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시내에 나가보고 싶어.”
“런던에?”
“응!”
에리카가 힘차게 대답했다. 칼은 안 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동생의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매몰찬 사람은 아니었다. 에스텔은 제외하고. 마침 칼은 시내에 볼일이 있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 대신 오빠 말 잘 들어야 해.”
“응.”
“그럼 가자. 야, 따라와.”
에스텔은 말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에리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둘 사이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렇게 교역소에 도착하였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에리카까지 대동하고.”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말해보게.”
“위스키, 양모, 버터, 대포, 갑옷을 있는 대로 모아주십시오. 위스키는 수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뭐라고?”
교역소 주인은 깜짝 놀랐다. 칼이 원하는 양이라면 엄청나게 긁어모아야 했다. 칼이 쓸어가고 나면 향후 몇 일간은 시세가 폭등하여 소상인들은 난리가 난다. 주인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그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모아주면 되나?”
“늦어도 내일 모레 오전. 성사되면 사례는 두둑하게 할테니 모아만 주십시오.”
“또 물건 값 깎으려고?”
“생각해 보죠.”
“뭐 나중에 생각하자고. 일단 노력은 해보지. 접수되었으니 가봐.”
“네, 그럼.”
칼은 교역소를 나섰다. 에스텔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뭐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해?”
“참고해. 암스테르담에 저것들 모아다 팔면 돈 꽤 되니까.”
“구입가가 얼마 안하는데?”
“이곳의 구입가와 암스테르담에서의 판매가격은 달라. 요새 듣자하니 양모수요가 엄청나다고 하던데. 다른 것들도 그렇고. 뭐, 손해나는 부분은 프레드릭이 알아서 해줄테니 걱정은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남자다. 에스텔은 칼에 대해 그렇게 정의 내렸다. 그리고 이런 선장을 상관으로 모셔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자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 칼이 뭔가 떠올랐는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우리 집에 정원이 없다고 했지?”
“그게 왜?”
“내일 보라고. 정말 놀랄 거야.”
“오빠! 집에 가자.”
에리카가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칼은 미소 짓고는 동생의 소원대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음날. 칼과 에스텔은 아침부터 외출이었다. 에스텔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은 그가 자신에게 경험을 쌓게 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항상 납치하듯 팔을 꽉 잡고 끌고 다니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것 좀 놓고 가!”
“아, 미안.”
그때서야 칼은 에스텔의 팔을 놓아주었다. 에스텔은 자신의 팔을 만지며 불만을 터뜨렸다.
“내가 무슨 강아지야! 아님 뭐야! 어! 말을 해봐! 왜 항상 이렇게 끌고 다니는데!”
“시장에 나가 봐야 하니까.”
“어?”
“에리카 생일 파티 준비도 그렇지만. 시장에 가면 정보가 많거든.”
“정보?”
“일단 따라와.”
칼과 에스텔은 런던 시내의 시장에 들어갔다. 칼을 알아보는 사람도 꽤 되었다. 여기서도 에스텔은 칼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칼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에스텔은 칼에게 종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뭐야?”
“크리스틴이 시킨 것. ‘거기 적혀있는 대로 사오시면 됩니다.’라던데?”
“둘이 대체 무슨 사이야?”
“아무 관계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렇다고 주종관계도 아니니.”
“대체 뭐야?”
칼은 에스텔의 말을 가볍게 씹어주었다. 그리고 한 장식품 가게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앗, 도련님! 저희 가게엔 무슨 일이십니까?”
“아아, 여기 적혀있는 대로 주세요.”
“예예. 곧 갑니다.”
가게 주인은 재빨리 종이에 적힌 대로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칼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요즘 암스테르담이나 북해 연안의 소식 같은건 없습니까? 아저씨라면 잘 아실 텐데요.”
“요즘 암스테르담에서 이곳 런던의 물건들이 귀하다는 얘기는 들었습죠. 요즘 직물 수요가 많아 생산이 늘어난 만큼 양모가 많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습죠. 네.”
“흐음. 양모라…창고에 비축된 양도 확인해 봐야겠는데. 야, 에스텔, 부관으로서 할 일 생겼네.”
“응?”
에스텔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칼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혀를 차며 말했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장부하나 줄 테니 그거랑 양모 비축량과 장부에 적힌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에스텔은 그의 말에 반색했다. 그리고 칼의 전매특허인 빈정거리는 말투를 따라하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난 해군사관인데? 정확히 네 전투부문 부관이 될건데?”
“하라면 해. 나중에 살림 안 할 거냐? 이거야 원. 크리스틴은 척척 잘 해주던데. 넌 뭐냐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한․가․지도 없냐?”
칼의 비아냥거림이 시작되었다. 에스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가게 안이라 지금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칼은 그 낌새를 이미 눈치 챘지만 계속 비아냥거렸다. 어차피 화나봐야 무섭지도 않다는게 그의 판단이었다.
“알았어…할게.”
“어, 웬일이냐?”
“나도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겠어. 그러니까 할거라고.”
갑자기 에스텔이 불타올랐다. 칼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침 가게 주인은 칼이 필요한 물건을 내놓았다.
“5천 두캇입니다.”
“자 받으세요.”
어음을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적혀있는 액수를 보고 경악했다. 어음에는 분명히 2만 두캇이라고 적혀있었다. 칼의 서명과 더불어서.
“도, 도련님. 너무 많습니다.”
“아아, 정보에 대한 대가니까 받아두세요. 다음에도 좋은 정보를 주십시오. 그럼.”
칼은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크리스틴이 부탁한 다른 물건들도 사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흠....
대학교는 가야겠고. 재수는 안된다고 하고...
이거야 원...
심정이 복잡하네요.
전형날짜도 겹쳐서 포기해야할 것도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