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소설/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이벤트]신

아이콘 DarkNecro
댓글: 4 개
조회: 858
2010-07-24 21:50:21

한번 쯤 제 머릿속에 존재하는 신계에 대해서 글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이 이야기가 나름 welcome과 관련 있기도 해서

이 글을 씁니다.

 

------------------------------------------------------------------------------------------------------------

 

백색의 공간 속에서 하염없이 무언가를 적고 있는 2명의 신이 있다.

한 명은 전혀 듣도보도 못한 이름을 계속해서 적어 내려가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을 적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면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각자 다른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한 명은 꽤 미묘한 표정의 가면을 다른 한 명은 기괴하게 웃고 있는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중 미묘한 표정의 가면을 쓴 자가 한 페이지를 전부 채웠는지 종이를 뜯고는

곧바로 앞에 커다란 구멍 안으로 집어 넣었다.

뒤이어 기괴하게 웃는 가면을 쓴 자 역시 종이를 뜯고는 똑같이 구멍 안에 집어 넣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군. 좀 쉴까?"

 

"그러지 뭐"

 

미묘한 표정의 가면을 쓴 자가 휴식을 권했고 기괴한 표정의 가면을 쓴 자는 찬성했다.

그들은 서로 들고 있던 종이와 펜을 내려놓고는 그동안 한 일에 대해서 물었다.

 

"이번에 뭘 적었냐?"

 

"이번 블랙홀 폭발 때문에 생긴 별 6억 2천만 개랑 생태계 13단계 정도?"

 

"아 이런. 그러면 맞지 않는데? 조금 전에 내가 생태계 14단계를 없앴다고."

 

"그럼 하나 더 추가하지 뭐."

 

기묘한 표정의 가면을 쓴 자가 다시 종이와 펜을 줍더니 이내 무언가를 적고는 다시 종이를 찢어 구멍에 집어 넣었다.

그렇다. 이들은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라고 불리는 자

각자 창조와 소멸을 맡은 신들이었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창조의 신, 소멸의 신으로 구분한다.

 

잠깐 여유를 가질만한 시간이 생기자 문득 다른 신들은 어떤 상황일지 새삼 궁금해 진 두 신이었다.

 

그들이 먼저 찾아간 곳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있던 '사건'을 담당하는 자

사건의 신은 인간여자의 형태를 띄우고 있었다.

신이 대체로 인간을 닳은 이유는 신들이 마지막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종족을 만들 때

그 종족을 '인간'으로 지정했는데 그 '인간'의 형태를 만들기 귀찮아서 자신들의 모습을 본 따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신이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닮은 것이다.

 

그녀는 이 공간에서 현세에 존재하는 모든 사건을 풀어내는 역활을 맡고 있다.

현세의 사건은 이 곳에서 큐빅 퍼즐로 변형되어 실체화 되는데 대체로 그 중요성에 비례해서 크기가 달라진다.

그녀가 하나의 큐빅 퍼즐을 집어 그 퍼즐을 풀면 현세에 존재하는 어떤 갈등이나 사건이 해결된다.

설령 그 결과가 비극적이라 할지라도 해결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퍼즐을 풀고 있는 그녀를 보며 소멸이 신이 다가와 말하였다.

 

"좀 도와줄까?"

 

"필요없어. 괜히 건들였다가 망가트리지나 마."

 

순수한 선행의 의미에서 말한 것이지만 그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로 거절당한 것이 마음 상했는지 그는 그녀의 말을 귀에 담지않고 그대로 옆에 있던 조그만한 큐빅을 집었다

여러 색깔이 어지럽게 분포되어 있는 큐빅을 보며 대강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러자.

 

'쾅!'

 

갑작스럽게 강한 충격음이 일어나더니 큐빅의 크기가 더 커졌다.

집었을 때에는 3x3 크기의 큐빅이 갑작스럽게 5x5 크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순간 당황한 그가 큐빅을 떨어트리자 어느새 맞추고 있던 큐빅을 전부 맞춘 그녀가 손을 뻗어 큐빅을 붙잡았다.

 

"필요 없다고 했잖아!"

 

그녀가 그를 노려보자. 새삼스럽게 분위기 파악을 한 그가 도망치듯 공간을 빠져나갔다.

창조의 신이 그녀를 달랜 뒤 도망간 그를 뒤 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 그의 실수로 인해 크기가 커진 이 큐빅의 이름은 다름아닌 '1차 세계대전'이었다.

 

도망치듯 달려가는 그를 붙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매쳤다.

 

"넌 어떻게 다른 신에게도 민폐인거냐."

 

"뭐가 어때서. 신이 다른 신을 간섭하는게 그리 나쁜 건가."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 이거 아냐."

 

"아 그러셔?"

 

비아냥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삐뚫어진 가면을 바로 잡고는 곧바로 뒤에 있던 시계 탑으로 향하였다.

이 시계탑에는 현세의 시간을 조정하는 신이 있다. 현세의 시간을 조정하는 권한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으며

같은 신이더라도 멋대로 시간을 조정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치 않는 성격이다.

일단 형태는 인간의 형태이긴 하지만 얼굴 부분이 거대한 시계로 되어있고 몸통엔 중심 추가 달려있는 이상한 형태였다.

 

"이번엔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오는 거냐 니 녀석들."

 

"이번엔 쉬려고 온거니까 신경쓰지 말라구."

 

"신경 쓰지 않을리가 없지. 네 녀석 때문에 우주 멸망이 3번이나 반복되었다구."

 

"쳇, 뭐가 어쨌든."

 

대부분의 신들은 이 소멸의 신을 싫어 한다.

