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Sports
초기 E Sport의 환경은 굉장히 열약했다. 솔찍히 말해 이걸 스포츠라고 부르는건 그 게임에 열광하는 청소년과 그걸 업으로 삼는 방송 관계자, 그리고 선수들 뿐이었다. 아니, 사실상 관중도 스포츠의 일종이라기보단 자기들이 즐겨하는 게임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월등히 높았다.
이걸 스포츠라고 믿고 그렇게 키워낸 건 스타 판에 목숨과 청춘을 건 선수들 뿐이었다.
2.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 예상한건 고생한 선수들과 관계자들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닭장에서 사육되는것 마냥 좁디좁은 방에 모여 컴퓨터 몇대 가져다 놓고 매일매일 자기들의 꿈을 향해,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타 스포츠처럼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음식도 매번 인스턴트로 대충 때우며 자기들 스스로 일정을 짜고, 전략을 시도해보고, 서로를 다독이며 오늘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게 언젠간 돌아온다는 신념 하나로 노력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뚜렷한 미래가 눈에 보였을까? 연예인처럼 수십명의 관중 앞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거나, 스포츠 선수들처럼 수십만명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한다는걸 꿈꿨을까?
사실상 그들에게 있어 미래는 어두웠다. 선구자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이뤄낸 모든것은 자신들의 후배들이 이어받아 빛을 보는거지 실상 자신들은 어둡고 긴 터널을 파는 노동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매년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말 그대로 기적같은 결과를 낳았다.
3. 초창기 E-Sports
초창기 E-Sport는 무조건 사이버틱하고 미래적인 것을 추구했다. 선수들도 어쩔 수 없이 드래곤볼 프리더일당 전투복같은걸 입고 나오고 머리 염색도 오색가지로 했다. 컨셉도 항상 우주, 사이버, 괴수등등 SF적인 것을 강조했다. 그게 스타 초창기 모습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선수들의 노력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호응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기업이 붙는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의미다. E-Sport가 돈도 되고 기업 마케팅 부분에 굉장한 효과를 낳기에 많은 스폰서가 각 팀에게 붙기 시작했다. 기업이 붙기 시작하자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스타 결승전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이기도 했다. 컴퓨터만 달랑 가져와 놓고 진행하던 게임방식도 부스를 넣는등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선수들이 밤잠 줄이며, 건강을 해치며 자신들만, 오직 자신들만 볼 수 있었던 비전을 현실화시킨 것이었다. 기업? 방송관계자? 아니다. 그들의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만든 것이다. 물론 온게임넷등 1세대 방송관계자를 펌하할 의도는 없지만, 주축이 될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정말 순수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누가 고작 게임따위가 한국 사회에서 이토록 큰 파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모두 다 즐기는 유행 게임이었지 이 게임을 스포츠화 한건 순전히 선수들의 업적이다.
그 열정이 순수했고, 그리고 그 노력이 서글펐고 결과가 달콤하다고 하기엔 너무 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현재 E-Sports의 모습이 안타깝다.
4. 강민과 E-Sports
강민의 개인사에 대한 것은 접어두고 그가 스타에서 이뤄낸 업적은 사실상 현재 롤프로게이머에 비유하자면 딱히 비교대상이 없을정도로 엄청나다. 호구 중의 호구라 불리던 프로토스가 저그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착안했고(포토와 하이템플러를 통한 방어, 리버) 방어프로토스라는 전략을 통해 그 어떤 상태를 만나더라도 지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할루시네이션 리콜과 예고 올킬.
과연 그는 E-Sports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예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규모가 커지고 수십만, 수백만, 나아가 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그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들이 꿈꾸던 비전에는 속해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토록 힘들게 일궈낸 E-Sports의 근간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조작, 무개념선수, 정부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풀 한포기 안자라는 불모지에서 호미도없이 맨손으로 밭을 일궈냈다. 돌도 일일이 다 걸러내고 흙을 뒤엎고 그곳에서 생명이 자라도록 만드는데 밤과 낮이 바뀌는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손톱은 다 까지고 피가 철철 흘러내렸지만 그들은 이 땅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보기위해 매일같이 웃으며 노력했다. 없는 희망조차 만들어내며 노력했다.
결실은 보였다. 그곳에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덧 내버려두면 손닿을 수 없을만큼 쑥쑥 커져나갔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땅을 일궈내고 씨앗을 뿌리는 방식에 대한 노하우도 생겨났다. 이웃마을에서 가르쳐달라길래 가르쳐줬다.
