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피로스의 해드릭입니다. 레벨 3/3/2의 잉글랜드 방적상입니다. 어제 저녁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다 죠니뎁의 캐릭터에 반해 삘꽂혀 만든 캐릭입니다. 다른 캐릭도 많아요.
게임속 항해를 하며 상상력을 덧붙여 쓴 글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다니다 보시면 아는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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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에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갈매기들이 떼지어 배위를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갈매기들이 참 귀여워보였다. 빵을 조금 뜯어 손을 드니 한마리가 가까이 날아와 낚아채 갔다. 재미가 들린 해드릭은 자신이 먹을 빵을 계속 갈매기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결국 오늘분의 빵은 거의 갈매기에게 주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빵을 먹지 못한 안타까움보다 귀여운 갈매기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 해드릭을 너무나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내일 아침까지는 굶어야했다.
해드릭은 선실 지붕 위로 올라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내가 잠이들었나?
'선장님! 선장님!'
반짝 눈을 떴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칼레가 다다랐는데 그냥 지나칩니까?'
'안돼. 교역소에 들러야해.'
칼레에서 용무를 마치고 다시 배에 올라탔다.
'어디로 갑니까?'
"일단은 서쪽이다. 가면서 결정한다."
못미더워 보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선원은 아무말 않는다.
브리튼섬 남부를 지나고 있는데 갑판 위에 서있던 해드릭이 한곳을 빤히 응시한다. 그저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뭘 저리 빤히 보는걸까. 그곳을 바라보며 허리에 찬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그곳을 향해 바라보다가 프리머스가 있는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직은 프리머스 항구가 보이지 않는다.
근처에 다다랐을때, 많은 해적들이 주위 바다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어쩐지 살벌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해드릭은 그것을 개의치 않는듯 담담한 표정이다. 개중에는 함대를 이루어 무리지어 다니는 놈들도 있었다. 약간 식은땀이 나는것을 느꼈다.
다행히도 무탈하게 플리머스 항구에 도착하였다.
해드릭은 배에서 내려 먼저 교역소에 들렀다. 시세표를 잠시 확인하더니 흑연을 사라고 하였다.
"더블린에 가려면 창고를 넉넉하게 둬야되니까 한 다섯박스 정도."
그말을 하고선 해드릭은 도구점으로 향하였다.
"화물창고에 뭐뭐 있더라?"
갑작스럽게 해드릭이 같이 가는 선원들에게 물었다.
"오늘 산 치즈 두박스와 흑연 다섯박스, 양모 세박스, 그리고 닭도 16마리 있습니다." 선원들중 드로이라는 이름을 가진자가 말했다.
사실 닭은 배 안에 아무렇게나 풀어놓기 때문에 작정하고 세지 않으면 마릿수를 알기 어렵다. 하지만 드로이의 자랑할만한 기억력덕에 교역소에서 구입했던 물건들은 웬만해선 외우고 있다.
해드릭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선소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선 그저 돌아가자고 말하였다.
해드릭은 항구관리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다시 도구점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원들은 의아한듯 도로 돌아 뛰어가고 있는 해드릭을 쳐다보았다.
도구점의 물건들을 살펴보더니 어떤 검을 가리키며 도구점 주인과 말을 나눈다. 돈주머니를 확인하더니 다시 선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일행은 다시 배에 들어갔다. 해드릭은 화물창고쪽으로 향했다. 문이 열려있는 창고 안팎으로 닭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판에는 닭똥들이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닭들이 아무렇게나 싸재낀것이다. 약간 비위가 상하는 것을 느끼며 창고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해드릭이 양모 두박스 들고 도로 나가려고 하였다. 선원 한명이 양모 한박스를 나눠 들었다. 배를 나와 교역소로 향했다. 교역소주인에게 양모박스를 모두 넘기고 돈을 받아 해드릭과 함께 다시 배로 돌아가려는데 하늘에는 그새 먹구름이 몰려와있었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어쩐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제 곧 비가 올듯한 날씨인데도 왜 저렇게 날아다니는 걸까? 열심히 사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왠지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이제 술 좀 작작 마셔야지. 그래도 술을 끊는건 못하겠다. 특히 럼주는.
항구에서 보급품을 싣고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해드릭에게는 더블린의 최신 정보를 구해달라는 조합의 의뢰가 들어와있었다.
오늘도 갈매기들은 돛대 지지대 주위를 맴돌고 있다. 노을이 붉게 물들더니 어느새 별이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다. 연기같은 구름이 낮게 떠가고 있다. 기괴한 형태다. 호르무스 선원은 더블린이 처음이다. 어쩐지 불쑥 해적이 나타날것만 같다.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새 날이 밝고, 주위에는 많은 배들이 떠있었다.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그런데 저건... 말로만 듣던 생말로 해적 선박 같은데...?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생말로 해적 선박이 우리 배에 가까워 지고 있다. 선장을 바라봤지만 어쩐지 기분좋은 듯한 표정. 태연한듯한 그의 표정에 왠지 불안감만 더해진다. 거의 충돌할듯이 그배는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선장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다. 금새 다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이봐, 고어. 자네는 선장과 이런곳에 자주다녀봤나?"
"아니. 나도 여기 처음이야."
