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 -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부터 완벽한 게임은 없다.
게임의 시스템은 제작자들에 이미 짜여져 있고 유저는 그 안에서 룰을 파헤치며 밸런싱을 논하지만,
세상에 제작자 편의에 맞춰 자동으로 '강함'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따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제작자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서 숲길을 트는 것과 같이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한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바로 상향평준화인가, 하향평준화인가.
'오직 그 둘밖에 없어? 다른 방법은 없었던거야?' 라고 한다면,
이것은 흑 또는 백, 한계까지 줄인 선택지이며 이 둘로부터 다른 방법들이 파생되어 뻗어나간다고 보는 쪽이 옳다.
많은 유저들은 '제작자'의 시점에서 게임을 논한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향평준화' 또는 '하향평준화'라는 두 가지 갈래는 모든 게임 제작자들을 고심하게 만드는, 둘 수 밖에 없도록 정해진 도박수와도 같은 일이다.
- 밸런스, 균형을 맞추다. -
게임은 스포츠다. 물론 그 목적은 다양하다.
플레이어는 혼자서 컴퓨터가 조종하는 시스템의 적을 물리치거나, 동료와 협력하기도 하고, 서로 경쟁하거나 대결한다.
이 때, 스포츠에서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공정함 이다
단지 혼자서, 또는 함께 컴퓨터가 조종하는 적을 쓰러뜨릴 뿐이라면 '공정함'은 곧 '난이도'가 되어 사람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며, 대결하는 게임에서 밸런스란 난이도가 아닌 공정성의 영역에 들어가며.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이 이에 경악하고 좌절하며 분노한다.
대결이라 하면 양쪽의 기본적인 조건이 같아야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게임이란 양쪽의 조건을 완벽하게 똑같이 할 수 없다. 아니,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조건이 똑같으면 밸런스를 맞추기는 쉬워지는 반면 게임 플레이의 바리에이션이 급격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실력에 따라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기도 쉽다.
여기서 필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즉 AOS의 밸런스에 대해 논하고자 함으로 이에 대해서는 AOS의 환경에 기반해 이야기하겠다.
운영 단계에서, AOS의 밸런스는 '플레이어가 각자 조종하는 영웅' 을 중심으로 조절된다.
제작 단계에서는 양측이 공평한 '지도'의 밸런스에 초점이 맞춰짐에 비하면 너무나 어려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각자의 유저가 사용하는 영웅은 모두 다르고, 그 많은 영웅들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상호작용한다.
이 때. 정해진 기준점과 베이스가 되는 데이터는 아무것도 없다면?
잠깐이라도 제작자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라,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천만 다행히도 AOS의 장르는 RTS인 '스타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워크래프트3'에서 정밀히 다듬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또한 독자적인 시스템을 첨가하여 발전해왔지만, 그 밸런스 기준에 사용되는 수치는 워크래프트 시절의 AOS에서 사용하던 전형적인 기준치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 챔피언. '영웅'과의 밸런싱 차이첨 -
1) 다양한 능력을 복합적으로 상승시키던 '스텟' 시스템을 폐지했다.
2) Ability Point, AP를 올려 '마법 피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
3) 방어력 및 마법저항력의 계산식이 달라졌으며, 마법 저항력을 방어력과 같이 증가시킬 수 있다..
이상의 시스템들로 인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밸런스는, 워크래프트 AOS 이상으로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것이...
바꾼 시스템은 상향평준화를 위한 것인데 실제 패치는 하향평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과 패치의 방향성이 맞지 않으니 유저들의 체감 밸런스가 맞춰질 리가 있나.
게다가 팀 대결 구도인 AOS의 특성상 체감정도는 더욱 상승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필자는 AOS 밸런스의 '상향평준화'란 영웅의 개성화 라고 생각한다.
- 영웅의 개성화, 진정한 상향평준화. -
우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하향 평준화의 폐혜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상향 평준화를 아무 생각 없이 시도하면 어떻게 되느냐? 흔한 국산게임 밸런스 패치가 되고 만다.
( 강케등장 -> 팔아먹고 -> 너프 -> 다른 걸 세게 한다 -> 팔아먹고 -> 너프 )
이는 상향이고 하향이고 할 것 없이 반드시 등장하는 문제점이다.
사실 게임에 컨텐츠가 늘어가면 점점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밸런싱은 당신들과, 우리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밸런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상성' 이야기를 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영웅이 전투하는 방식과 기반하는 스텟은 당연하게도 상성 문제를 낳고, 어떤 영웅은 어떤 영웅에게 강해지며, 또 다른 영웅에겐 약해진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밸런스 요소로만 볼 게 아니라, 상성을 중심으로 영웅들을 강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진성한 상향평준화가 아닐까?
