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머딩거 (Heimerdinger)
위대한 발명가. 가장 신망받는 현대의 석학.
필트오버시티 소속, 리그에서 제일 똑똑한 챔피언.
과학과 진보의 요들 학술원 원장.
뭇 챔피언이 그렇듯 하이머딩거 역시 수많은 '최고'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코르키의 정찰기(사실은 비행기 이름이 코르키이고 본체?)를 제작했고, 마스터 이의 고글(용도불명)을 제작했다.
한 가지 분야에 광적으로 파고드는 요들의 습성은 그를 최고의 과학자이며 발명가로 만들어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설정상의 이야기이다.
룬테라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고인.
트롤링 챔피언.
닷지유도자.
도미니언 전용.
하이머딩거는 어째서 그렇게나 인식이 안 좋은 것일까?
전투를 위해, 한타를 위해 돌아가는 AOS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거점 장악형' 챔피언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어야 했다.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나노로봇.
포탑을 설치해 지점을 장악하고.
긴 사거리의 유도 미사일로 적을 견제하며
충격 수류탄을 던져 공격자들을 봉쇄한다.
과학의 힘으로 능력들을 더욱 업그레이드한다.
단순히 생각을 해 보았을 때, 이상의 기능은 하이머딩거를 한타의 제왕이며 공성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어야 헀다.
그렇다.
하이머딩거의 컨셉은 리그 오브 레전드 내에서 유일한 마더쉽 챔피언이며.
동시에 구제 불능의 고인이고, 현재 리메이크가 진행중인 '문제덩어리'이다.
- 마더쉽 (MotherShip. 모선)
마더쉽이란 AOS 장르에서도 극히 드문 형태의 영웅 컨셉이다.
이들은 너무나 특징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밸런싱이 아주 까다롭기로도 유명한데, 장단점이 극명하여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마더쉽을 아주 좋아한다.)
마더쉽의 장점은, 한타 위주, 공성 위주인 AOS 게임에서 아주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다.
쉽게 말해 적의 타워 앞에서 요새화하여 '벙커링', 조이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마더쉽의 장점이며, 중요한 오브젝트나 거점을 방어하는데에도 아주 뛰어난 힘을 발휘한다.
마더쉽의 장점
1) 특정 지점을 장악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2) 튼튼한 체력, 높은 전투 유지력과 유틸성으로 적을 압박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3) 아군을 집결시켜 강력한 구축력을 바탕으로 전진 거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더쉽의 단점
1) 기동성이 매우 느리며, 지점 장악을 하지 못 한 이동 중에는 다소 취약해지는 면이 있다.
2) 장악 가능한 사거리 밖, 먼 거리에서의 견제와 공격에 취약하다.
3) 장기적이고 꾸준한 전투에는 강력하지만, 순간적인 집중 포화에는 화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마더쉽의 강력한 힘을 상쇄하고 파훼법을 마련하기 위해, AOS의 제작자들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단점은 위와 같다. 느린 기동성과 부족한 순간 전투력, 장거리 컨셉의 적에 대한 취약함
...하지만, 마더쉽의 단점을 보고 느껴지는 바가 없는가?
현재 하이머딩거는 마더쉽의 모든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반면에 장점은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하이머딩거가 고인이라 불리는 이유.
마더쉽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채용했음에도 마더쉽의 장점을 찾아 볼 수 없이 단점만 남아 있다면, 그 챔피언은 고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더쉽이 밸런스라는 절묘한 밧줄타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장점과 단점의 조화.
하지만 라이엇은 바로 그 부분부터 조종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 하이머딩거와 마더쉽
하이머딩거는 스킬 세팅은 모두 마더쉽의 특징이며, 라이엇에서 추천하는 챔피언의 운영 방법을 비롯해 그는 모든 마더쉽의 장, 단점을 포괄한다. 그 말인 즉 하이머딩거는 애초부터 마더쉽의 컨셉으로 기획된 챔피언이 맞다는 이야기다.
[패시브]로 자신과 아군의 거점에서의 유지력을 높인다.
[포탑]을 설치하여 지점을 장악한다.
[미사일]을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적을 견제, 압박한다.
[수류탄]을 던져 공격해오는 적을 방어한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점의 장악력을 극대화한다.
컨셉은 아주 좋았다. 하이머딩거는 리그의 유일한 마더쉽으로써 엄청난 변수를 가진 태풍의 눈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엇은 '컨셉에 부족한 부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헛된 밸런싱을 거듭한 끝에 위대한 발명가를 고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하이머딩거는 마더쉽으로써 미완성이며.
그는 마더쉽의 모든 단점에 더해 마더쉽의 장점을 무력화하는 치명적 단점을 가져가게 되었다.
마더쉽으로써 완성되지 못하고 그대로 하이머딩거의 최대 약점이 되어버린 문제점.
형편없이 낮은 방어, 유지 능력.
마더쉽은 지점을 장악하고,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살아난다.
하지만 순간 화력과 기동성이 부족한 마더쉽의 단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하이머딩거는 형편없이 낮은 방어능력을 통해 암살은 물론이요 견제에조차 취약한 몸이 되었다.
