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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밀무역 - (26)

퀘드류
댓글: 1 개
조회: 999
2010-08-17 14:45:58

굉음과 함께 나타난 것은 바로 애나벨이었다. 네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애나벨은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은 꼴이었지만 로자레일을 발견하고는 상당히 기쁜 얼굴로 로자레일에게 날아들었다.

 

“로자레일~”

 

“우읍! 애나벨, 숨 막혀!”

 

로자레일의 얼굴에 매달려 로자레일이 호흡을 방해한 애나벨은 떨어지라는 로자레일의 말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볼을 비볐다.

 

“떨어지라니까!”

 

“히잉~”

 

기어코 로자레일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로자레일의 어깨로 자리를 옮기는 애나벨이었다.

 

“콜록콜록!”

 

애나벨의 안면공격으로 인해 잠시 곤란에 처했던 호흡을 가다듬은 로자레일의 시야에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베로쉬와 여전히 무표정한 파롱, 그리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로자레일과 애나벨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 레토라가 들어왔다.

 

“오오! 고결한 존재인 페어리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고결...?”

 

로자레일과 애나벨을 번갈아보던 레토라가 애나벨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말했지만 로자레일은 도저히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레토라가 애나벨에게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로자레일이 내뱉은 단어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결하고 신비한 존재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레토라가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쟤는 누구야?”

 

“으음...”

 

애나벨은 자신을 바라보는 레토라가 징그러운 듯 로자레일의 머리 뒤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말했다. 로자레일은 애나벨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내심 애나벨이 알아서 마법으로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애나벨에게 그것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검을 들고 있는 파롱이나 베로쉬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에나벨에게 작금의 상황을 설명하여 자신을 구출하도록 하는 것도 요원한 일처럼 보였다.

 

“이런! 당신은 페어리 나이트 인가요?”

 

레토라의 눈에 다른 사람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는지 레토라가 로자레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난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오.”

 

로자레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까 저 페어리를 뭐라고 불렀죠?”

 

“애나벨...”

 

“히잉~”

 

레토라에게 애나벨의 이름을 가르쳐 주자 애나벨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애나벨? 그건 요정의 이름이 아닌데요. 아무래도 당신은 페어리 나이트가 아닌가 보군요.”

 

애나벨이 진짜 이름이 아니라는 말에 로자레일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지만, 특별히 애나벨의 진짜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자 애나벨의 이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뭐야?”

 

로자레일을 포박하고 있는 밧줄에 관심이 갔는지 애나벨이 밧줄에 매달려서 말했다.

 

“응?”

 

로자레일은 애나벨이 눈빛의 의미를 알아채 주기를 바라면서 애나벨에게 눈짓을 해보았다. 그러나 애나벨은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로자레일을 바라보기만 할뿐 로자레일을 구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괜한 위험을 자초하지 마라.”

 

애나벨이 아닌 파롱이 로자레일의 눈빛을 이해했는지 검병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사뭇 매서웠다.

 

“아? 얘네 나쁜 애들이지~? 그치?”

 

로자레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제라도 알아차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허튼 짓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애송이 선장.”

 

“너~ 혼나볼래!”

 

베로쉬가 장검을 검 집에서 꺼내며 경고하자 애나벨이 허리에 손을 얹고 날개를 펄럭이며 짐짓 화난 어조로 답했다. 여전히 검 병에 손을 올린채로 애나벨을 주시하고 있는 파롱과 검을 빼들고 다가오는 베로쉬의 모습에 로자레일은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얏!”

 

베로쉬가 로자레일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애나벨은 그 검을 피해 조금 높이 날아올랐고, 여전히 포박된 채인 로자레일은 뒷걸음질 치다가 발이 꼬여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 넘어지는 볼 성 사나운 꼴은 보이지 않았다. 베로쉬는 위해를 가할 목적이라기보다는 애나벨을 로자레일에게서 떨어뜨리기 위해 위협만 가할 목적으로 검을 휘두른 것 같았다. 천장 가까이 날아오른 애나벨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파롱은 검을 빼어들고 애나벨을 향해 검을 던졌다.

 

“꺄악!”

 

애나벨은 파공음을 내며 자신을 스쳐가는 검의 기세에 대경하여 비명을 질렀다. 베로쉬는 단지 위협을 가할 목적이었지만 파롱은 애나벨의 목숨을 취할 생각이었는지 파롱의 손을 떠난 검의 검신이 천장에 절반 가까이 박혀 있었다. 석조로 만들어진 천장에서 돌가루가 후두둑 떨어졌다.

 

“딸꾹~”

 

애나벨은 어찌나 놀랐는지 연신 딸꾹질을 했다.

 

“그만! 그만!”

 

레토라가 로자레일과 파롱 사이에 달려들어 외쳤다. 레토라의 명령에 베로쉬가 한 발짝 물러났다.

 

“씨이~ 딸꾹~ 나 화났어~ 딸꾹!”

 

애나벨이 화를 참지 못하고 파롱을 노려보며 말했다. 파롱은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 가까이를 날고 있는 애나벨을 올려다보았다.

 

“이얍”

 

콰광! 어느새 마법을 시전 할 준비를 마쳤는지 애나벨이 파롱을 향해 손을 뻗자, 강력한 돌풍이 파롱을 향해 날아갔다. 로자레일은 애나벨이 갑작스럽게 마법을 쓴 것에 상당히 놀랐지만 애나벨의 힘을 빌린다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로자레일의 오산에 불과했다. 레토라가 손을 허리춤에 있던 지휘봉을 휘두르며 애나벨의 마법을 막은 것이다.

 

“마, 마법사?”

 

레토라가 지휘봉으로 원을 그리자 반투명한 막이 생기며 돌풍이 막혀버렸다. 돌풍은 레토라가 만든 막을 부수려는 듯 멈추지 않고 휘몰아쳤지만 주위에 거센 바람만 일으킬 뿐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레토라의 표정이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애나벨이 인상을 쓰며 여전히 앞으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둘이 능력을 겨루고 있는 것 같았다. 돌풍이 점점 더 거세지는 바람에 로자레일은 팔로 얼굴을 가리며 애나벨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동료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토라가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레토라와 애나벨이 마법을 겨루고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레토라 쪽으로 피해 있던 파롱과 베로쉬는 언제라도 공격을 취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레토라의 방해를 뿌리치고 동료들을 구해서 안전하게 이곳을 탈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애나벨!”

 

로자레일이 애나벨을 불렀다. 그의 말에는 마법을 멈춰달라는 뉘앙스가 실려 있었다. 그것을 애나벨도 알아챘는지, 돌풍이 점점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산들바람을 변해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순간 레토라의 집무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 고요를 깬 것은 레토라의 웃음 소리였다.

 

“후후후, 생각보다 대단한 분이시군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사람의 말을 듣는 요정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레토라가 과장된 몸짓으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레토라가 놀란 만큼 로자레일도 상당히 크게 놀란 상태였다. 레토라가 마법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본적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존재였다. 일설에는 백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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