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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에피소드1]_7번 되살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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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9
2010-08-01 09:45:34

 푸른 빛이 맴돌고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어정쩡한 밝기의 공간.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이, 불투명해 보이지도 않는 바깥을 바라보고 틈틈이 불투명한 유리들 사이, 매끈한 면에서 비춰져 보여오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잠을 자는 것밖에는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이곳에서의 생활을 대부분이 잠을 자는 것. 그래서인지 바닥은 푹신하고 온도는 선선해 사람이 아늑함을 느끼기 위한 모든 조건은 갖추어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마치 양복을 입고 좁디좁은 방 안에서 새우잠을 잔 것 마냥 뻐근하고 답답한 기분. 사람들은 나더러 8살 난 여자아이라 말하지만, 나는 왠지 50년도 더 산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답답한 공간 안에서 같은 것만 보고 8년간 보아서 그런 것일까?
 내가 이런 곳에 갇히게 된 이유는 너무나 황당했다. 어느 날 내가 잠에서 깨어났다. 신기하게도 내가 어디서, 어떻게, 왜 잠을 잤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냥 잠에서 부스스 깨어나기는 했다. 근처에는 파란 마스크에 흰 가운을 입은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혹시나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내 몸을 훑어보았지만,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의사들은 모두 "세상에나!"라던가 "성공했어!"라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내가 중퇴에 빠졌었고 의사들의 실험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났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제가 어디를 다쳤었나 보네요. 저 예전 일이 기억이 나지도 않고 병원비도 없는데……."

 의사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의사들은 병원비가 없거나 하면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대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할 게 없을 법한 선한 의사들은 "나중에 내십시오."라던가 "할 수 없군요. 제가 일단은 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현실적인 의사들은 "보험처리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등의 말을 내뱉는다. 표정은 대게 웃는 표정이지. 그런데 의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나는 내 몸의 어디가 다 낫지 않아서인가 확인하기 위해 내 몸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나는 내 나이를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적어도 20대는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은 네다섯 살 먹은 여자아이의 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들은 자기들끼리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웅얼거리더니 결정을 내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이를 지긋이 먹어 마스크 사이로 미치는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주름이 많아 보이는 게 왠지 위엄이 느껴지는 의사 한 명이 말했다.

 "여자 아이를 실험관으로 보내."

 그 의사의 말을 들은 청년 의사들은 분주하게 내게 다가와 나를 수송용 침대로 이송했고, 당황하며 침대에 누운 나의 오른팔에 주사를 놔 주었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서서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엔 나이 든 의사가 말한 '실험관'이라는 곳에 내가 갇혀 있었다.
 그 일이 있었던 후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이 지났는지, 몇 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이곳에서 줄곧 있어왔다. 아니 갇혀왔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그 누구도 밥을 주지 않고, 물을 마시지 않아도 목이 마르지 않아 그 누구도 물을 주지 않으며, 폐쇄된 공간일지라도 말벗이 없을지라도 우울함조차 느낄 수 없으니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며,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 실험관이란 곳은 푹신한 바닥에 반 원통 모양의 유리관 같은 것이 엎어져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유리의 색이 원래 불투명한 데다가 바닥에서 푸른 빛이 항상 쏘고 있고, 바깥과의 기온 차가 나는지 항상 습기가 차 있어서 밖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며칠인지 몇 시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리관의 습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이 보여왔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이 실험관의 온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서서히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또한 내게 환상과도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혹시 내가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 기대감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소와 같이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 실험관의 유리막이 열려 있을 것이다.'라는 또 하나의 기대감에 유리관을 바라본 채 곧은 자세로 잠을 청했다. 무료함과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도 이 기대감을 억누르기 위해 잠을 청한 것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눈을 감았는데 기대감 때문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청했다. 이래 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왠지 혼자서 '쿡쿡…'거리며 웃어댔다. 이것이 기쁨이라는 것일까? 이것이 진정 기쁨이라면 내가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일어난 이래로 최초의 기쁨일 것이다.
 내가 이런 특별한 경험으로 처음 맛을 본 기대감이란 것은, 기쁨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다. 아주 기분 좋고 포근한 감정이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을 잘 수는 없다. 숨 가쁘게 뛰어본 적 한번 없어 신이 나게 뛰어본 적 한번 없던 나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온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그러한 콩닥거림이 자장가가 되어 서서히 나의 눈을 감게 만든다. 그리고 실험관에 있어온  최초로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잠에 들었다. 나는 잠에 들면서도 생각했다.