패시브의 미약한 체력 재생률로는 거점을 장악한 뒤에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는데, 방어 위주로 능력치를 부여하려니 기존의 장점들마저 대부분을 잃어버리는데다 시너지도 거의 없다.
즉, 어떤 아이템으로 키우더라도 현재의 하이머딩거는 마더쉽으로써 1인분을 해 낼 수가 없게 된다.
하이머딩거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마더쉽의 장점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연약한 하이머딩거'에 의해 상쇄되고 만다.
특히나 중요한 것이 세 번째 장점인 '아군의 집결지로써 전진 거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튼튼한 요새인 마더쉽 영웅을 중심으로 모여든 아군 영웅들이 2번과 3번의 단점.
장거리 견제와 순간적 화력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상쇄해 주어야 마더쉽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건만...
이 연약한 하이머딩거는 아군의 보호를 받더라도 제대로 장악한 거점을 유지하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이동기도 없고 속도도 느려터진, '기동성'의 단점.
자신의 영향권 밖에서 공격해오는 적에 대한 취약함.
순간적인 화력 집중 및 견제에 저항도 변변히 못 하고 사라져버리는 연약함.
이 모든 것은, '조건부 하에 지점을 강력하게 장악한다'는 마더쉽의 특징을 완벽하게 상쇄해버려 단점만을 남기고 말았다.
마더쉽이라는 챔피언 본연의 컨셉에 미달한다는 이야기는,
챔피언의 성능부터 1인분을 해 낼 수 없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챔피언을 고인이라 부른다.
-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하이머딩거
하지만 장점이 상쇄되었을 지언정, 마더쉽의 장점마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스킬들은 마더쉽의 컨셉에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고, 반쪽짜리나마 하이머딩거는 마더쉽으로써의 기능을 갖는다.
포탑 2체를 설치하여 지점을 장악할 수 있고.
미사일로 특정 범위 바깥에 적이 존재하도록 강요하여 견제, 압박을 시행한다.
적이 공격해 들어오면 수류탄을 사용해 카운터 공격을 가한다.
그렇기에 하이머딩거는 유일하게, 도미니언의 봇 라인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직 1:1 상황이며, 거점을 장악하고 방어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을 경우에만.
1:1 상태일 경우, 하이머딩거의 연약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마더쉽의 거점 장악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단, 상대가 견제에 특화되어 있거나 암살에 특화되어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하이머딩거는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보고 소멸하는 경우가 대다수.
거기다 마더쉽의 본래 역할은 팀전을 위한 것이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게임이다.
연약한 방어능력은 마더쉽의 본래 역할인 '아군의 집결지', '전진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물론 그것마저 강력했더라면 하이머딩거는 도미니언에서 겉잡을 수 없는 OP 챔피언으로 등극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라이엇은 도미니언을 의식해 하이머딩거를 마더쉽으로써 미완성으로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마더쉽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실히 이질적이고, 밸런싱 조절에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다.
어쩌면 마더쉽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 지점 장악력, 포탑과 미사일을 과대평가하여 연약한 체력이라는 족쇄를 채운 것일지도 모른다.
'지점을 장악했는데 뚫기도 어려우면 OP인게 아닐까?'
이것이 일반적인 의문, 그리고 초기의 하이머딩거를 본 라이엇의 의문.
하지만, 위의 의문에는 중대한 모순점이 있으니...
장악을 했다는 것은 쉽게 뚫리지 않는 견고한 방어체제를 확립했다는 의미다.
그것이 마더쉽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지점을 장악한 마더쉽을 카운터칠 수 있는 세 가지 극명한 단점이 이미 존재함에도, 라이엇은 최대의 장점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하이머딩거라는 유일한 마더쉽을 고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정말 이대로 하이머딩거는 도미니언 전용 챔피언으로써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 맺으며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하이머딩거의 리메이크를 예고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하이머딩거가 마더쉽 컨셉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부활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라이엇이 마더쉽이라는 영웅 컨셉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이해하지 않는 한 우리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움직이는 요새의 위엄을 느껴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럼블과 비슷한, 발명품에 탑승해 그것을 조종하며 싸우는 형태의 챔피언으로 재탄생하게 될 수도 있곘지.
어느 쪽이 되었든 마더쉽 매니아들의 욕구를 채워 주기에 부족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발로란 최고의 발명가가 발명품이나 쓸 것이지 뒤뚱거리며 렌치를 던진다. 이것도 챔피언 컨셉 문제 아냐? 럼블을 본받아
필자의 미력한 생각을 표하기에, 궁극기인 업그레이드!는 하이머딩거와 포탑의 방어와 유지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대신 기동성을 저하, 또는 아예 상실하는 방법으로 개편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전투력과 무관하게 유틸성을 극대화할 뿐인 '궁극기'를 극단적인 방어 성능으로 개편함으로써 하이머딩거는 마더쉽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이머딩거의 리메이크에 대한 과거 레드포스트를 읽던 중...지금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으며,
예전부터 좋아하던 챔피언인 하이머딩거의 비뚤어진 컨셉에 대해 짧게나마 고찰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