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고, 크리스틴에게 물건 보따리를 보이자 그녀는 칼이 사온 물건들을 보고 만족한 듯한 웃음을 보였다.
“수고 하셨어요.”
“뭐…누구한테 맞기 싫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난 어릴 때 기억을 잊지 않고 있거든.”
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크리스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칼에게 있어 크리스틴은 카렌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렸을 때 함께 자랐고 또한 카렌에게서 맞은 것과 맞먹을 정도로 많이 맞았다. 언제부턴가 크리스틴이 칼을 부를 때 이름이 아닌 도련님이란 호칭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런 일은 사라졌다.
“자 그럼 일하러 가볼까. 와하하하!”
칼은 얼굴이 붉어진 채 당황하는 크리스틴을 뒤로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에스텔 역시 그를 따라 들어갔고 칼은 책꽂이에서 장부 하나를 찾아 책상에 놓았다.
“이 장부야. 창고는 우리 집에 있지. 어차피 어디 있는지 모를 테니 데려다는 주지.”
“너 대체 저 크리스틴이란 여자랑 무슨 관계야?”
“네가 알아서 뭐하게? 네가 무슨 내 애인이라도 되는 줄 아냐? 그러니까 신경 꺼.”
“쳇.”
“따라와. 빨리 끝내야 돼.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잖아.”
에스텔은 그 이후 군소리 없이 그를 따라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한 건물에 다다랐다. 창고였다. 칼은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에스텔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헤에…많다.”
“이렇게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물건은 집안에서 관리하고 있어. 그리고 항구 근처에도 창고가 있어. 그건 이것보다 크고 건물 수도 많아. 자, 빨리 하자.”
그들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칼이 장부를 확인하고 에스텔이 실 수량을 확인했다. 칼은 알고 있었다. 이번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은 양모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항구에서도 들은 바가 있었으나 확인 사살차원에서 자신이 정보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가게에 들어가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낸 것이었다.
“어때 맞는 것 같아?”
“응, 맞아. 양모 상태도 깨끗해 보여.”
“음. 어머니와 크리스틴의 실력은 알아줘야해. 나도 보관법은 어느 정도 알지만. 정말 못 따라가겠어. 너도 기회가 있으면 배워 놔라. 나중에 결혼해서 정말 유용하니까.”
“상관하지 마셔.”
에스텔은 고개를 홱 돌렸다. 칼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자, 나가자. 내일 선원들 시켜서 옮기면 되니까. 아닌가? 이 많은 양을 옮기려면 오늘부터 해도 모자라려나?”
“얼마나 가져가려고 하는데?”
“여기 있는 양의 반은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반?”
“나중에 생각하자고. 일단 교역소에서 연락이 오면 그때 보고 결정하지 뭐. 아아~오랜만에 목욕이나 좀 해야겠다. 너도 할거면 말해.”
“뭐? 미쳤어?”
에스텔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의 대답에 칼의 표정은 냉소적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에스텔에게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너랑 목욕을 하겠냐? 욕실이 하나가 아니니까 하는 말이지. 그리고 이상한 상상하지 마. 에리카가 보고 배울라 두렵다.”
“그, 그런 거였어?”
“런던 최고의 부자를 물로 보는 거냐? 어쨌든 나가자고.”
역시 이번에도 납치하듯 팔을 잡고 창고를 나섰다. 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누군가를 불렀다. 이번엔 크리스틴이 아닌 다른 메이드가 그의 부름에 응했다.
“에? 다이애나. 크리스틴은?”
“아까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 때문에…아직도 진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괜스레 미안해지잖아. 솔직히 나 많이 때린건 사실인데. 나중에 미안하다고 해야지. 누나와도 같은데. 욕실 두 군데에다 목욕물 좀 준비해줘. 바쁜건 알겠지만 부탁해.”
“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다이애나는 어디론가 갔다. 에스텔은 이상히 여겼다. 집안의 하인이 모두 여자였다. 그래서 칼에게 물었다.
“집안의 하인이 모두 여자네?”
“음. 원래 남자 하인들도 있었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다 내보냈지. 그리고 여자들로만 채웠어. 내가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어서 남자를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그래서 집사도 안두지. 우리 집에서 집사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크리스틴이야.”
“아아. 그렇구나.”
“목욕 시중도 필요하냐? 필요하면 붙여줄게.”
“부탁할게.”
“도련님!”
크리스틴이었다. 아직도 얼굴이 상기돼있었다. 칼의 신경은 빨리 사과하지 않으면 한 대 맞을 듯한 분위기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른 그녀에게 사과했다.
“저, 저기.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몰라요!”
“갑자기 옛날 생각나서. 다이애나한테 얘기는 들었지?”
“네. 뭐 시킬 일이라도 있으세요?”
“알잖아.”
크리스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칼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틴은 준비를 해두겠다며 욕실로 향했다. 칼은 그녀가 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렇게 쩔쩔매?”
“아니야. 오늘 철저히 앙갚음 당하겠군. 뭐 하러 그런 얘기했는지. 휴.”
“응?”
그녀의 물음은 다이애나가 다시 돌아옴으로써 사라졌다. 욕실로 간 칼은 따뜻한 물에 들어갔다. 오랜 항해로 쌓인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하아. 좋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크리스틴. 밖에 있지?”
“네. 오늘 각오하셔요.”
“한번만 살려주면 안 될까?”
“생각해 볼게요.”
칼은 한숨을 쉬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크리스틴은 누나와 자매와도 같은 관계이다. 평소엔 조신한 여인 같지만 실상 성격은 카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점이 바로 칼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이유였다. 30분쯤 지났을까 크리스틴이 들어왔다.
“자, 등 내밀어.”
“에?”
그는 갑작스런 크리스틴의 반말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크리스틴은 살짝 웃고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왜? 오랜만에 말 놓으니까 이상해?”
“미안해.”
“많이 때린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너무했어.”
“미안해 누나.”
“갑자기 누나라니?”
“이럴 때는 맞춰줘야지.”
칼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기에 이번에는 져주기로 했다. 그 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크리스틴은 칼의 등을 밀다가 갑자기 감정을 싣는 등 아까의 보복을 가하고 있었다.
“으…쓰려.”
“각오하라고 했지?”
“미안해. 갑자기 옛날 생각나서.”
“그래그래. 오늘 뭐 입을거야?”
“쥐스토코르 준비해줘.”
“알았어. 자, 다 됐어. 나머진 알아서 하시고. 난 나가볼게.”
크리스틴은 욕실을 나갔다. 칼은 다시 물에 몸을 맡겼다.
모의수능날...
오르긴 올랐지만 만족스런 결과는 아닌듯...
얼마 안남았는데...
9월 말이면 바쁘겠네요...수시모집 전형날짜가 연타로 깔려있어서..
좋은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