그런데 곧 사건이 터졌다. 후배 몇 녀석들이 이 땅에 심은 곡식이 자라는걸 기다리지 못하고, 힘들다고 기르지도 않고 통채로 딴 사람들에게 몰래 팔아버린 것이다. 내가 힘들게 일궈낸 것을 몰래 내다 판 것이다. 더 나아가 한번 이 땅에서 곡식을 길러보라고 부른 애들이 자기들이 하기엔 너무 힘들다며 씨앗을 땅 위에서 불에 볶아먹고 가버렸다.
5. 아마추어와 프로
토요일 사건에서 사건을 저지른 TD를 옹호하는 쪽에서 이런 의견이 눈에 보였다.
-그들이 행한 것이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추어이지 않은가? 아마추어에게 프로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로가 아닌데 프로의식이 왜 생기는가? 그들은 스포츠맨쉽을 어긴것에 불과하다.
-가벼운 사건을 너무 크게 몰아세우는 것 같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엿먹이려고 그런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멘탈케어를 위한 것이다.
가볍게 한가지씩 집고 넘어가겠다.
1. 우선 아마추어의 입장이다. 그들이 아마추어의 입장이기에 그들에게 프로의식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 한가지 물어보자. 도대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무엇인가? 마음가짐의 차이? 책임의 차이? 돈을 받고 안받고의 차이? 그렇다면 아마추어는 리그오브 레전드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고작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프로의식을 강요할 순 없다. 프로의식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니깐.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게임에 대한 진지함은 보여줘야 했다. 아니, 진지함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게임을 대하는 태도 정도는 보여줘야했다. 그들이 대회에 나온 이상 온게임넷과는 동업자의 입장이고, 그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태도는 보여줘야했다.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징계받아 마땅하다. 의도하든, 하지않았든 그들의 행위 자체는 그들이 참가한 대회에 악영향을 끼쳤고, 나아가 다른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
프로의식을 강요하진 않겠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회 참가자로서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있었다면 그런짓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2. 가벼운 사건을 너무 크게 키운게 아닌가 하겠지만, 이 가벼운 사건이 터진 시점이 너무 절묘했다. 한 순간에 스포츠를 단순 오락거리로 전략시켜 버렸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터져 죽을 수 있다. 그들이 행한 이 가벼운 장난은 훗날 E-Sports의 일원이 될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세상일은 누구도 모른다. 그들의 행위로 E-Sports 선수의 부모님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스포츠로서 인정을 못받게 될수도 있다.
전문 프로 스포츠에서 게임폐인이 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악영향으로 스폰서가 빠져나가고 상금규모가 줄어들어 선수들에게 돌아갈 파이가 줄어들게 되면 결국 시장이 축소되고 만다. 극단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미 스타리그를 보면 그 현상이 벌어졌다. 복합적 요인이지만, 어쨌든 소수의 미꾸라지로 인해 스타1은 강제로 폐지되고 만 것이며, 그로인해 MBC게임은 사라졌고 우리가 열광하던 수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는 하나둘씩 은퇴해 아프리카에서 별풍선을 벌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정부로 인해 게임이 마약으로 취급받는 시기가 아닌가? 한쪽에선 어떻게 하면 게임이 스포츠로서 사람들에게 취급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한쪽에선 'ㅋㅋ 시박ㅋ 조또 겜 안풀리네. 야 걍 이번판 던지고 멘탈케어나 하자.' 라며 대회 경기를 집에서 하는 전자오락 수준으로 깍아내리고 있다.
그들의 멘탈케어? 물론 멘탈 케어가 중요하겠지. 그러나, 적어도 '대회'에 참여했다면 그들이 불러올 나비효과의 영향력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프로와 아마추어 이전에 기본적인 상식이다. 16강 진출했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건 어린애들의 생각일 뿐이다.
행위와 거기에 따른 책임은 항상 따르기 마련이다. 어쨌든 그들은 행했고 이제 그에 따른 책임을 가질 차례다.
전자오락으로 돈을 벌 것인지, E-Sports로 돈을 벌것인지는 전적으로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그들이 전자오락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말리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 전자오락을 E-Sports의 수준으로 키워낸 대회에 참여했다면 그 안에서 전자오락을 해서는 안됐다.
길어져서 누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다.
Team Dark가 과거 어떤 행위를 했고, 대회 출전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어린애가 아니고 자신들이 행한 행위가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는 분명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상대팀과 시청자를 상대로 엿먹인게 아니라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E-Sports를 피땀, 피눈물로 이뤄낸 선수들을 엿먹인것만은 확실하다. 의도가 있던 없던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