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섬을 지나자 주변에 유럽 국적의 함대들이 근처로 모여들고 있었다. 베네치아와 제노바 함대가 끌고온 갤리스들이 위용을 뽐내며 바닷물을 가르고 있었다. 함대는 뭉쳐서 아테네로 항해하고 있었다. 오스만투르크의 영향권 내에 있는 도시들 중 가장 번영한 도시들을 뽑으라면 단연 들어갈 수 있는 도시가 아테네였다. 현재 오스만투르크 군에 의해 수비되고 있는 이 도시를 점령하면 동 지중해의 가장 부유한 보급 기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유럽 함대의 지휘권자들이 짜낸 전략이었다. 가는 동안 적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너무 미미했다. 이미 유럽함대의 규모와 전력은 오스만 군에게 대항하더라도 비등할 정도까지의 힘이었다. 아테네에 도착한 유럽함대는 곧바로 아테네를 향해 위협사격을 가했다. 오스만 해군이 갤리선을 이끌고 반격하러 나왔지만 숫자로 압도한 유럽해군의 포격에 힘도 써보지 못하고 침몰 되었다. 오스만 육군도 아군의 거대한 규모를 보고는 별다른 저항 없이 도시를 빠져나가 퇴각했다. 아테네 주민들은 그간 점령되있었던 수모를 보복하려는 듯 후퇴하는 오스만 군에게 공격을 가했다. 간단하게 아테네에 입성한 유럽함대는 전열을 정비하고 지휘체계를 설립한 뒤 이번에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코린트 항구를 공격하기로 했다. 레판토 만에 도착했을 때였다. 레판토 항구에서 갑자기 엄청난 숫자의 포탄이 날아왔다. 엄청난 수의 갤리선들이 함대를 향해 전진해왔다. 적들을 보고있던 누군가의 고함으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적들이다! 즉각 포격 준비하라!"
귀가 먹을 정도의 굉음이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포병들은 열기가 식지 않는 포에 포탄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쏘고 있었다. 갑판병들은 근접해오는 배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나머지 수병들은 선미루에서 뒤를 노리고 다가오는 배들을 향해 총을 쏘며 화염통을 던졌다. 화염통에 당한 적선은 불에 휩싸인 채 멀리 떨어져나가거나 그대로 침몰되었다. 파도 속에는 이미 죽음을 피해 뛰어든 선원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군의 전방에는 최강의 갤리스들이 앞으로 돌격하여 적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10여 척의 적선이 침몰되고 있었고, 아군도 5척 정도가 서서히 바닷속으로 잠겨갔다. 아군이 한창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좌측에 국적을 알 수 없는 갤리온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들은 가만히 접근해 오더니 갑자기 유럽해군을 향해 포격을 가해왔다. 그 포탄들은 주앙이 타고 있던 배에도 날아왔고 갑판은 포탄을 맞아 아수라장이 되었다. 포연이 개고 나자 몇 구의 시체가 갑판에서 흉하게 타거나 짓눌린 채로 보였다. 그 중에는 배의 선장도 있었다. 선원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서.. 선장이 죽었다!"
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갤리 한 척이 접근에 성공했다. 충각 공격에 갤리온이 심하게 휘청거렸다. 선원들은 울부짖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닐 뿐이었다. 주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마스트에서 내려왔다. 곧바로 탄환을 한 발 장전한 주앙은 배로 기어올라오는 적들에게 총격을 가하며 아군에게 고함을 쳤다.
"적들은 별 것 아니다! 지금까지 이겨오지 않았던가! 유럽인들이여 긍지를 가져라!"
말을 마친 주앙은 칼을 뽑아든 채 적선으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을 본 수병들도 모두 자기 무기를 꺼내들고는 적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곧 목숨을 건 백병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