 '제발 내일이 내가 이곳에서 나가는 날이 되기를.'
 '제발 내일이 이 지긋지긋하고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 곳에서 나갈 수 있기를.'
 '내일이 내가 동경해오던 자유를 처음으로 맛보는 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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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포함  2787 자 4711 byte   
- 공백제외 2067 자 4011 by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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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맴돌고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어정쩡한 밝기의 공간.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이, 불투명해 보이지도 않는 바깥을 바라보고 틈틈이 불투명한 유리들 사이, 매끈한 면에서 비춰져 보여오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잠을 자는 것밖에는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이곳에서의 생활을 대부분이 잠을 자는 것.

그래서인지 바닥은 푹신하고 온도는 선선해 사람이 아늑함을 느끼기 위한 모든 조건은 갖추어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마치 양복을 입고 좁디좁은 방 안에서 새우잠을 잔 것 마냥 뻐근하고 답답한 기분.

사람들은 나더러 8살 난 여자아이라 말하지만, 나는 왠지 50년도 더 산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답답한 공간 안에서 같은 것만 보고 8년간 보아서 그런 것일까?

내가 이런 곳에 갇히게 된 이유는 너무나 황당했다.

어느 날 내가 잠에서 깨어났다. 신기하게도 내가 어디서, 어떻게, 왜 잠을 잤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냥 잠에서 부스스 깨어나기는 했다.

근처에는 파란 마스크에 흰 가운을 입은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혹시나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내 몸을 훑어보았지만,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의사들은 모두 "세상에나!"라던가 "성공했어!"라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내가 중퇴에 빠졌었고 의사들의 실험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났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제가 어디를 다쳤었나 보네요. 저 예전 일이 기억이 나지도 않고 병원비도 없는데……."

 

 의사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의사들은 병원비가 없거나 하면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대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할 게 없을 법한 선한 의사들은 "나중에 내십시오."라던가 "할 수 없군요. 제가 일단은 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현실적인 의사들은 "보험처리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등의 말을 내뱉는다.

표정은 대게 웃는 표정이지.

그런데 의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나는 내 몸의 어디가 다 낫지 않아서인가 확인하기 위해 내 몸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나는 내 나이를 알 수는 없었지만 내가 적어도 20대는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은 네다섯 살 먹은 여자아이의 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들은 자기들끼리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웅얼거리더니 결정을 내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이를 지긋이 먹어 마스크 사이로 미치는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주름이 많아 보이는 게 왠지 위엄이 느껴지는 의사 한 명이 말했다.

 

 "여자 아이를 실험관으로 보내."

 

그 의사의 말을 들은 청년 의사들은 분주하게 내게 다가와 나를 수송용 침대로 이송했고, 당황하며 침대에 누운 나의 오른팔에 주사를 놔 주었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서서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엔 나이 든 의사가 말한 '실험관'이라는 곳에 내가 갇혀 있었다.

그 일이 있었던 후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이 지났는지, 몇 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이곳에서 줄곧 있어왔다.

아니 갇혀왔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그 누구도 밥을 주지 않고, 물을 마시지 않아도 목이 마르지 않아 그 누구도 물을 주지 않으며, 폐쇄된 공간일지라도 말벗이 없을지라도 우울함조차 느낄 수 없으니 내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며,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 실험관이란 곳은 푹신한 바닥에 반 원통 모양의 유리관 같은 것이 엎어져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유리의 색이 원래 불투명한 데다가 바닥에서 푸른 빛이 항상 쏘고 있고, 바깥과의 기온 차가 나는지 항상 습기가 차 있어서 밖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며칠인지 몇 시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리관의 습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이 보여왔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이 실험관의 온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서서히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또한 내게 환상과도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혹시 내가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 기대감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소와 같이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 실험관의 유리막이 열려 있을 것이다.'라는 또 하나의 기대감에 유리관을 바라본 채 곧은 자세로 잠을 청했다.

무료함과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도 이 기대감을 억누르기 위해 잠을 청한 것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눈을 감았는데 기대감 때문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청했다.

이래 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나는 왠지 혼자서 '쿡쿡…'거리며 웃어댔다.

이것이 기쁨이라는 것일까? 이것이 진정 기쁨이라면 내가 의사들에게 둘러싸여 일어난 이래로 최초의 기쁨일 것이다.

 

내가 이런 특별한 경험으로 처음 맛을 본 기대감이란 것은, 기쁨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다. 아주 기분 좋고 포근한 감정이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을 잘 수는 없다.

숨 가쁘게 뛰어본 적 한번 없어 신이 나게 뛰어본 적 한번 없던 나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온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그러한 콩닥거림이 자장가가 되어 서서히 나의 눈을 감게 만든다.

그리고 실험관에 있어온  최초로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잠에 들었다. 나는 잠에 들면서도 생각했다.

 

 '제발 내일이 내가 이곳에서 나가는 날이 되기를.'
 '제발 내일이 이 지긋지긋하고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 곳에서 나갈 수 있기를.'
 '내일이 내가 동경해오던 자유를 처음으로 맛보는 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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