강한 영웅은, 자신이 유리한 싸움을 할때 호쾌한 쾌감을 준다.
이는 AP 마스터 이나 카타리나로 체력이 적은 적들을 몰살하는 쾌감과 흡사하다.
모든 챔피언은 '특정한 싸움 방식'에서 강력한 면모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바로 챔피언의 '컨셉'이자 '개성'이다.
하지만 하향평준화의 패치는 잔혹해서, 때때로 영웅의 강점마저 없애 버리고 만다.
예를 들면 '점화'와 '치유감소 효과'가 판을 치자 고인이 된 문도라거나, 일찍이 칼럼을 쓴 적 있는 하이머딩거의 지점 장악력 등.
강점이 없어진 영웅은 고인이 되며, 유저들로부터 천대받고 게임사는 욕을 들어먹는다.
그러나 6년 가까이 다양한 워크래프트 AOS들을 즐겨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 자랑이 아니라 증명으로써, 카오스, 도타, 가디언 스피리츠, 타입문 파이트, 엑시티움, 동방 도타, 스톰빌, 에이지 오브 미쓰 등 여러분들이 들어 본 적도 없는 것들까지 즐겨보았다.
상향평준화, 영웅의 상성&개성화를 방향성으로 내세운 AOS의 유저들은 하향평준화 게임만큼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설령 하향평준화 노선이라고 해도, 초기부터 정돈된 하향평준화에 걸맞는 시스템은 높은 밸런스 감각을 드러냈다.
어째서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이 언제나 약한 것이 아니다.
강할 때는 확실하게 강하고, 약할 때는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전투를 이끈다.
적어도 챔피언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 만큼은 잘 해야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라이엇 게임즈는 상향평준화 노선으로 챔피언의 개성을 강화시키는 쪽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킬의 수치가 아닌 '메커니즘' 상 발생하는 최소한의 상성과 강한 타이밍 또한 존재하며, 그 밖의 요소가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그것에 적응하게 된다.
따라서, 하향평준화 노선에서 '메커니즘'은 눈에 보이는 수치 이상으로 중요한 밸런싱 요소이며
월등한 스킬 메커니즘으로 한없는 수치 너프 끝에 드디어 평케가 된 '그레이브즈'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상향 평준화의 경우, 영웅들의 매커니즘이 한 쪽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며 팀의 조합에 따라 한쪽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도 등장하곤 한다.
* 이는 하향 평준화에서도 간혹 발생하는 밸런스 시스템의 문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미 자신의 개성을 내세울 뿐 아니라, 다른 방향성으로도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매커니즘' 챔피언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 또한 시스템과 어울리지 않는 요소라 하겠다.
- 상향 평준화 시스템에 하향 평준화 패치 -
필자는 초반부부터 계속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향평준화 시스템'이라고 말해왔다.
그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힘,민첩,지능 스텟제의 폐지,
2. 아이템의 복합적인 스텟 상승이 아닌 특화된 능력 상승.
3. AP로 인한 스킬 데미지의 강화.
이들은 각각 연동되지만 결론적으로 '아이템'에 해당하며, 챔피언의 개성화에 일조하는 요소들이다.
게다가 EU 시스템이란 이상의 시스템들 덕분에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워크래프트 AOS에서, 우리가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특정 조합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우는 없었다.
막연히 성장하는 영웅을 한 명 보내고, 견제가 강한 영웅을 두명 붙여 견제하고, 초반 포텐셜이 높은 영웅을 중간에 배치하는 등.
* 물론 특정 매커니즘의 영웅을 조합시켜 높은 효율을 보이는 바람에 정형화된 조합도 존재하기는 했다. 특히 카오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스템은 챔피언들의 개성화를 부각시키는 방향성을 지닌다.
공격 아이템은 공격력만 올려주는 경우가 많으며 높은 스텟을 확보하려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특정 스텟만이 아니라 여러 스텟을 올려줄 때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똑같은 가격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하향평준화 시스템인 워크래프트인 경우 '수많은 능력'이 복합적으로 상승한다.
힘을 올리면 체력, 체력 재생률이
민첩을 올리면 공격속도, 방어력, (때로) 이동속도가.
지능을 올리면 마나, 마나 재생률이 올랐으며.
주력 스텟을 올리면 공격력이 오르고, 동시에 여러 가지 스텟을 올려 주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의 시간별 밸런스는 이렇게 고려된다.
'초반'이 강력한 스킬 딜링형 영웅
'중반'에 강력한 만능형 영웅
'후반'에 강력한 기본 공격형 영웅.
밸런스가 정립되어가는 워크래프트 AOS의 중반부부터,
초반에 강한 영웅은 적을 견제하며 추가 아이템을 사용한 딜링과 스킬의 메즈(CC)능력으로 후반에 아군을 지원했고.
