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리된 형태의 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번호형식으로 대충 올립니다(토요일 밤인 지금도 일하고 있어요..OTL 오랜만에 롤챔스나 보면서 저녁 때울까 하다가 딱 본게 문제의 2세트)
1. Pandora TV LOL Champions Winter 2013-2014 16강 C조 3경기 2세트, 삼성 갤럭시 오존과 Team Dark의 경기. 1세트의 일방적인 패배 이후 Team Dark는 ‘갱갈가’ 밴(여담으로 덕분에 유일하게 빠져있던 챔피언인 가렌이 인벤 전적실 등장하게 됨)에 5클템픽, 3강타, 첫용먹기, 템팔고 와드도배 놀이 등을 하다가 8분대에 경기가 끝나는 패배를 당함.
2.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 이는 즐겜이고 아니고를 떠나 트롤링으로 판단될 수 있는 행위. 우리가 흔히 쓰는 경우인 "게임 던지는 것"에도 맞고, 본래 트롤링의 정의(“관심받거나 남의 감정을 멋대로 조종하기 위한 시도”)에도 맞음. 이 모두 '악의적인 행동: 적팀을 도와줌' 리폿사유에 해당.
3. e-sports는 경기에 해당하는 게임 자체는 스포츠라고 하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프로경기 자체는 다른 프로스포츠와 거의 같은 요소들(프로선수, 경쟁, 프로경기, 팀과 스폰서, 팬, 응원, 스토리 등등등)을 갖추고 있는 독특한 스포츠.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프로스포츠 풍토에 맞게 기업 스폰이나 기업 주도의 팀들로 이끌어지며, 인기에 따라 대기업들도 홍보나 사회환원 목적으로 나서게 됨.
4. 현재 롤판은 생길 때에 비하면 외형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대회 구조 자체는 초기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중. 아마추어-프로가 혼재될 수 있는 대회의 형태는 라이엇이 원하기도 하지만 이 판의 선두주자들(인벤, 디스이즈게임 등의 웹진들, 나겜 등)을 충분히 배려+이용할 수 있는 형태기도 함.
5. 하지만 예전 스타판의 경험에서 비추어 보듯, 아마추어 팀과 방송사가 만들어놓은 대회의 형태는 스폰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움. 지금은 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대기업들 입김이 강한 Kespa는 프로리그 형태로 대회가 진행되고 이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기업 홍보에 있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큼. 실제로 롤도 프로리그가 준비중이라는 얘기도 있고.
6. 그런데 아마추어 팀의 이러한 트롤링이 발생. 이들이 프로가 아니니까 프로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 않느냐, 이럴 수 있는데, 이는 프로정신 뿐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경쟁이라는 스포츠정신까지 훼손할 수 있는 문제. 이건 현재 롤 대회들을 제대로된 e-sports라고 봐줄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오게 할 수 있음.
7. 현재 Kespa는 전병헌 회장님을 중심으로 e-sports를 공식적으로 프로스포츠의 위상으로 만드려고 하는데, 이러한 일반적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 사례 하나가 롤 대회를 e-sports로 하는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고,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하게 될것. 특히 이들이 아마추어라는 점을 들어 프로팀들이 이를 이유로 인성 검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고(실제론..ㅋㅋ)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팀 위주의 판을 만들자고 하면 가뜩이나 입김 센 이들의 말을 거부하기 어려워짐.
(p.s. 추가: 사실 '관리 안되는 아마추어'가 큰 문제가 된 사례는 이미 한 번 있음. 바로 인섹 사건(로키로키야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당시는 초창기라 판도 작았고 기업도 많이 안나서던 때고 사고의 악의성도 없고 해서 단순히 인섹 개인의 큰 실수로 처리할 수 있었고, 나중에 인섹을 스타로까지 만들 수 있었음.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사태가 또 일어나면 아마추어 전체의 문제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함)
8. 이 사건을 즐기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이 사건의 결과는 그다지 즐겁지 않을지도 모름. 가장 높은 위상의 대회가 가지는 권위조차 아마추어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를 이끌어내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이번 사례는 최소한 한국 내에서는 프로판과 아마추어판을 완전히 나누고, 이 프로판만 스포츠의 형태로서 공인 받는 식으로 나아가게 할 가능성이 높음. 라이엇이 그걸 원하지 않고 세계 다른 지역조차 딱히 그러지 않더라고 해도. 현재 롤챔스 체계가 근간부터 뒤집어지고, 프로리그 중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사건임. 뭐 사람에 따라 프로리그 쪽을 지지할 수도 있지만.
물론 이 사건을 그냥 모두가 흑역사 취급해서 일부러 의미를 크게 두지 않을 수도 있기도 함.
9.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대회의 권위가 무너진 것은 맞음.
일단 Team Dark가 3개팀을 상대하는데 한 팀에게 꽁승을 주다시피 해서 다른 두 팀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불가능하게 만들고, 대회 구조를 어지럽힘. 8강 진출여부나 순위가 확정된 상황조차도 아닌데, 1,2위는 대진에 영향을 주고 하다못해 NLB 강등되도 조3위와 4위는 대접이 다름.
또 개인 타이틀도 막장이 됨. kda가 한경기때문에 어그러졌고, MVP 포인트가 100점 밖에 안되더라도 임프가 제대로 해서 받은게 아니니. 임프야 저 kda 떨어졌을걸요? 이런건 임프만 2데스한 것 생각도 했겠지만 문제될 걸 아니까 적당히 덮으려는 거고(문제가 될 사안을 굳이 묻는 온게임넷도 참..). 계산 안했지만 다음에 온게임넷 보면 삼성 오존 선수들이 kda 상위권에 죄다 포진하고 있을게 뻔함.
게다가 애초에 이런 스포츠 정신이 결여된 모습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대회 평가를 깎아먹는 것.
10. 가뜩이나 게임업계 어려워지는데 이런 사건 화제가 된다면 이미지도 안좋아질 수 밖에 없음. 판도라 TV는 뭔 죄며 다른 스폰서들은 뭔 죄. 아마 그것 때문에 적당히 덮으려 할지도 모르는데, 확실히 징계든 경고든 해둬야 두번 사건이 안터진다고 생각함.
심지어 사설배팅에 조작 얘기까지 나오는데, 지금은 그런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나중에 터지는 사건이 이쪽이라면 비단 롤 뿐만 아니라 전체 e-sports판이 사라질지도 모름. 이미 e-sports는 스타판에서의 전례가 하나 있고, 우리나라 프로스포츠가 여론을 크게 의식하는 대기업의 절대적 후원과 일부 정치인들(거의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협회장이 재계 또는 정치계 인사인걸 상기해보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11. 뭐 즐거운 사람들은 즐거워해도 상관없음. 단 그것과 별개로 잘못한것은 잘못한걸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
필자의 경우는 밴은 몰라도 픽까지는 그래도 봐줌. 저 픽으로 라인을 어떻게 갈까 생각까지 하며 용먹고 어떻게 운영하는게 그래도 최선일지 생각해보고 있었으니까(원거리가 없으니 5미드는 어렵고 탑쉔 미드마오카이 정글아무무 봇스카너 트런들? 스카너가 애매하네 이런식으로). 용먹는거외에 대책없는거에 실망하다가 플레이하는거와 와드박기 하는거 보고 이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