로는 잘해서 제가 제안해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스토리 구성을 어떤 분이 주도하셨고, 어떤 의도로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다연= 제일 처음에는 추리 게임 특유의 '반전'만을 생각하며 개발했는데요. 팀원들이 모두 '오타쿠' 성향이 있어서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캐릭터마다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추리 구조'를 고민하다가, 현재의 반전 비밀과 캐릭터 고유의 개성을 보여주는 구조가 탄생했습니다. 큰 틀은 제가 짰지만, 세부적인 캐릭터의 매력은 팀원 전체가 함께 논의해서 만들었습니다.
Q. 꿈에서 단서를 찾고, 멀티 엔딩을 제공하는 서사 구조가 독특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었나요?
최다연= 저희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만큼이나 '캐릭터가 어떻게 되었느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존 추리 게임이 현장의 증거품이나 과학적 수사로 진실을 밝힌다면, 저희는 사건 현장 이전의 캐릭터들 간의 이야기나 과거에 주목했습니다. "이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집중했고, 꿈속의 정신적 공간 같은 요소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Q.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세계관 디자인이 매력적인데요. 평소 좋아하거나 영감을 받은 추리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최다연= 아무래도 스팀펑크 장르다 보니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톤 앤 매너가 아주 잘 잡혀 있어서 아트 부분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네가 죽어'라는 일본 게임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윤세은=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레이튼 교수'와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다.
최다은=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단간론파', '역전재판',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Q. 다들 대학교 졸업 이전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텐데요. 학업과 병행하며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장재원= 현재 저만 대학생이고 나머지 팀원들은 모두 졸업한 상태인데요. 저의 경우, 아르바이트와 개발, 학교 수업을 병행하려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했어요. 게임 개발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이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학업에 다소 신경을 덜 쓰게 되었고, 졸업하는 데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게 되었죠(웃음).
Q. 다양한 수상 이력 중 검귤단에게 가장 의미가 컸던 무대는 어디인가요?
최다은= 반다이남코에서 주최한 '갸(GYAAR) 스튜디오 어워즈'에서 위너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지원금뿐만 아니라 멘토링 같은 개발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게임스컴 같은 큰 무대에서 전시할 기회도 얻었고요.

Q. 그동안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지스타 등 여러 게임쇼에 활발하게 출전해 왔는데요. 적극적으로 게임 쇼에 참가했던 주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최다은= 유저분들과의 소통, 그리고 피드백을 토대로 게임을 다듬어 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나아가 유저분들께 게임을 알려 스팀에서 위시리스트를 쌓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소중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더 나은 게임으로 다듬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유저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최다연= 스팀에 데모를 올려서 유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주인공이 상자를 열어야만 진행이 되는 구간에서 "나는 절대로 상자를 열지 않고 단서도 찾지 않겠다"라는 의견을 남긴 분이 있었어요. 그게 너무 웃겼고 기억에 남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방향을 바꿔서 안 열고 진행하는 선택지도 넣게 되었죠.

Q. 토에이게임즈의 첫 퍼블리싱 타이틀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요?
최다은= 전시회 등에서 알게 된 분을 통해 소개를 받았고, 토에이게임즈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믿지 못했어요. 저희 메인 타깃층이 일본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은 유저분들인데, 토에이는 일본 내 영향력이 크고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회사라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세은= 현재 2주에 한 번씩 화상 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은님이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토에이 측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부스 세팅이나 행사 출전 여부 등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Q. 최종 플레이 타임과 언어 지원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장재원= 스토리를 즐기고 퍼즐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0시간 혹은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시는 분들은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최다은= 언어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번체)를 지원합니다. 음성의 경우 비주얼 노벨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아직 내부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플랫폼은 일단 스팀(Steam) 출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출시 예정일은 언제인가요?
최다은= 올해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더 좋은 퀄리티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에 일정이 조금 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출시 일정과 유저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검귤단= 지난 3~4년가량 개발하면서 연출과 스토리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매력적인 아트와 깊이 있는 스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