중반에 강한 영웅은 여러 방면에 능한 매커니즘으로 치열한 컨트롤과 한타 싸움을 유도했다.
후반에 강한 영웅은 꾸역꾸역 성장해 강력한 전투력으로 게임을 끝내는 재미가 있었다.
정립된 하향평준화 밸런싱이란 이런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강한 구간에서 힘을 발휘하되, 모든 구간에서 '버틸 수 있는' 강함이 보장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그렇지 않냐고?
근접 딜러는 CC와 누킹에 녹아내리고, 탱커는 딜이 안나와서 위협이 안되며, 원거리 딜러는 후반에나, 그것도 살아남아야 강하다.
딜러의 딜이 탱커의 몸을 뚫지 못 하던 시절에는 탱킹 오브 레전드.
서폿을 붙여 성장한 원딜이 한타를 끝장내던 후반 오브 레전드.
CC걸린 적들을 누커들이 쓱싹하니 CC 오브 레전드.
딜도 되고 탱도 되니 한 가지에 특화된 챔피언들이 막을수가 없는 딜탱 오브 레전드.
필자가 다소 복잡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슬슬 감이 오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챔피언은 하향평준화 해서 비등한 능력으로 만들었는데, 아이템을 사면 한 두 가지 능력만 강해진다.
이것이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챔피언을 분류하는 '태그'와 '컨셉'이며.
챔피언을 개성화하고, 빌드오더를 짜는 방법을 의미한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챔피언을 여러 방향으로 키울 수 있는 빌드오더의 다양함.
그리고 파일럿의 역량에 따라 챔피언의 강점이 확연히 드러나게 되는 이점이 있다.
주로 스킬을 사용하는 메이지들이 이 시스템의 수혜자이며, 그 다음은 역시 원거리 딜러들이다.
하지만 챔피언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시스템 변혁은 단점들 또한 불러왔다.
1. 워크래프트에서는 후반 캐리의 대표주자였던 '근접 딜러'들은 AP 아이템을 두른 누커들의 스킬에 고인이 되었다.
2. '평타 딜러'들은 안정적인 원거리 공격만을 하는 '원거리 딜러'들에 한정되고, 아군이 지켜주니 리스크가 없는 딜러가 무쌍을 찍는다.
3. 공격 또는 방어andCC 챔피언 개성상, 튼튼한데다 딜링까지 나오는 워크래프트식 '만능형(딜탱)' 챔피언들이 득세한다.
4. 초중반 연약한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기 위해, 초반부터 강한 보조능력으로 무장한 노 CS 서포터가 출현했다.
결론적으로 정립된 EU 스타일을 불러온 것이다.
- 라이엇 게임즈의 대처 -
성공하는 게임이란 타이틀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상향 평준화 시스템과 하향 평준화 챔피언을 양립시키기 위해 눈에 띄는 한 가지 대처법을 정했다.
'수많은 변수의 양으로 덮어 버리자' 라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스킬과 매커니즘으로 무장한 100명 이상의 챔피언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하향 평준화 밸런스라면, 챔피언을 끝없이 늘리느니 많아도 7,80여명의 챔피언을 조절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나 급할 정도로 챔피언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서...
여러 가지 챔피언이 등장하면, 그만큼 게임의 변수도 늘어난다.
상향평준화인가 하향평준화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다양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신규 컨텐츠의 지속적 추가로 인해 기존 유저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점이 덤으로 작용한다.
물론, 퀸과 발러에 대한 필자의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정도가 지나쳐 득보다 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 맺으며 -
라이엇 게임즈도 무던히 노력을 하고는 있다.
어쨌든 흥행한 게임의 제작사이며, 시즌 3 이후로 득보다 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밸런스 논란은 '특정한 패치 노선'을 고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초창기때부터 이어져온 시스템 상의 문제점에 불과하다.
정립된 상향평준화 또는 하향평준화 게임에 비해 구조적으로 밸런스 문제가 많아지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제 와서 밸런싱 방향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징이자 개성으로 남게 된 '상향평준화 능력치, 하향평준화 챔피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전히 패치와 운영이 진행중인 게임이며, 고로 유저는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은 없다.
그저, 이 상태에서 그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만이 남았을 뿐이다.
추신. 댓글에 간혹 '그렇게 불만이면 워크 AOS나 하러 가지' 라는 글들이 보인다.
그래서 당신은 불만이 없다는 것인가? 자신이 만든 게임에조차 불만이 생겨나는 마당에 남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우리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게임을 즐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있다.
자기가 즐기는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가는 타인이 무어라고 할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생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바로 토론이다.
추신2. 안티 디펠 시스템을 깝시다 안티디펠은 나의 원수