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탑에서 한참을 졸던 주앙은 배가 너무 흔들리자 깨고 말았다. 주변은 난리통이었다. 폭풍우가 바다를 휩쓸고 있었고 그 가운데 주앙의 배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병들은 곳곳에서 이 폭풍을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있었다. 주앙은 대자연의 힘에 겁을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어두운 폭풍우 속에서 가까스로 검은 돛을 단 배 한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11시 방향!! 검은 돛을 단 배 한 척 발견!"
그 말에 선장이 옆을 바라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전원 전투준비!! 포병 위치로!! 나머지 수병들은 선미루에서 백병전을 준비하라!!"
갑판병들은 총을 들고 재빨리 갑판에 늘어섰다. 포병들은 포를 장전한 채 사정거리 안으로 적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미루에는 긴장한 수병들이 칼을 뽑아든 채 적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앙도 밑에서 가져온 총 한 자루를 들고 긴장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조준!!"
포병대장의 명령에 다들 포를 적선을 향해 돌렸다. 육중한 포가 돌아가는 소리가 감시탑 위에 있는 주앙에게까지 들려왔다.
"발사!!"
일제히 포탄들이 쏘아져나갔다. 적선도 포를 쏘아대며 접근해왔다. 거센 바람을 받아 적선으로 날아간 포탄들이 엄청난 위력으로 배를 부쉈다. 적선에서 불길이 치솟자 적들은 하나둘씩 바다로 뛰어들었다. 개중에는 열심히 불을 끄려다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적들도 많았다. 배들이 서로 접근하여 백병전을 개시했을 무렵에는 이미 적의 절반은 죽거나 바다에 뛰어들어 있었다. 높은 선미루에서 대기중이던 수병들이 갑판병들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적선으로 뛰어내렸다. 목숨을 건 칼부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주앙도 감시탑에서 적들을 하나씩 저격하였다. 어렸을 적 사격술을 배워둔 게 이럴 때 도움이 되어주었다. 간혹 바다로 뛰어든 적들 중 아군 배위로 기어올랐던 자들은 주앙의 총탄에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선장도 갑판에 나와 권총으로 적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미 초반의 포격에 사기가 떨어졌던 적들은 금새 무너졌다. 적들이 항복해왔지만 이미 피를 보고 미쳐버린 아군은 그들의 목을 쥐고 그대로 칼로 그어버렸다. 적들은 공포에 질린 채 목숨을 잃어갔다.
전투가 아군의 절대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수병들은 멍한 상태로 적선에서 돌아왔다. 개중에는 흐느끼거나 울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난생 처음 사람을 죽인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도 있었고 갑판을 잡고 바다에 토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친우의 시체를 잡고 오열하는 자들도 있었다.
"카를!! 카를!! 왜... 왜 죽은거야.."
동생의 시체를 붙잡고 통곡하던 수병이 동료의 손에 이끌려갔다. 그 수병은 동생의 시체가 안보일때까지 큰 소리로 울었다. 다들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주앙은 그 모습을 보며 소매로 눈가를 슬쩍 훔쳤다.
'우린 피에 미쳐가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