일단 가면 자체가 워낙 기괴하게 생겨서 겉모습 자체를 기피하고

한 편으로는 그가 여태까지 지내면서 일으킨 대규모 사건들을 생각하면 다른 신들이 싫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면 창조의 신은 그저 자신의 역활만을 충실히 해내 다른 신들과의 트러블은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너희들이 쉴 틈이 있나? 우리들 중에서 가장 바쁘잖아?"

 

"우리도 쉴 틈이란게 생겼다. 어쩌다 보니 말이야."

 

"거 신기하군. 현세에 이루는 모든 것을 다루는 네 녀석들이 말이야."

 

"뭐가 어찌됬든. 그 쪽은 어떠셔?"

 

"요즘엔 함부로 시간에 간섭하려는 녀석들은 많이 사라진 모양이야.

뭐 그런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 이제 줄어든건지 어짼건지 모르겠지만."

 

'철컹'

 

그 때 갑작스럽게 시계탑에서 커다란 기계음이 들리더니 초침이 멈춰버렸다.

 

"젠장! 이제 좀 마음 좀 놓았다 싶더니만!"

 

시간의 신은 귀찮으면서도 짜증난다는 듯 툴툴 대면서 시계탑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많은 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꼭대기에 다다른 시간의 신은 초침에 손을 올려놓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밑으로 잡아 내렸다.

 

'철컥 드르르륵'

 

그가 초침을 잡아 내리자 톱니바퀴가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다시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내려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아 두 신들과 마주했다.

 

"여긴 쉴 만한 곳이 아니야. 괜히 시끄럽기만 하고."

 

"뭐 어차피 갈 생각이었어."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별 다른 일 없이 헤어졌다.

대화가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기하다고 할 이야깃거리도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이란게 누군가에게 '인지'되어서 부터 존재했던 그들이기에 온갖 상황을 겪은지라

이젠 왠만한 것에는 흥미거리 조차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들른 곳은 理의 방이었다.

다스릴 이 자를 쓰는 특이한 방인데. 사실 이게 진짜 방 이름은 아니고

단순히 이 방의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던 도중 대충 아무렇게나 짓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아무튼 理의 방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바닥,벽,천장이 모두가 낱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마치 현대의 텔레비젼과 같은 화면들이 무수히 널려져 있었다.

이 화면은 지금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자들의 시점

즉 이것은 현재 60억 이상의 지구인들의 시점뿐만이 아니라 우주를 통틀은 모든 동식물의 시점

심지어 현상, 공간에 대한 시점도 나타내져 있다.

 

이 理의 방의 주인은 그 누구도 이름을 짓지 못했다.

마땅히 어울리는 단어가 있던 것도 아니거니와 함부로 이름을 지을만한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방의 주인은 아까 봐왔던 2명의 신과 지금 동행하고 있는 2명의 신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자이니 함부로 이름을 지을만한 상대는 아닌 것이 당연하다.

 

복잡한 텔레비젼의 미로를 뚫고 나아가니 저 멀리 커다란 책상과 함께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방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참으로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데 온 몸이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교차되고 있다.

글로 쓰기 상당히 애매모호 한데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

인간 형태에 검은색 선과 하얀색 선이 대각선 방향으로 교대로 칠해져 있다고 생각하자.

 

"무슨 일이지?"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어요."

 

"쓸데 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네 역활에 충실해라."

 

어디서나 환영 받지 못하는 소멸의 신이었다.

하지만 기왕 쓴 소리 들은 김에 잠시 구경을 하던 도중

창조의 신이 오른쪽 벽면에 새겨진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확인 했다.

 

"아. 이게 내 시점인건가."

 

"아니 그건 지금 여기 공간의 시점이다."

 

그 멀리에서 어떻게 들었는지 작게 말한 혼잣말을 듣고 답한 방의 주인이었다.

 

"그나저나 화면이 좀 작군요. 의외로"

 

"화면의 크기는 영향력에 비례하니까. 공간의 시점들은 하나같이 작을 수 밖에

단지 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뿐. 간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변형되는 녀석이니까."

 

"흠."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 창조의 신은 다시 한번 화면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구에 사는 인간들의 화목한 광경을 보게 된다.

말 그대로 화목한 가정. 한데 모여 있는 가족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창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이럴 때 그는 뿌듯함을 느낀다.

워낙 많은 창조와 소멸을 봐온터라 '정'이란 것이 사라졌지만

뭐랄까. 창조주로써의 뿌듯함이랄까. 마치 자신이 만든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을 때의 느낌.

 

"크하핫 죽이는구만."

 

그 때 파멸의 신이 흥을 깨듯 큰 소리로 말하였다.

무엇이 그리 신나는 창조의 신이 다가가서 보자.

그 곳에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의 모습이 비추어져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인간이란거 말이야. 확실히 신이랑 비슷하게 만들어졌어!"

 

이 두 신이 인간을 만들 때. 그들은 생김새를 상세하게 작성하기 귀찮아서 그냥 자신들의 형태를 배껴 작성했다고

아까 전에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에게 신과 닮은 점을 하나 추가 했는데.

그것은 '약한 자를 누르는 강자의 기쁨'이었다.

가끔 신들은 심심할 때에면 어느 한 공간을 지정해 놓고 그 공간을 멸망시켜 버린다.

그리고 나서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존재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고 즐긴다.

 

이것이 신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여흥. '놀이'이다.

 

"어이, 창조."

 

"음?"

 

"너. 내기 한번 해볼래?"

 

이 때부터 시작된 '오래 즐길 수 있는 놀이'

'welcome'의 시초였다.

Lv72 DarkNecro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