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은 시끄러웠다. 알아듣기 힘든 주정뱅이들의 술주정이 좁고 어두운 술집에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주앙은 말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술집을 자주 찾고 술집을 좋아했다. 그런 주앙을 보고 최고령 선원인 오스발드는 언제나 의미심장하게 말하곤 했다.
"선장은 언제나 겉과 속이 다른 것 같단 말이야."
어쨋거나 주앙은 술집의 분위기라는 것을 좋아했고 자주 그 분위기에 취해있곤 했다. 물론 선원들 역시 술을 좋아했기에 혼자 먹는 일은 없었다. 오늘도 주앙은 자기 배를 타는 선원들 옆에 가서 가장 좋아하는 술을 시켰다. 데킬라라고 이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주였다.
"이런이런. 세비야에서는 그리도 비싼 술이 여기선 이런 싸구려 주점에서도 굴러다니는군요."
그닥 듣고싶지 않은 목소리에 주앙은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의 블랙리스트 인물들 중 하나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제길.. 좋지 않군.'
주앙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금세 무표정으로 변했다.
"이런, 별로 반갑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시다니."
눈앞의 사내는 실실 웃으며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카리브의 여우' 안톤이라고 주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주변을 주름잡던 헤드헌터였다. 당연히 주앙과는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지금처럼 주앙이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쪽에 비하면 별거 아닌 명성이오. 무슨 일로 날 찾아온거요."
"꼭 일이 있어야 만날 사이는 아니지 않소."
능글맞게 넘어가는 안톤의 말에 주앙은 애써 동요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가 별 동요를 보이지 않자 실망한 표정으로 안톤으 주앙의 옆자리에 앉아 그를 응시했다. 주앙 역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던게 어색했던지 안톤이 먼저 어깨를 으쓱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주앙도 바텐더가 가져다준 데킬라를 잔에 따르며 이 짜증나는 상황을 어찌 해야할 지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 모르는 건 아니오."
안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앙의 시선이 그를 향해 돌아섰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해두겠소. 어찌 되었든 우린 경쟁상대요. 지금은 당신이 나를 누르고 있는지 몰라도 그게 언제까지나 계속될거라는 건 큰 착각이지. 카리브의 여우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게 좋아. 언제라도 당신을 내 발밑에 눕혀드리지."
"좋으실대로."
주앙의 귀찮다는 식의 대답에 화가 난건지 안톤은 그대로 술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앙은 살짝 한숨을 쉬고는 잔을 들이켰다.
주점은 그들의 말싸움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활기차있었다. 거의 광기가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담배연기로 가득찬 무대위에서 많은 남녀들이 미친듯이 스텝을 밟고 있었다. 테노리오도 어디서 끌고온건지 여자를 안고 춤을 추었다.
'내일이면 하룻밤의 연인이 떠나가는 걸 보며 눈물짓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인은 운이 나쁘면 그 하룻밤의 연인의 아이를 가지게 될것이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헤드헌터를 아버지로 둔 아이를.
주앙은 술집을 나와 미리 예약해둔 여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몇 명의 선원들이 술에 취한 채 골아 떨어져있었다. 그들의 코고는 소리가 문을 비집고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 잠시 내일 일을 생각하던 주앙은 눈을 감았다.
'내일도 피곤하겠군. 하지만 나쁘지않아. 선택한 결과가 좋은걸.'
그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