고어는 선장이 처음 항해를 시작할때부터 죽 함께한 선원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생말로해적은 결코 만만한 상대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배보다도 큰 배를 타고 있었다. 습격당하지 않은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거지? 왠지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저 선장과 함께 항해를 하는 동안은 어느정도 안심하며 일할 수 있을거라는걸.
더블린에 도착한 해드릭은 배에서 내려 교역소 주인을 만났다. 의뢰의 일을 마무리한뒤 플리머스에서 사온 흑연을 모두 팔았다. 의외로 브리튼섬과 따로 떨어져 있는 섬인 더블린은 시세가 높았다. 교역소 주위는 상인들로 붐볐다. 들어보니 대부분이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해적을 두려워하는 나는 엄두가 나지 않을 일이었다. 항구관리에게 출항할 것을 말하였다. 관리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잿빛이었다. 안개까지 끼어있었다. 이런날은 더더욱 해적에게 습격당할 것이 걱정된다. 집에 있는 아직 어린딸과 젊은 아내 홀로 남겨 두고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아까의 일로 한쪽 구석에는 안심이 들기도 하였다.
출항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 한밤중이었다. 다행히도 안개는 끼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 생말로 해적의 배가 가까워졌던것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 플리머스에 다다르기 전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이런 육지와 육지 사이에 있는 바다에는 유난히 해적들이 득실댄다는 얘기를 아는 형님으로 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플리머스가 코앞인 상태에서 몰락한 해적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었다.
배에 있는 포는 총 두대로, 조선소에서 가장 비싸보이는 것을 구입한것이라고 한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상대는 한때 해군이었던 자들이다.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검술이나 포술능력이나 모두 국가로부터 훈련받은 자들이다. 제발 서로 칼질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검술에는 잼병이었다. 슬쩍 선장을 쳐다보니 묵묵하게 건너편 배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난간을 짚고 살짝 기댄채 허리에 손을 올린것이, 여유가 있는듯 했다. 따분해하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그는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겁이 난 나는 선뜻 대포를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습격해오는 배를 향해 바라볼뿐이다. 선장은 그런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망설이는새에 첫 대포가 발사되었다. 그 첫발에 상대편배는 큰 타격을 입은것 같았다. 놀라웠다. 전직해군을 아무렇지 않게 박살내다니. 그저 놀랍다고밖에 표현할길이 없었다. 몸속에서 뭔가 용솟음 치는 기분을 느끼며 얼른 대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다른 선원과 함께 대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시선은 저편배에 여전히 고정되어있었다.
두번째 포탄도 명중했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타격을 입혔다. 한번의 헛발이 있기도 했지만 굉장한 소리와 함께 우리가 쏜 포탄이 명중하며 몰락해군들의 배는 바다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리의 승리였다. 기쁨이 몰아쳐왔다.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며 방방뛰기도 하였다. 정신없는 가운데 선장이 팔장을 낀 채 침몰하고 있는 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침몰하고 있는 배 위에서 우왕좌왕, 역시 정신들이 없었다. 급하게 보트를 내리려고 하지만 그 보트역시 박살이 난 상태였다. 어쩐지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선뜻 도움을 주기가 꺼려졌다. 역으로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까 전투중에는 눈앞에 내리는 비가 굵게 보이다 가늘게 보이다 하며 시야를 가리더니 지금은 갑판이 하얗게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 상한 음식을 먹기라도 한걸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난간에 손을 짚고 기댄다. 선원 중 한명인 프리케가 그런 내 상태를 눈치채고 가까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어디 다친거야?"걱정스러운듯 프리케가 내게 물었다.
"아냐. 머리가 아파."
"머리? 어디 부딪쳤어?"
"그건 아닌데, 모르겠어 나도."
프리케는 더더욱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선장, 호르무스가 상태가 많이 안좋은것 같아."
해드릭은 커다란 눈으로 그 선원을 빤히 보며,
"그럼 플리머스에 도착해 정박시키도록해."
프리케의 부축을 받으며 보트에 올라탔다. 보트느 곧 플리머스 항구에 도착했고, 우리는 관리에게 갔다. 관리는 약을 주더니 근처에 있는 긴의자에 눕혔다.
누우니 한결 나았다. 약기운 덕인지 몸도 한결 가벼워지는걸 느꼈다. 프리케는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계속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한선원이 오더니 선장이 술을 산다고 몸이 나으면 마시러 오라고 하였다. 술을 좋아하는 프리케는 그말에도 그저 옆에 지키고 서있으려고한다.
"나 이제 괜찮은거 같으니 주점으로가자."
"정말 괜찮을거야?"프리케가 못믿겠다는듯 되물었다.
"정말이야. 약먹고 잠깐 누워있으니 한결나아졌어."
그말을 듣곤 안심했는지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은 나아졌다.
주점에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프리케가 팔목을 붙잡는다.
"혹시나 쓰러지면 안되잖아."
"너도 참 사서 걱정하는 성격이다. 그래도 고맙다."
프리케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프리케와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걱정해주며 챙겨주다니 참 성격좋은 놈이다.
"아, 이제 괜찮은거야?"
선장이 주점안으로 들어가려다 나를 발견하곤 물었다.
"네 이제 괜찮습니다. 문제없어요."
"그럼 안에 들어가서 같이 마시겠어?"
"좋죠."
선장은 돈을 계산하고선 다가와 등을 툭 치며 잘 먹으라고 말하곤 밖으로 나갔다. 나와 프리케는 다른 한 선원과 함께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